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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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신분석 강의

글쓴이: 지크문트 프로이트

옮긴 이: 임홍빈, 홍혜경

펴낸 곳: 열린책들

 

 

 

 인문학, 심리학, 소설, 심지어 에세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분에 관해 아는 거라곤 정신분석학자라는 사실 정도였다. 얕은 지식에 안타까워하며 언젠가는 꼭 읽어보자 다짐했던 그의 저서. 2020년 12월,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17년 만에 출간한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열린책들이기에 가능했던 이 대장정의 보석 같은 결과물에 감탄하며 총 15권의 전집 중에서 『정신분석 강의』를 택했다. 고군분투하며 읽었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독서 모임 친구들과 서로 이끌어주고 함께 토론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뜻깊은 독서를 이어갔다. (열심히 참여한 그대들, 모두 고맙습니다!)

 

 

 

 프로이트 입문서이자 프로이트 이론의 결정체라는 『정신분석 강의』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제2부: 꿈>, <제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제목만 봐도 '나 어렵지?'라고 기세등등한 주제들이라 마음 단단히 먹고 읽기 시작! 프로이트가 1915~1916년과 1916~1917년의 두 번에 걸친 겨울 학기에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 다른 책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넘치는 의욕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맨 앞줄에 앉은 의대 신입생이 된 기분이랄까? (물론 나는 의대 문턱도 못 넘어봤지만,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 같기에...) 프로이트는 청중이 지닌 지식과 상관없이, 모두 가장 기초적인 강의부터 필요한 사람이라 간주하고 강의하겠노라 표명한다. 천생 문과인 나에게 이보다 더 감사한 말이 있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프로이트 박사님의 강의는 때론 아리송할 정도로 어려워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지만, 감탄을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설득력 있고 기발한 주장이 가득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 우리가 저지른 행동, 정말 실수일까?

 

 다양한 실수 행위의 근저에는 망각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실수나 망각은 정상 상태에서도 발생하니, 건강한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 행위를 연구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이 연구의 첫걸음이다. 실수에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다. 여러 실수 행위의 사례에는 그 자체의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실수 행위의 반복은 집요함을 드러내고 그 집요함은 우연적인 일이 아닌 '의도'에나 잘 어울리는 것이기에 이건 의도의 문제다! 그렇다면 망각은 무엇인가? 망각, 즉 어떤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그에 적대적인 어떤 반대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로, 모든 실수는 의도적이다! 이런, 이런... 그럼 우리가 살면서 저지른 실수는 모두 마음의 소리였을까? 피하고 싶은 일을 홀딱 잊어버리고, 갑자기 배가 아프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착각을 일으켰던 그 순간들이 전부 '하기 싫은' 진짜 속마음이었다니. 프로이트의 말이 절대적 진실이라 볼 순 없지만,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이라 '실수란 의도적인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절대 공감!

 

 

 

 


 

 

 

 

 

제2부: 꿈 - 욕망의 실현인 꿈,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꾸시겠습니까?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떤 꿈을 꿀까? 예전엔 과학자, 대통령, 선생님 등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는데, 요즘은 아이돌이란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지만, 다시 프로이트 강의로 돌아오자! 이번 강의의 주제는 꿈이었다.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 노노!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은 우리가 잠자며 꾸는 그 꿈이다. 3부에서 이어질 신경증 연구를 위한 준비 단계로 꿈의 의미를 증명하는 게 목표다. 꿈은 실수 행위처럼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이다. 그럼 꿈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수면은 무엇이고, 정신 활동은 왜 잠들지 않는지 알아보며 꿈의 실체를 파헤친다. 프로이트는 꿈꾼 이가 자신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마 알고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다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모르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왜 우리는 그런 보호막으로 꿈을 부정하고 한걸음 멀어지려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숨겨진 욕망에 있다.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 즉 리비도는 대상을 아무런 제약 없이 선택하고 금지된 것을 가장 열렬히 선택한다고 한다. 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는 성적 상징물에 얼굴을 붉히며, 인간의 이 원초적인 본능이 꿈으로 나타난 여러 사례를 통해 꿈의 본질에 성큼 다가간 시간이었다. 꿈은 타협의 산물이자 소원 성취의 장이며, 이성적 검열을 피해 자유를 손에 쥔 일탈 행위다. 그렇다면, 오늘 밤엔 무슨 꿈을 꿔볼까나? 상상만으로 흐뭇!

 

 

 

 

 

 

 

 

 

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 신경증의 원인이 리비도라니!

 

 

 

『정신분석 강의』의 하이라이트 신경증. 약 1년의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된 마지막 강의에서 실수 행위와 꿈에서 다른 다양한 요소들이 대거 등장한다. 망상은 다른 증후에서 예측할 수 있는 무의식적 정신 과정에 관한 필연적 반응이다. 외상성 신경증 환자들은 꿈속에서 규칙적으로 외상적 상황을 반복한다. 신경증은 외상적 질환과 동일하게 볼 수 있으며, 통제력이 약해진 무기력한 상황에서 발행할 수 있다. 증상을 일으키는 무의식적인 사전 조건을 의식화할 수만 있다면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환자의 증상들은 동일한 의도에 봉사하는데, 그 의도는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응?) 사람들이 신경증에 걸리는 이유는 쾌락을 향한 욕망인 리비도를 만족시킬 가능성을 박탈당했을 경우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기승전 성에 관련된 증상이란 말인가! 대체 성이라는 원초적 본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지배하는 걸까? 쾌락 원칙에서 현실 원칙으로의 전환은 자아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라고 한다. 환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바로 예술이다. 자아가 약해지면 리비도의 요구가 거세지며,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치료 메커니즘 또한 리비도 이론 형식으로 완결짓는다. 억압을 새롭게 만들어진 갈등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 음... 뜻밖의 원인과 결과에 깜짝 놀라 이게 정말 옳은 말인가 몇 번이나 의심했는지... 한 노인의 장광설로 치부하기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으니 지금까지 정설이자 진리로 인정받겠지? 그래, 이번 강의도 인정!

 

 

 

 

 '그래? 그럼 내 심리를 파악해봐!' 심리학과를 졸업한 지인은 전공이 밝혀질 때마다 심리를 파악해보라는 무례한 요구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디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던가? 심리학보다 더욱 깊숙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파고든 프로이트 박사의 정신분석 강의. 짙은 안개가 깔린 듯 막연하고 모호했던 미지의 영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인물이기에 프로이트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은 존재다. 솔직히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재밌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은 틀림없다. 분명 눈으로는 읽고 있지만, 머리에 남지 않아 소리 내 다시 읽고 필기하기를 반복한 순간도 있었고 독서 모임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토론한 재밌는 순간도 있었다. 한마디로 희비가 수없이 교차했던 책. 고생 끝에 얻은 깨달음은 달콤하고 귀했다. 가장 공감하고 재밌었던 이론은 실수가 의도적 행위라는 점. 지난밤 꾼 꿈을 떠올리며 숨겨진 내 욕망을 찾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주변인을 떠올리며 원인을 파악하는 등 당분간은 프로이트 박사의 강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학구열을 불타오르게 할 듯하다! 함께 읽기와 완독의 기쁨을 안겨준 프로이트 『정신분석 강의』, 나의 인생 도서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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