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원래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책 내용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중, 그리고 주말에 걸쳐 2회독 했던 것은 이책을 추천해 준 사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직장 동기였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본인도 이 책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읽었고 슬럼프를 많이 극복했노라며 나에게 적극 추천을 했던 것이다. 정작 그렇게 추천했던 그 동기는 몇일전부터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고, 반대로 나는 의기소침 상태에서 점차 회복되었다. 그러니 이 책의 효과는 그리 크지 못한 셈이다.

몇달간 나는 무력감, 비애감, 우울증 등 온갖 좋지 못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비몽사몽 하루 하루 버텨야 했고, 나도 모르게 갑자기 세상, 주위 사람들에게 분노가 자주 일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비록 나 스스로 그리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아무리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기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고, 완전한 회복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느끼고 있다. 이 책의 문구를 인용해 비유하자면 나는 건전한 나의 초자아를 언제나 믿고 있다.

˝우리 마음에 아름다움만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구나 내면에 문제가 있다. 남들이 알면 놀랄 욕망도 있고, 욕심도, 질투와 시기도 숨어 있다. 자신감이 결여돼 있기도 하고, 기대고 싶은 의존 욕구도 있다. 다만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런 수많은 것들을 뭉뚱그려 이드(id)라 부른다. 모든 사람들에겐 자아가 있고, 그것을 통제하는 선량한 나 즉 초자아가 있다.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초자아라면, 그 반대편에는 이드가 숨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사랑받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이드가 있다. 그러니 자기한테 이드가 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69~70쪽)

이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두달여간 내가 썼던 글을 읽고 나서였다. 지난주 일요일 사무실에 출근해, 대기하고 있는 와중에 심심해서 끄적거렸던 글들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고 내가 어떤 점에서 힘들어하고 있는지, 나의 감정상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다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은 어느날 책꽃이에 놓인 책이 과연 읽었던 것인지 아닌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던 것인데, 지금에와서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여하튼 내가 쓴 글들을 읽고나서 반성도 했고, 그리고 주위 환경과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나마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읽어보면 뭔가 내용이 있는 것도 같고 그럴 듯도 하지만 실제 나의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려고 하면 전혀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책의 성격이 그렇듯 감동적이지도 않아 나의 정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회사에서 나를 비난하는 상사에게 저자는 ˝죄송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시간을 지체해서 곤란해지셨지요.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262쪽)˝라는 고차원적(?) 스킬로 대하라고 충고한다. 개인적으로 참 웃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왠만해서는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만일 실제 비난했다면 그건 매우 중대한 실책인 것이다. 그런 모든 분위기를 아는 부하직원이 그렇게 고차원적인 스킬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 죽을상을 하고 있어도 못마땅한데, 당돌하게 그렇게 말하라는 것은 그 사람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 실상 모든 회사가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지는 않다.

사실 이보다 더 이 책에서 그럴듯 하다고 느꼈다가 한참 후에 참 불편한 감정이 솟구친 부분이 있다. 직장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저자는 ˝직장은 일을 끊임없이 시키고 그 대가를 쥐꼬리만큼 쥐여주고 생색이나 내는 곳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직장에서 자존감을 시험하지 말 일이다˝, ˝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직장과 직업, 꿈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한다(89쪽).˝ 라고 충고하고 있다. 말 자체는 얼마나 옳은가.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매우 불쾌하다. 직장은 하루중 깨어 있는 시간기준으로, 출퇴근 시간까지 더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사랑하는 가족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의 희로애락이 이곳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은 곳이다. 뇌를 가지고 있고, 감정을 품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중요하고 긴 생활터전에서 얻은 결과에 초연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소망, 따듯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 등등을 가지면 안되는 것인가. 만약 가져도 된다면 그런 소망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떻게 초연하게 머리를 비울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저자가 다녔던 회사 생활이나 내담자가 말했던 직장이 어떤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회사가 자기의 경험과 상담했던 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직장을 떠나서 머리를 완전히 비울 수 있을만큼 내 능력이 그리 우수하지도, 마음이 그리 냉정하지도 못하다.

이런 불만이 있었음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을 2회독한 것은 책의 내용을 자세히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여러번 읽은 내 사랑하는 동기의 마음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왜 그렇게 힘이 없어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책에서 위로를 받고 있는 그 사람 생각에 가슴이 조금 아파왔다. 그런 사람에게 요즘에 내 고민을 많이 이야기 했으니 정말 미안할 뿐이다. 그러지 않을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의지하다보니 내 삶의 짐을 일부분 그 동기에게 주려고 하지 않았나 걱정도 된다. 끝으로 그나마 이책이 그 동기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하니 후하게 별 세개는 주고 마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omain 2017-09-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의 심리학은 통속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자기가 현재 살아가는 구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아니면 버티어낼 수 있도록, 그 틀에 끼워맞춰질 수 있도록 합리성을 가장한 협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사회에서 주는 당근 같기도 합니다. 밖에서 채찍질을 이만큼 맞았으니 이런 책을 읽고 내면을 평안히 한 뒤 좀 더 열심히 해보라고 하는. 근본적인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니 잠시 나아졌다가 도로 이런 책을 찾게되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듯 보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17-09-23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선영 2021-07-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건강한 리뷰 감사합니다
저는 비판없이 아 그렇구나 하고 읽고 흘려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자기생각이 있는 글을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하게 되네요

서아름 2022-08-3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괜스레 눈물이 맺히는 리뷰였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