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예술이 된다 - 셀피의 시대에 읽는 자화상의 문화사
제임스 홀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얼굴은 예술이 된다> 공허한 듯 보이지만 실은 슬픔으로 가득한 반 고흐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여서 그랬을까? 글쎄...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어쩐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얼굴. 반 고흐의 그 수심 가득한 얼굴 덕분에 <얼굴은 예술이 된다>라는 책으로 손을 뻗게 되었다. 손에 쥐어 본 책은 상당히 두툼했다. 도톰이 아닌 두툼! 표지가 양장본인 데다 총 464페이지라 두께가 상당하고 명화를 선명하게 싣고자 빳빳한 아트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여 제법 묵직했다. 자, 그럼 이제 화가들의 자화상을 따라 그림 여행을 떠나보자.

 보통 자화상이라고 하면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텐데, 자화상의 범주와 종류는 꽤 넓고 다양하다. 양피지, 캔버스, 목판, 패널에 그린 그림부터 때로는 조각, 동전 혹은 동상까지! 예술가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한 자화상의 한계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등장하는 인물 역시 화가 자신에 국한되지 않고 연인, 지인 혹은 부부 등 여럿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그간 익숙했던 자화상의 고정관념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타파했다.

 그럼 이 책은 누가 쓴 걸까? <얼굴은 예술이 된다>의 저자, 제임스 홀은 미술가이자 강연자 겸 방송 진행자로 활동 중이고 현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미술사학과의 연구 조교라고 한다. 미술사에 있어 인정받는 미술가인 것 같다. 대학 쪽에 몸담고 있어서 인지 이 책은 대중적인 미술서라기보단 대학 전공 서적 느낌이다. 방대한 지식을 다루다 보니 내용에 비해 그림 자료가 부족하여 글로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자화상을 주제로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아우르는 터라 초보 미술 애호가인 나는 열심히 쫓아도 놓쳐 버리곤 해서 여러 번 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음. ㅜㅜ (명화에 관한 지식 부족에 안타까워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는!)

 이번에 배운 지식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우선, 중세의 자화상에서는 배경이 종종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중세 말까지는 필경사와 화가가 동일인물인 경우도 많았다. 필경사란 지금으로 말하면 캘리그라퍼인데 당시에 양피지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여 필경사가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배운 재미있는 지식 또 하나! 현존하는 작품 중, 자화상을 그리는 미술가의 모습을 모사한 가장 오래된 그림은 무엇일까? 1402년 프랑스 제작 필사본에 등장한 마르시아라는 고대 로마 미술가의 초상화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삽화가가 누구인지 몰라 그림을 그린 이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자화상을 그린 마르시아>라는 작품을 통해 그 시절 화가들이 어떻게 자기 얼굴을 화폭에 담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얼굴이 예술이 된다>는 단순히 자화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 상황과 각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 인물의 견해, 그들이 겪었던 의견 충돌 등을 비롯하여 예술을 넘어서 심오한 철학과 인간이 겪는 번뇌까지 담아내고 있다. 폰트 9 정도 될 것 같은 깨알 같은 글씨에 놀라고 꽉꽉 들어찬 알찬 내용에 또 놀랐던 시간. 좀 더 깊이 있고 정확하게 탐독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한 지식을 드러내며 그림에 대해 아직도 배우고 익힐 것이 많구나 뼈저리게 실감했다. 더 많은 미술 서적을 통해 기초를 튼튼히 하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 다시 읽어보자. 멀지 않은 날, 꼭 만나자며 속절없는 다짐을 하고 아쉬움에 표지를 쓱 쓰다듬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얼른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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