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내용”내가 받은 느낌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그렇다. 소소하다는 데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표현한 것은 주제의 대중적 관심도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전달해주는 정보의 질에 관한 것과는 무관하다. 평소 글자체에 관심이 컸기에 꽤 재미있게 읽었다. 관심 없는 사람도 책에 수록된 많은 사진 자료를 보다보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을 듯 하다. 다만 초심자에게 큰 틀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의미와 조류, 관련 개념을 조금 더 설명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용을 떠나서 저자에 대한 존경심,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감정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일을 빠삭하게 알려면 자신과 자신의 일에 얼마나 애정을 가져야 했고 얼마나 노력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이 열심히 살아야겠다.
향수를 읽은 때가 무려 12년 전이다. 지방에 발령 받아서 가족과 오손도손 살았던 때, 돌이켜보니 그때가 천국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자연스레 그 시절이 떠오른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 좀머 씨는 작가 자신일까? 왠지 모르겠지만 얀 마텔의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라는 책도 떠오른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부지런히 읽어봐야겠다.
이 책으로 저자의 책은 세 권 읽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무척 재미있고 느낀 점 또한 많았고, 시대의 소음은 음악가의 이야기라 나름 괜찮았는데, 이 책은 그냥 쓰기 위해서 썼다는 느낌을 받을만큼 감동과 재미가 전혀 없었다. 이 정도 내용은 단편으로 충분했을 뻔 했다.
박찬국 교수의 못보던 책이 신간 목록에 올라 왔길래 무턱대고 구매하였더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인수업”의 개정판이었다. 표지도, 제목도 달라 낯설지만 내용은 변함없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구판의 디자인이 훨씬 편안하고 따뜻했다. 요즘 조금 힘들다. 괜찮을 것만 같던 몸에 이상 신호를 발견•확인하고 많이 침울해졌다. 두렵고 걱정이 든다. 그러다보니 일도 책도 손과 눈에 잘 잡히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대로, 지금 이 병고가 그간의 잘 못된 내 삶을 증명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