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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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죽였다

지은이: 정해연

펴낸 곳: 연담L



책벌레 이웃님들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근래 상당히 자주 등장했던 소설 『내가 죽였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만 요즘 인문 고전과 순수 문학 읽기에 공을 들이던 참이라 살짝 고민에 빠졌다. 한국 스릴러. 장르 소설. 날씨는 이제 제법 서늘. 다분히 다음을 기약하며 패스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궁금한 마음에 읽어본 책 소개 글에 마음을 뺏겨 몸이 근질근질. 안 되겠다. 이건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358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아 하룻밤에 다 읽은 『내가 죽였다』. 마치 한 편의 한국 영화를 보듯, 함께 발로 뛰고 안타까워하며 범인의 뒤를 쫓던 밤이었다.



주인공은 두 사람. 저작권 침해 기획 소송으로 밥벌이를 하는 김무일과 강력계 여형사 신여주.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콤비 플레이를 벌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대체 무슨 사건이었을까? 변호사 무일에게 어느 날 건물주 권순향 할아버지가 찾아와 상담을 청하며 변호를 의뢰한다. 7년 전, 이 건물 302호에서 한 남자를 죽였다는 것. 한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사건 현장에 불쑥 나타나 할아버지의 입을 막고 살인이 아닌 자살로 현장을 조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왜 이제서야 자백을 결심한 걸까? 자수하겠다는 할아버지를 돕기로 약속한 다음 날, 무일은 여주와 술을 걸치고 돌아오던 귀갓길에 누군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건물에서 떨어져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흘린 투신자는 바로 권순향 할아버지. 맙소사. 자살이 아닌 타살의 냄새가 나는 이 상황에서 무일과 여주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7년 전 사건과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소설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권상우, 성동일 주연의 <탐정>과 라미란, 이성경이 주연한 <걸캅스> 등 재미는 있지만 약간 B급 느낌이 나는 코믹 영화. 콩닥콩닥에는 조금 못 미치는 무일과 여주의 아쉬운 썸과 분량 때문인지 조금 늘어지는 전개가 살짝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괜찮은 편.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설정이 흥미로웠다. 도청기도 등장하는데 그걸 그냥 없앤 게 좀 의외. 보통은 그걸 역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나? 장르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점점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걸 찾게 되나 보다. 『내가 죽였다』의 잔혹성이나 반전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 사건을 무사히(?) 해결한 후 해피엔딩이 아닌 안타까운 처지에 처하게 된 의인들. 하지만 무일과 여주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으로 여주 앞에 나타난 무일. 이건 분명 다음을 기약하는 작가의 약속이 아닐지! 슬그머니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걸 보니, 그래도 이 책 제법 재밌었던 듯. 기대되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 그때도 함께하기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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