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지은이: 가키야 미우

옮긴이: 이소담

펴낸 곳: 지금이책


 이 책은 소설인가, 다이어트 서적인가? 소설임을 알면서도 다이어트 서적이 아닐까 기대하며 만난 책,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후회병동> 등으로 유명한 작가, 가키야 미우. 언제나처럼 편안하고 술술 읽히는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그녀의 푸근한 이야기에 슬그머니 미소지으며 즐겁게 책장을 넘겼더랬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궁금함에 조바심을 느낄 분이 계실까 봐 이 책의 정체성(?)에 관해 적어보자면, 이 책은 소설이다. 살과 다이어트라는 주제로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을 만날 수 있어 신선한 단편 소설. 49세 주부, 18세 대학생, 32세 직장인, 10세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4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이란 나이, 성별과는 상관없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덧 볼록 나온 내 아랫배로 슬쩍 향하는 시선. 나이 들면 '인덕'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어떻게든 미화시키려는 이 뱃살이 참 싫다. 갑자기 꼴 보기 싫단 생각에 뱃살을 꼬집으며 차례로 만난 4명의 사례자와 1명의 인도자. 음... 읽다 보니 왜 살이 찌는지 정말 알 것도 같다.



그래, 편의점에 가자. 지갑을 들고 현관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슈크림을 산다면 두꺼운 감자 칩도 사야 한다. 달콤한 것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짭조름한 것이 먹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나이 먹은 여자가 슈크림 하나만 사면 보기 안 좋다. - p60



그래, 부엌에 가서 특대 주먹밥을 만들어야지.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우울한 기분에 잠식된다. 먹을 때만큼은 행복하다. - p93



좀 이상하다. 자꾸만 먹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과식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분별하게 먹었지? 간호사 말처럼 일이 너무 바빴던 것이 원인일까? - p190



 각 사연의 주인공은 고마리가 쓴 다이어트 책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다양한 경로로 접한다. 심각한 정도를 측정하는 체크리스트 끝에 이 책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게 만드는 개별 지도 안내. 역시 장삿속이구나 책을 덮으려던 사람들은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란 문구에 이끌려 개인 지도를 신청하게 된다. 살이 찌는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마리. 다이어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다 알만한 상식이기에 혹시나 비법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바꿔 생각해보면 이 당연한 걸 못하니 아직도 뚱뚱하게 살고 있구나 한탄스럽기도... 가족 뒤치다꺼리에 바빠 시간이 없는 주부에게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코치하고 부모님의 반대로 파티시에라는 꿈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겐 인생 선배다운 조언을, 그토록 싫어하는 아버지를 닮아가며 폭력성을 띠는 회사원에게는 따끔한 충고를,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해 자존감이 낮아진 초등학생에게는 바쁜 엄마 대신 푸근한 정과 보살핌을! 그렇게 사례자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는 고마리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찌르르하고 뭉클한 구석이 있다. 읽으면서 맛있는 도넛을 먹을 탓에 살이 더 찔 위기에 처했지만, 마음의 살을 빼 준다는 처방만큼은 특효였던 듯. 눈물 찔끔 날 감동은 아니지만, 가슴이 따스해지는 소박한 온정과 인간미에 심심한 위로를 받았다고나 할까? 마음에 덕지덕지 붙은 군살을 뭉근하게 녹여준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자, 이젠 진짜 살도 빼볼까요? 으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