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 - 하고 싶은 게 많고,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하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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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

글과 사진: 하지혜

펴낸 곳: 책과 나무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때 이말이 그렇게 싫었다. 어떤 의도로 건네는 말인지는 잘 알지만, 전혀 위로되지 않는 말이었기에 '왜 아파야 청춘이지? 청춘이면 다 아파야 해?'라며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던 그 시절의 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난 참 불만이 많았구나. 청년이기에 밝아야 하고 청춘이기에 에너지 넘쳐야 한다는 세상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기엔 대한민국 청년들은 너무 지쳐있다. 누가 '백수'가 되고 싶어 되겠냐마는 백수 탈출이 쉽지도 않거니와 그렇다고 또 아무 데나(?) 취직하기는 싫은 이 복잡한 심경을 누가 알아주리오! 겪어 보지 않은 혹은 너무 오래전에 겪었던 이의 위로와 격려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 터, 그래서 여기 진짜 백수가 출동! 낭만 넘치는 청년 백수, 하지혜 작가가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소위 말하는 스펙, 작가의 스펙은 나름 괜찮았다. 20대 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기에 가능했을 이력. '방송 판'에 들어가고자 문화콘텐츠학과를 선택하고 런던으로 10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 작년에 드디어 방송쟁이가 됐다는 작가. 한데, 상상했던 것과 달리 살벌하고 쓰라린 방송 판에서 작가는 도망치듯 달아났다고 한다. 밤이면 자신을 덮치는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싶어 적어 내려간 글 꼭지를 차곡차곡 모아 하나로 엮은 작품이 바로 이 책 『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다. 원하는 일을 해보았기에 실패한 인생이 아니건만,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는 불안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 자신의 부족함으로 끊어진 인연, 가족에 대한 고마움, 비행에 대한 추억, 요즘 자연에 푹 빠졌다는 고백까지 백수라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그녀의 삶은 생각보다 알차고 흥미진진하다. 그래, 백수라면 응당 이래야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에 삼선 슬리퍼는 던져 버렷!


 백수 생활 1년을 채우며 작가가 깨달은 건 '꿈이 없고 목표가 없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일'이란 것과 '스스로를 알아감'. 그리고 또 하나 '내 인생이 내 것이라고 해서 내 앞에 놓인 길을 혼자만 빠르게 걸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함께 울고 웃어줄 존재가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빚어낼 미래를 지닌 작가는 분명 아름다운 청춘이다. 너도나도 입버릇처럼 말하는 '10년만 젊었어도...'의 그 10년을 거머쥐었으니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백수가 동지들에게 전하는 심심한 위로. 억지로 눈물 콧물 짜내지 않아도 짠하고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예쁘고 희망찬 작가의 삶에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가만... 책을 냈으니 이제 백수 아니잖아? 하지혜 작가님의 백수 탈출을 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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