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정본 택리지 (보급판) - 이중환, 조선 팔도 살 만한 땅을 찾아 누비다
이중환 지음, 안대회.이승용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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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휴머니스트 출판사다! 믿고 보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야심 차게 출간한 신간, 완역 정본 택리지! 1751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택리지. 안타깝게도 원본이 소실된 탓에 200여 권의 이본(異本)만 남아 있는 상황인데 원본에 가까운 택리지를 만나게 될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연구진이 6년간 작업한 끝에 출간한 이 『완역 정본 택리지』는 이중환이 저술한 원본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200여 권의 이본을 하나씩 살피며 비교하고 고증하여 믿을만한 최상의 결과를 뽑아냈다고 하니 다시 없을 택리지임이 확실하다.

 그럼, 택리지란 무엇인가? 택리지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기에 앞서 저자 이중환의 삶을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다. 2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관료 생활을 하다가 30대 중반에 당쟁으로 인해 설 곳을 잃은 이중환은 이후 죽을 때까지 철저하게 배척당하며 다시는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다. 당시 조선에서 관직에 오르지 못한 사대부는 한양에서 생활할 수 없었고, 결국 삶을 꾸릴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런 처지가 비단 이중환 혼자였겠는가? 당시 벼슬에 오르지 못한 사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였다.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하던 이중환은 조선 8도를 방방곡곡 누비며 어디서 살면 좋을지 4가지 기준을 세워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리(지리적 길지, 배산임수), 생리(물자적 풍요, 교통의 편리), 인심(문화, 인심)과 산수(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까지 각 지방의 장단점을 깨알같이 정리한 책이 바로 택리지다. 택리지의 원제가 '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였음을 감안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택리지는 베낀 이의 목적에 따라 지리지로 때로는 여행책으로 사용되는 등 여러 면에서 인기를 끌며 조선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원본이 소실되어 확인할 수 없던 그 택리지를 오랜 연구를 거쳐 한 권으로 엮어낸 이 작업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임이 틀림없다. 그런 책을 읽게 되었으니 나는 행운아!

 

 

 

 

 

 『완역 정본 택리지 는 옛 지명을 현대식으로 표기하여 어느 지역인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 그 명칭으로 표기됐다면 내가 과연 해독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절대 불가능! 조선 8도 중에 가보고 싶어도 가볼 수 없는 평안도, 함경도와 황해도를 제외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와 경기도 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역은 역시 내가 사는 충청도!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기에 잘 알고 애착이 가니 사심 가득한 관심으로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살기 좋은 곳으로 공주를 대추를 심기 좋은 곳으로 보은을 꼽는 것을 보고 새삼 그 식견과 안목에 감탄하며 이중환의 팔도 이야기에 한없이 빠져들었던 시간. 지금으로 치면 부동산 투자 성공서나 마찬가지니 그 시절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 책이었을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저자는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각 지역을 살피며 어느 곳도 무조건 좋다고 꼽지는 않았다. 어느 한 곳 마음 붙일 곳 없는 자신의 처지가 일부 투영되었던 것일까? 

 그 시절 상황을 알 수 있는 여러 지도와 자료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하고 때로는 저자가 착각하여 잘못 적은 실수도 찾아가며 며칠 동안 조선 8도 유람을 이어갔다. 대대손손 전해져야 할 이런 귀한 자료가 완역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많은 분께 이 책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잘 보관해두었다가 우리 꼬마가 크면 손에 꼭 쥐여줄 생각! 택리지 이본을 지금까지도 보관하는 집이 있다고 하니 100년 후엔 어쩌면 이 책이 유일한 택리지 정본으로 전해지지 않을까? 귀한 책을 만나게 해준 휴머니스트 출판사와 고생한 연구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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