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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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생활 건강

글쓴이: 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펴낸 곳: 자음과모음

 

 

 시인은 시만 쓴다? 그 말도 안 되는 편견이 깨진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다양한 의미와 오만가지 감정을 짧은 문장으로 함축하여 리듬감 있게 전하는 시인들. 그들이 글을 쓴다면 과연 얼마나 잘 쓸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요리와 책 같은 특정 주제의 에세이를 좋아하던 내게 작가 혹은 시인이 쓴 에세이는 신비롭고 영롱하며 손에 꼭 쥐고 싶은 보석 같은 선물이었다. 이번에 만난 『나의 생활 건강』은 열 명의 시인이 의기투합하여 엮어낸 에세이인 만큼 더 특별하다.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 그녀들이 고른 멋진 사진 한 장과 함께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다채로운 일상은 가까운 친구와의 추억처럼 찬찬히 내게 스며들었다. 부담 없이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듯한 이 느낌. 참 좋다. 캬하!

 

 

 

 우리의 젊은 여성 시인들 개성도 참 가지각색이다. 좋아하는 일을 자주 하고자 노력하는 잔잔하게 망가진 인간. 나를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어 준 이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이니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말. 담벼락에 웅크리고 앉아 따스한 햇볕 아래 노릇하게 식빵을 굽는 고양이. 유료 명상 앱은 우스운 돈 지랄이라는 신랄한 비판. 고구마를 들다가 허리를 삐끗할 수도 있다는 기막힌 경험. 즐거웠던 필라테스의 기억. 시를 짓고 건축을 쓴다고 생각하며 사는 특별한 일상. 고통이란 단지 귀찮은 것이며 고통의 긍정은 죽음이라는 시니컬함.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리멸렬함을 느끼면서도, 언젠가 이 삶이 끝나리라는 것에 느끼는 허무함과 쓸쓸함. 경복궁 위로 아름답게 떠 오른 달이 생각나는 순간까지... 호흡을 조절해가며 음미해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어 책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소심하든 사교적이든 각자의 성격을 떠나 내뱉는 단단한 목소리. 나에 관해 쓴다는 행위가 참 특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글이었다. 그녀들은 끊임없이 쓰고 이야기하고 기록한다. 오래된 사진첩에서 발견한 사진처럼 마음속에 고이 묻어둔 추억을 공유하고 때론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을 자랑하거나 위로가 필요하다는 듯 푸념을 늘어놓는다. 배꼽 잡고 깔깔 웃다가 훅 들어오는 뭉클함에 울컥했다가 시니컬하게 술이 고팠다가 몽글몽글해진 마음에 편안해졌던 시간.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여자인 줄 알 만큼 기분이 널을 띄며 읽었던 흥미로운 그녀들의 이야기. 『나의 생활 건강』은 열심히 살고 있는 내게 찾아온 5월의 선물이었다!

 

 

자음과모음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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