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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 20년째
유현수 지음 / M&K(엠앤케이) / 2013년 1월
평점 :
희재, 보라, 미소는 싱글이다. 그리고 희재, 보라, 미소는 서른아홉이다. 그러니까 희재, 보라, 미소는 서른아홉으로 싱글이다. 서울예전 동기인 셋은 1994년 처음 만났다.
보라는 연예인이다. 사이 좋으신 부모 밑에서 자랐고, 은행원 아빠를 둔 덕에 돈 걱증 크게 안 하고 살았고, 타고난 얼굴, 몸매 덕에 연예인이 됐다. 연기는 못 하지만 인복은 좋아 다른 사람은 잡기 힘든 기회를 쉽게 잡았지만 20대 때는 연애하느라 일 생각을 못 했다. 학교 선배이자 같은 배우인 진욱과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연애 중이다. 모든 것을 다 가져서 그게 어떤 건지 몰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부모님도, 돈도, 일도, 사랑하는 사람도. 대신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게 30대가 된 후 생긴 일이다.
희재는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시간강사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을 임신할 걸 알고 엄마를 버렸고, 딸이 스무 살도 되기 전 엄마는 자살을 했다. 발레를 전공했지만 학교 졸업 후 오랜 시간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쳐박혀 지냈다. 마음이 따뜻한 제임스를 만나 7년을 사랑했지만 미국으로 떠난 남자는 전화 한 통, 메세지 하나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스포츠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박사학위까지 땄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삐딱했었고, 억울했었는데 8살 어린 야구선수를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훨씬 밝아졌다. 그게 30대 후반의 일이다.
미소는 네일샵을 운영한다. 이혼한 후 혼자 미국에서 살고 계시던 엄마가 부르자 대학도 안 마치고 훌쩍 떠나더니 돌아오는 것도 훌쩍 돌아왔다. 솔직한 성격에 G컵은 되는 가슴, 화끈한 옷차림으로 TV에서 진행자로 잘 나갔었는데 유명세인 건지. 사기를 치고 사라졌던 어떤 놈이 지어낸 말을 확인도 안 하고 내보낸 기사 때문에 쫓기듯 미국으로 돌아갔다. 외로움이 많아서 사랑에 열심이었던 것뿐인데 몸으로 일 따낸 여자가 돼버렸다. 딸 보기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작가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출신 라디오 작가라 그런가 서울예대 분위기며 주변 환경, 연예계에 있을 법한 사건, 어쩐지 누구누구 얘기인 거 같은 이야기가 사실감 넌친다. 처음엔 전업 소설가와는 다른 문장이 신선했고, 좀 읽다 보니 단체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라디오 프로그램 대본 같아 시끄럽고 머리가 아팠었고, 끝에 가선 여자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아... 맞아..' 동의하게 됐다. 소설 [19, 29, 39]가 연상되는 부분도 있는데 두 소설을 같이 읽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제목 때문에 얼핏 '한 사람과 연애만 이십년째 하고 있는 주인공 얘기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보라, 희재, 미소가 결혼은 안 하고(?), 못 하고(?) 연애만(!) 이십년째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응답하라 1997]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잔뜩 등장하는 노래와 가수, 패션, 상표, 문화, 드라마 제목 보며 향수에 젖게 될 듯. [응답하라 1997] 소설판이라고 보면 된다.
글씨체나 크기, 행간 너비가 읽기 피곤해서 앞부분 읽을 땐 진도가 안 나가 고생 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