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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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만 먹으면

글쓴이: 장진영

펴낸 곳: 자음과모음

 

 

 

 3개의 단편 소설과 에세이 한 편. 정성 어린 작은 선물처럼 독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아담한 책.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최신간 『마음만 먹으면』을 만났다.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장진영 작가. 그녀와의 만남은 처음인지라, 어떤 결을 담은 글을 선보일지 궁금했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에서 권여선 소설가의 인상 깊은 감상평이 있어 이 글에 담아본다.

 

"과한 팽팽함, 과한 불친절, 과한 여백, 과한 비약, 과한 암시로 충만한 결말.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

 

 돌이켜보면 장진영 작가의 글은 상당히 묘했다. 숨바꼭질하듯 알쏭달쏭 의중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고, 끝나도 끝이 아닌 결말은 다음을 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조바심을 내며 작가에게 더 많은 걸 바라게 되는... 장진영 작가의 글은 그러하다.

 

 

 


 

 

 

 첫 단편 <곤희>. 인간의 선함을 믿고 그 선함을 보호하기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단독 검사. 그녀가 판결을 내린,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피고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 '나'의 애인이자 선배인 그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부장이 후원하는 보육원에서 성인이 되어 곧 나오게 될 아이를 며칠만 임시 보호하라고. 자숙의 시간이자 면죄부처럼 주어진 그 임무에서 '나'는 19살 소녀 곤희를 만난다.

 

 

 두 번째 단편 <마음만 먹으면>. 시공간의 경계가 조금 모호하여 혼란스러웠던 이야기. 거식증에 걸린 소녀가 정신병원에서 겪은 파란만장한 나날이 펼쳐진다. 공중전화 부스에 처박힌 채, 피자를 외치는 피자 언니. 일주일에 한 번, 딸에게 다 먹이지도 못할 음식을 바리바리 싸 오는 엄마. 왜 자꾸 게워내는지 자신도 답답할 지경인 딸.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시절을 회상하는 딸.

 

 

세 번째 단편 <새끼돼지>. '돼지 새끼'와 '새끼돼지'가 풍기는 어감 차이처럼 어딘지 모르게 조금 불편했던 이야기. 사촌 오빠와 베트남 신부 사이에서 태어난 하엘을 맞게 된 '나'의 일상이 흔들린다. 슬쩍 던진 말 한마디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의 영악함은 어디까지인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평범했던 일상에 불청객이 들이닥친다면, 우리는 온전히 삶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에세이 <한들>. 라믹탈 70알을 삼키고 자살을 기도했던 여동생 산주와 '나'의 이야기. 마치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펼쳐진 자매의 오후 한나절이 나른하게 내려앉은 글이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여운이 남았던...

 

 

 

 무슨 일이 벌어질 듯 긴장감이 팽팽하다가도, 이내 잔잔하게 사그라든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위아래로 출렁이며 거꾸로 돌듯이 장진영 작가의 글을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없다. 간혹 아찔한 어지러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출발했던 플랫폼으로 독자를 안전히 데려다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는다. 첫 만남으로 그녀에 관해 얼마나 알 수 있었는진 나도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글을 또 만날 기회가 있다면 나의 대답은 예스! 우리의 다음을 기대해본다.



자음과모음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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