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글쓴이: 김나연

 펴낸 곳: 문학테파리 / 도서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자, 제목만 보고 상상해보자. 과연 이 책은 어떤 장르일까? 에세이, 소설, 어쩌면 인문학? 아리송하다면 어떤 내용일지 생각해보자. 이 책은 야할까? 안 야할까? 일단 인간의 빼놓을 수 없는 욕구인 '섹스'라는 단어를 제목에 대놓고 드러내니 많은 사람이 혹할 것이다. 나 역시 뭔가 막연한 기대를 품고 이 책을 만났으니 말이다. 결과는 제대로 낚였다. 혹시 관능적이거나 진하게 농염한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피해라! 하지만 내 경험을 빌어 말하자면, 난 실수에 가까운 이 책과의 만남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좋았다. 안 낚였으면 읽을 일 없었을 책! 이렇게라도 낚여서 소중한 연을 맺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마저도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 책은 에세이에 가깝다. 미리 읽은 분들의 추천사 중에 '각주까지 재밌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다. 깔깔거리며 웃을 포인트는 없고 그럼 술술 읽히고 흥미로워서 재밌다는 의미인데 그 경우라면 맞지만, 너무 큰 기대 없이 읽어야 오히려 좋은 감정을 느낄 거다. 그러니 최대한 기대감을 배제하고 읽기를! 그렇게 읽고 나면 이 책의 매력이 한층 커지고 짙어질 테니까. 부도를 맞고 갈라서게 된 아버지, 존재감을 위해 매달렸던 공부, 성격이 도무지 맞지 않는 엄마 등등 작가는 가족 이야기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시작한다. 순탄치 않았던 삶이지만 그렇다고 저 밑바닥도 아니었던 그 인생에서 아보카도 씨처럼 단단함을 느꼈다. 이 작가는 참 씩씩하구나. 그러면서도 때로는 외롭고 가슴이 쑤신 여린 구석을 드러내기에 인간적인 냄새가 풀풀 풍긴다.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날이 서 있지도 않은 문장들. 그저 무심하고 담담하게 들을 테면 들으라는 듯 흘리는 그 이야기에는 이상하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 일인 것처럼 혹은 소설 속 주인공 일인 양 슬며시 내비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자신과 가상의 인물 사이에 얇디얇은 막을 쳐놓고 간신히 경계를 긋는 것. 하지만 김나연 작가는 다르다. '이딴 막이 왜 필요한데?'라는 느낌으로 호기롭게 막을 걷어내고 자기 얘기 좀 들어보라며 거침없이 쏟아낸다. 바로 이 점이 작가를 '아무나'가 아니게 하는 차이다. 독특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여 열대과일처럼 향이 짙고 쉽게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다. 이런 매력과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 글에 우리는 끌리는 것이다!

  그럼, 이 서평을 여기까지 읽고는 도저히 미련을 못 버리고 '정말 야한 얘기는 안 나오는 거야?'라고 자문하실 분을 위해 살짝 알려드리자면... 야한 이야기 나옵니다! 근데 저급하고 외설적인 그런 이야기는 아니에요. 딱 누구나 겪을 법한, 하지만 아무나 솔직하게는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성생활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굳이 엄청나게 야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 넘치는 책! 저처럼 낚여서 또 하나의 훌륭한 에세이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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