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제인 오스틴(1775-1817, 41세)은 영국 소설가이다. 20세 부터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지만 36세(1811년)에야 익명으로 발표했다. 이어 <오만과 편견>(1813), <에마>(1815)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사후에야 본명으로 <노생거 애비>와 <설득>이 출판되었다.

세 자매 엘리너, 메리앤, 마거릿은 아버지를 여의고 이복 오빠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자 엄마와 함께 놀랜드에서 바턴의 코티지로 이사한다. 다행히도 집주인인 존 경은 매우 사교적이어서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도록 파티를 열어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게 된다. 엘리너는 새언니의 동생인 에드워드와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은근 그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이성적이고 분별력 있는 엘리너에 비해, 메리앤은 엄마를 닮아 활달하고 감정적인데, 비오는 날 자신을 구해준 윌러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자매가 모르는 가혹한 비밀이 숨어 있었고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된다. 꼬이고 꼬인 관계 속에서 두 자매는 서로를 위로해주며 돈독해지고, 앞으로 누구와 결혼할지 궁금하게 한다.

200년 전 영국의 상황이 그려진다. 부유한 귀족들은 넓은 영지를 거느리며 이렇다할 일을 하지 않으며 사교 활동에 열심이다. 가난한 귀족의 딸들은 부유한 집 남편감을 만나기 위해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품행을 갖추어 결혼을 성사시키려 노력한다. 가난한 귀족남자들은 유산을 기다리며 부모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거나, 부유한 집 딸과 결혼하고자 애를 쓴다. 경제적인 능력이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풍조가 이야기 곳곳에 퍼져있다.

이복 오빠와 새언니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속물로, 돈많은 사람만 가려가며 사귀는 부부이다. 자신의 재산을 한 푼도 나눠주고 싶어하지 않을 뿐더러 새언니의 동생 에드워드가 엘리너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파머 부부 역시 사랑보다 조건이 맞아 결혼했는데, 남편이 철저히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무관심한데, 아내는 남들 앞에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가식적인 모습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화자의 편안한 말투가 마치 옆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소근소근 들려주는 듯하다. 화자는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외모와 말과 행동을 통해 심리까지 읽어낸다. 화자의 말을 따라 읽다보면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 눈에 보이는 상황을 표현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는 알 수 없는데, 과거 이야기가 반전이 되면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브랜던 대령과 윌러비다. 브랜던 대령은 나이도 있는 사람이 젊고 어린 메리앤을 부담스럽게 대해서 메리언도 그만 보면 자리를 피한다. 반면에 젊고 외모도 출중하고 많은 유산을 물려받을 윌러비는 메리언과 취향도 같고 좋아하는 음악과 시가 찰떡같아서 천생연분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배경 이야기는 여태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지를 쌓아온 독자에게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반전이 크다.

당시 풍속에서 특이한 점은 약혼을 부모도 모르게 사랑하는 남녀가 하는 점이다. 에드워드가 루시와 4년전 약혼한 사실이 밝혀지는데 엄마가 알지 못했고, 윌러비와 메리앤이 약혼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수근대지만 가족은 알지 못한다.

에드워드를 두고 벌이는 루시와 엘리너의 신경전이 재미있다. 루시는 엘리너에게 질투를 유발시키는 말을 하지만 이성적인 엘리너는 루시의 속을 다 읽고 그 꾀에 넘어가지 않는다. 루시는 엘리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엘리너는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고 에드워드가 루시와 약혼한 사실에 대해서도 메리앤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정도가 도를 넘는다.

이 책은 각주가 매우 상세하다. 200년도 넘은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므로 단어의 의미 설명은 물론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쓰여졌음을 밝히기도 하고, 인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성품인지를 설명하기도하고, 당시 사회 상황은 어떠한지, 저자가 꼬집고 싶었던 사회 이슈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한다. 술술 읽다보면 파악하지 못할 것들을 역자가 최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독특하다.

제인 오스틴이 처음 쓴 책이다.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딱딱하지 않은 고전을 원한다면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