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세라 슈밋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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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글쓴이: 세라 슈밋

옮긴이: 이경아

펴낸 곳: 문학동네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 사고도 잦거니와 워낙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라 더는 놀랄 일도 없을 듯하지만, 일말의 양심도 인간성도 없는 잔혹한 사건이 발생하면 안타까움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며 탄식한다. 시대와 상황을 떠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역시 그날도 그러했을 거다. 1892년 8월 4일, 한 부부가 도끼로 추정되는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된 사건. 그 시절에도 잔혹한 살인사건은 많았겠지만 130여 년 가까이 지난 이 사건이 지금까지도 유명한 이유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부부의 둘째 딸 리지였기 때문이다. 밀실이나 마찬가지인 집에서 부부를 살해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자 소시오패스인 리지. 하지만 배심원은 여자가 이렇게 잔혹한 짓을 벌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책의 작가 세라 슈밋은 사진으로 만난 리지 보든의 눈빛을 잊지 못하다가 이 사건에 사로잡혀 오랫동안 조사하고 이 작품을 써내기에 이른다. 실화를 근거로 했다지만 소설은 소설! 하지만 어쩐지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사실일 것만 같은 짙은 의구심을 끝까지 거둘 수 없다.

 

 

 

 부부의 잔혹한 살인범으로 지목된 리지, 사건 당시 집에 없었던 언니 에마, 가혹하고 부당한 대우에 이를 갈던 가정부 브리짓, 이 책에서 유일한 가공인물인 해결사 벤저민. 이렇게 네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 전날이었던 8월 3일과 사건 당일인 4일을 살펴본다. 탐정이 아닌 관찰자이자 작가로서 그날의 분위기와 관련 인물들을 심경을 충실하게 글로 담아낸 세라 슈밋. 지금은 민박집 겸 리지 보든 박물관이 됐다는 사건 현장에 직접 머물 정도로 이 사건에 열성적인 작가가 담아낸 이야기는 사실보다 더 사실 같고 진실보다 더 진실 같다. 이제는 저세상 사람이 된 리지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게 진실인지 절대 알 수 없지만. 소설 곳곳에 무겁게 깔린 공기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갑갑했던 순간이 여러 차례. 왜 리지가 소시오패스가 되었는지, 왜 부부가 끔찍한 몰골로 살해당했는지 각 인물이 그들에게 느낀 번뜩이는 살기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시오패스라서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리지의 성격 때문에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치르며 소설,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리지의 이야기. 리지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듯한 정황이 상당히 많지만, 각자의 아픔을 지닌 화자 네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누가 범인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단 하나의 진실을 향해 쉼 없이 질주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주저 앉은 기분이라 좀 찝찝...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속사정과 심리 상태 그리고 리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나름의 추리를 펼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책 끝에 실린 작가 노트에 이 사건을 조사하고 집필하며 작가가 겪은 기묘하고 흥미진진한 경험담이 담겨 있으니, 패스하지 말고 꼭 읽으시길!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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