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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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죽재전보
지은이: 호정언
옮긴 이: 김상환
해설한 이: 윤철규
펴낸 곳: 그림씨

 

 

 

 

 특별하고 귀한 책을 만났다. <십죽재전보>라는 제목과 표지 분위기에서 풍기는 비범함에 흠칫하게 되는 책. 어렵지 않을까 자칫 겁먹기에 십상이지만, 난 마음속에 작은 촛불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해!' 반갑게 집어 든 <십죽재전보>는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그럼 제목부터 살펴보자. <십죽재전보>란 무슨 뜻일까?

십죽재 - 명말청초에 활동한 예술가인 호정언의 호이자 서재 이름.
 푸른 대나무 10여 그루를 심고 밤낮으로 예술에 매진했던 곳.
- 편지나 시를 적은 작은 종이.
-여러 시전지를 한데 묶은 것.

십죽재 + 전 + 보: 호정언이 십죽재에서 펴낸
편지나 시를 적는 고급 시전지 묶음!

 <십죽재전보>의 저자인 호정언은 문인이자 출판업자로 인물 그림과 꽃 그림에 능했고 글씨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호정언이 1645년에 기획, 제작한 작품이 바로 <십죽재전보>이다. 호정언의 <십죽재전보>는 본래 총 4권에 33개의 주제로 나뉘어 261점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그림씨에서 엮어낸 이 책에서는 그중 100점을 추려내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조심스레 겉표지를 벗겨 내니 책을 180도로 펼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한 누드 사철 제본임을 알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종이에 풀을 바르고 실로 꿰매 멋진 고서 느낌이 물씬! 이 또한 그 시절 그 감성으로 오롯이 책을 즐기라는 편집자의 배려이리라. 그 정성과 고운 마음 씀씀이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십죽재전보>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시전지의 역사, 호정언이라는 인물과 작품 그리고 <십죽재전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담긴 20페이지가량을 읽고 나면 이극공이 쓴 서문과 총 100점의 작품이 간단명료한 해설과 함께 실려 있다. 그 시절에는 파격적이었던 두판 기법(다색 목판화)과 공화 기법(볼록 인쇄술)으로 완성된 멋진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몇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림 속에서 온전히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교훈을 애지중지 가슴에 담았다. 

 손으로 직접 그려 목판으로 찍어내고 동양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색을 입히며 글을 더해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아까운 걸 어떻게 썼을까?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아껴가며 보고 싶을 때만 살짝 꺼내서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그 시대의 낭만과 멋이 한껏 깃든 시전지가 아까워 나라면 차마 못 썼을 것 같다. 골동품 수집을 즐겼던 호정언의 수집품과 바위, 꽃 등의 자연을 즐기고 있노라니 어느새 시구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풍경이 흐르고 여러 은둔자의 일상, 용을 닮은 환상의 생물 그리고 교훈과 인정이 담긴 미담이 이어진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100점의 작품에서 17세기에 저물어가던 명나라와 떠오르던 청나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했던 시간! 호정언의 <십죽재전보>에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 장인 정신과 이 작업을 좋아하며 즐기던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 정신과 마음은 아마 그림씨도 같으리라. 그림씨가 펴낸 <십죽재전보>라는 이 책은 누군가는 꼭 만들어줬어야 할 귀한 자료이자 선물이니까.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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