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밤의 주방 욜로욜로 시리즈
마오우 지음, 문현선 옮김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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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여섯 밤의 주방

글쓴이: 마오우

옮긴이: 문현선

펴낸 곳: 사계절 출판사 / 욜로욜로


"지옥 주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뭔가 가져가기 싫은 기억이 있습니까?"

 

 죽자마자 흑무상에게 이끌려 지옥으로 간 여인. 염라대왕과 이미 아는 사이인듯한 그녀는 스스로 잘못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지옥의 '맹파'직을 맡게 된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맹파. 그녀와 여러 흑무상과 뚱뚱하고 게으르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 백무상 그리고 염라대왕이 만들어 간 열여섯 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스쳐가는 지옥 주방이지만 그날 이야기 주인공이 되는 망자는 하나 혹은 둘. 마지막으로 원하는 식사만큼이나 가지각색인 그들의 사연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살아서는 목숨을 이어주던 음식이 죽어서는 주마등으로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며 가져가기 싫은 기억을 놓아주도록 위로해준다. 죽기 직전 먹었던 음식을 택할 수도 있지만, 생전에 사연이 있는 음식을 택하기 일쑤인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콧등이 시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망자는 열한 번째 밤에 지옥 주방에 온 엄마와 아들. 자신의 실수로 성불구가 된 아들과 그로 인해 깨진 가정. 한순간의 실수로 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남긴 엄마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온전하게 살아가지 못한다. 그런 엄마를 조롱하고 증오하며 원망하고 이용하는 아들. 나 역시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그녀의 삶이 너무 박복하고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졌다. 결국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거두고 함께 눈을 감은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 식사를 준비했을까?


 가능하면 손님이 원하는 어떤 요리든 만들어주던 <심야식당>의 마스터와 단골손님들이 자아낸 아름답고 가슴 따스한 이야기처럼 지옥 주방의 맹파, 흑무상과 백무상은 망자의 한을 달래주고 다시 환생할 수 있도록 혹은 죗값을 치르도록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아직 풀리지 않은 맹파와 백무상 그리고 염라대왕의 사연 덕분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열여섯 밤의 주방』. 어쩌면 작가는 끝내 그들의 사연을 속 시원히 알려주지 않을 작정이겠지만, 열여섯 밤이 육십 밤이 되고 백 번째 밤이 될 때까지 나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셈이다. 부디 꼭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본다. 세상 마지막 날, 나는 맹파에게 어떤 음식을 부탁할까? '오늘 손님도 무척 좋은 삶을 살았다.' 맹파가 내어주는 음식과 그 한 마디면 신나는 인생, 미련 없이 잘 놀다 간다며 마음을 놓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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