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도요새 이야기 - 기 드 모파상 단편집 새움 세계문학 2
기 드 모파상 지음, 백선희 옮김 / 새움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멧도요새 이야기

글쓴이: 기 드 모파상

 옮긴이: 백선희

 펴낸 곳: 새움 출판사

 

 단편 소설의 대가, 기 드 모파상.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 시절이었다. 모파상의 대표작이라는 『비곗덩어리』도 인상 깊었지만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설은 『목걸이』. 예쁘게 꾸미고 파티에 가고 싶어 목걸이를 빌린 주인공이 그만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새로 사서 돌려주기 위해 남편과 함께 몸이 닳고 닳도록 일해 겨우 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에 빌렸던 목걸이가 모조품이었다는 사실. 목걸이를 갚으려고 10년 동안 갖은 고생을 했건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는지! 그때의 충격으로 모파상이라는 이름은 내 기억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잊히지 않았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다시 만난 그의 단편 작품집 『멧도요새 이야기』! 이전에 읽었던 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이기에 어찌나 기대되던지!

 

 총 1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멧도요새 이야기』. 그 시작은 이렇다. 늙은 남작이 집에 온 여러 손님에게 멧도요새 요리를 대접하며 몸통만 먹게 한 후, 그 새의 대가리를 룰렛처럼 돌려 채택된 한 사람에게 대가리 전부 몰아주고, 진미를 혼자 즐긴 보상으로 재밌는 얘기를 한 편씩 하도록 한다는 내용. 두 장짜리 이 짧은 단편의 제목이 바로 『멧도요새 이야기』고, 나머지 16편의 시작을 알린다. 기차에서 한 아가씨를 추행했다가 신세를 망친 모랭과 그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나섰다가 피해자인 아름다운 아가씨와 동침한 라바르브의 이야기, 온 가족을 잃고 오랜 세월 미친 채로 지내다가 적군에게 험한 꼴을 당한 미친 여자, 젊은 시절 발레의 세계를 주름잡던 두 노인의 슬픈 미뉴에트, 개를 우물에 던져 넣고 다시 꺼내고 싶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돈 때문에 포기하는 대책 없는 부인, 멍청한 딸을 돈 많은 노인네와 붙어먹게 한 비정한 아버지 등등 모파상이 전하는 단편은 상당히 현실적이며 인간의 추한 본성을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건 그저 소설일 뿐이야!'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났을 법한 안타깝고 씁쓸한 이야기들. 물론 연민을 자극하는 따스한 이야기도 있지만, 막장에 가까운 스토리 전개가 충격적이어서 감동보다는 척박하고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모파상 소설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치밀한 묘사력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주옥같은 문장 중에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따금 큰 술통처럼 배가 불룩한 회식자가

밖으로 나가 근처 나무에다 속을 비우고는

다시 이빨에 새로운 허기를 장착하고 돌아오곤 했다.

아낙들은 코르셋 때문에 몸이 둘로 잘려

상체와 하체가 부풀대로 부풀고

블라우스는 공처럼 팽팽해져서 숨이 막혀

얼굴이 진홍빛이 되어도 정숙을 지키며 식탁에 남아 있었다"

- p75, 노르망디식 장난

 

 130여 년 전에 쓴 소설이라 시대의 괴리감을 피할 수 없지만, 지금 읽어도 상당히 세련되고 문장의 맛이 살아 있는 건 전부 모파상의 글솜씨 덕분이리라!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자살 시도까지 했던 그이지만 글에 대한 열정만은 최선을 다해 지켰던 프로 정신을 보며 절로 경외심을 느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모파상의 다른 단편도 완역본으로 만날 날을 꿈꾸며 그가 민낯으로 담아낸 인간의 본성과 연민을 되새겨 본다. 참, 이 책에는 모파상의 데뷔작인 『비곗덩어리』가 특별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고 또 하나의 명작을 즐기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