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소화 - 삼시 세끼, 무병장수 식사법
류은경 지음 / 다산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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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과일로 몸을 살리다

자동차는 완전 연소가 아닌 불완전 연소가 되면 매연이 심하고 연비도 떨어지죠. 사람도 음식이 완전 소화가 되지 않으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거라 생각되었어요. 음식을 적게 먹어도 그 안에 든 영양분을 알차게 소화할 수 있다면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 읽게 되었어요. 


먼저, 몸의 내부 환경에 중요한 4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합니다.
1)몸의 독소상태
2)영양상태
3)PH밸런스
4)전하상태


다양한 형태로 발생되는 체내 독소와 다른 문제들이 병을 일으킨다고 해요. 독소 제거에는 막스 거슨 치료법으로커피 관장과 녹즙 13잔을 추천하고 있어요. 커피 관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나와있지 않아요. 어떤 커피를 어떻게 사용하라는 건지 나와 있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어요.
 
책을 읽다 놀란 부분은 완전식품이라 믿어온 우유에 대한 신랄한 비판입니다. 유제품을 먹는 사람은 점막 영양 흡수 능력이 저하되고 우유가 소화기 점막을 끈끈하게 만들어 음식 소화를 더디게 한답니다.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은 위산에 응고해 소화가 잘 안되고 우유 속 칼슘은 혈중 칼슘 농도를 상승시켜 몸에선 뼈를 녹여 칼슘을 배출한다네요. 게다가 우유는 산성식품이라 골다공증 원인이 되고, 우유의 지방은 장내 세균 늘리며 젖소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먹기 두려워질 정도네요.  


비정상적 동물 공장이나 마찬가지인 가축 사육 때문에 육류에 대해서도 비관적입니다. 소고기의 단백질 함량은 50%이하이고 아스파라거스는 27%, 말린 완두콩에 21%나 들어있으며 과일, 현미에도 있다고 권합니다. 운동만으론 지방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고, 오메가 3는 꼭 필요한 걸로 나와요. 몸의 리듬에 맞춰 음식 섭취를 제안하는 내용을 따라해볼 생각입니다.


* 몸의 세 가지 리듬을 지켜라


독소 배출기 새벽4-12시: 사과 중과 크기 과일 3개 
음식 섭취기 12-22시: 탄수화물, 단백질 음식 섭취 
재합성하는 동화 주기 22-4시: 멜라토닌 분비위해 위장 휴식


나이가 들면 입속의 침이 줄어드는 것처럼, 몸의 효소가 부족해진대요. 과일, 채소를 먹는 이유도 부족한 효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랍니다. 유산균을 별도로 먹을 필요는 없고, 과일, 채소로 충분히 장내 세균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고도 해요. 화장실의 변기에서 황금색 바나나를 보는 게 제일 좋고, 토끼똥을 보면 체내에 독소가 흡수될 수 있어 제일 안좋다고 합니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보다 간단한 식사가 좋고 과일은 한 종류씩 먹고 다른 종류의 과일을 먹으려면 30분 후가 좋다고 하니 상식과는 다르죠. 양배추를 여러모로 추천하셨으니 일단 양배추와 제철 과일부터 구매해서 시작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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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 사회 - 제국과 식민지의 번안이 만든 근대의 제도, 일상, 문화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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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두 개의 서양이 공존한다. 



하나는 일본이 번안한 서양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번안한 서양이다. P.8


우리가 먹는 돈가스의 방식이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건 알지만 아무 생각없이 좋아하던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식민지 잔재라는 지적을 보니 그런걸 이제야 깨닫게 되네요. 

외세에 치이며 살아온 우리나라에서 서구의 문물을 번안한 것이 많다니 [번안 사회]를 통해 어떤 것들인지 새롭게 알고 싶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번안했고 한국은 식민지 시대와 1960년대에 일본에서 받아들인 걸 다시 번안했다고 합니다. 


1부 제국의 번안과 식민지

2부 번안 사회의 생활문화

3부 번안과 대중문화


1부 제국의 번안과 식민지에서는 일제 치하의 영향과 1960년대 번안도 일부 다루고 있어요.


한자와 영어를 포함한 서구어, 일어, 한글의 상호작용 속에서 진행된 근대어 번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거치면서 공고하게 뿌리내렸다. 일제의 정치적 지배는 말의 지배를 통해 완성되었다. p.33


말은 타자에 대한 직접적 행동이지만 글은 생각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사유를 촉발하며 다른 행동의 계기를 제공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양어를 직접 자신의 말로 번역하지 못하고 일본이 만든 한자 기반 근대어를 그대로 갖다 쓴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디지털 시대의 말글에 깃든 독과 약을 갈라내는 진지한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p.39


성경, 찬송가의 역사와 여러 언어가 뒤섞이고 그걸 번안한 과정에서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평양 교회의 대부흥운동을 거쳐 내세적이고 내면적이며 탈정치적인 한국 개신교의 바탕이 이뤄졌으나 신사참배에 굴복했으며 해방 후 반공과 친미의 영향으로 기독교가 부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은사기념과학관을 통해 착취를 은폐로 둔갑시키고 과학기술의 혜택이 일제로 인한 거라는 인식을 주입한 것이라는 내용도 흥미로워요. 


독일의 라디오를 번안한 일본의 라디오 생산이 패전 후 전자 산업의 견인차가 되어 소니를 비롯한 회사들이 1960년대 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회사인 금성사가 일본 라디오를 모방하여 독일 부품을 조립해 만든 라디오로 정부의 국산품 애용 정책에 의해 성공을 거뒀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가진 건 시작과 비교하면 대단한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이 패망 후 포로를 감시하던 조선인 포로감시원 군속들이 전범으로 처형당했고 패망까지 일본군으로 동원된 조선인이 약 21만 명이나 되었다는 안타까운 내용도 있어요.


2부 번안 사회의 생활문화는 즐겨먹는 음식 돈가스의 소스와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로 잘린 것도 일본 방식이라는 소개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은 육식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믿기힘든 내용이 있네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인의 체력을 향상시키려 식문화 개선을 도모하게 된거라고 합니다.





일본식 경양식이 "빵으로 할까요, 밥으로 할까요?"라는 주문과 명색이 양식집인데 단무지를 곁들인 것, 미국산 원조 밀가루가 들어와 국수, 수제비, 붕어빵이 생겨난 건 재미있는 사실이네요.

조미료, 양조간장, 유니폼, 고무신 등 생활용품에서 도로, 아파트 등의 건축물까지 다루고 있어요.   

 

3부 번안과 대중문화는 라디오 정치, 근대 미술의 다양한 변형, 만화, 유흥업 등을 다루고 에필로그로 마무리 합니다.  



이 책은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하고 당시의 시, 노래 가사, 사진 등을 통해 번안의 흔적과 그것을 찾는 의미를 말합니다. 본문을 모두 컬러로 인쇄하여 훨씬 보기 좋아요. 




일제 번안물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은 그것을 직시하고 의도적으로 폐기하는 수준을 넘어 더 이상 그것이 필요 없는 근거와 터전을 만드는 길이다. P.13


프롤로그에 나왔던 이 말에 공감합니다. 한때 홍콩 영화와 일본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와 가요 등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어요. 국내에는 다른 아시아의 문화를 즐기는 소수의 덕후들이 있을 뿐이고요. 한복을 입는 사람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복입기를 억지로 강요할 필요없이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찍는 십대, 이십대를 흔하게 볼 수도 있어요. 젊은 세대가 태극기와 한글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도 높아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지적 수준이 더 나은 문화를 요구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향상된 문화로 순환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한편으론 번안된 문화가 부정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우리가 외부의 다양한 문화를 우리에게 맞게 수용하는 융통성과 여유를 가진 걸 수도 있으니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다문화 사회로 변화중인 우리에게 한편으론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시각적으로 잘 배치된 내용과 자료들로 보기 편했고 새롭게 발견한 과거와 생각의 폭을 넓히는 내용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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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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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외과수술 이야기

 


히포크라테스로서는 외과 수술이 목숨을 구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시대가 오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P.31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외과 의사들도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래야 막중한 책임감을 견디고 속에 남아 있는 죄책감과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P.20


이국종 교수님이 해적에게 총상을 입으신 석해균 선장님을 구해내시는 과정을 보고 외과의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의 기술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는 맹장 수술부터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큰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예측못한 변수가 발생할 여지는 너무나 많겠지요.

[메스를 잡다]는 마취도 없이 절단술을 행했던 끔찍한 과거부터 오늘날의 최첨단 수술까지 수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히 전한다고 되어 있어요. 특이하고 흥미진진한 수술 현장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니, 소설보다 스릴넘치는 실제 이야기를 기대되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최초의 외과의사의 등장은 골절로 인해 뼈를 맞추는 기술, 경험과 사람들이 신뢰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의 존재부터라고 말합니다. 골절된 뼈를 원래 자리에 정확히 돌려놓지 않으면 뼈 마모로 인해 퇴행성 관절 질환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니 이해되네요. 골절 후 깁스를 하는 이유도 뼈를 맞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고, 석고 붕대는 1851년 네덜란드 군의관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저자가 네덜란스 사람이라서 같은 나라 사람의 업적은 꼼꼼히 챙긴듯해요. 


17세기 암스테르담의 대장장이 얀 더 도트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직접 자신의 방광결석을 제거했다고 하고 외과의사가 그 내용을 꺼낸 결석의 삽화와 함께 자세히 저서에 기록했답니다. 사실 본문 내용 중, 이미 1세기 로마의 기록에 결석수술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요. 방광 결석은 매일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깨알같은 정보도 알려주네요.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에선 뇌에 총을 맞았다고 무조건 사망하는 게 아니라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호흡과 의식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뇌 깊숙이 위치한 뇌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에 따라 기능 이상이 생기는 정도라고 합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외과 의사에게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의사로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수준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경험을 쌓고 보강 교육을 받는 한편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p.123


정맥류의 원인이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인류의 직립보행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치질, 서혜부 헤르니아, 동맥경화 등의 질병도 직립보행으로 인해 생긴 질환이라고 하니 진화의 댓가인가 봅니다.


전신마취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출산의 고통을 못느끼게 하기위해 시도되었고 그녀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후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고 해요. 세균, 위생, 소독의 개념도 외과 수술을 통해 정립되게 되었고요.


과거에는 진단을 내리는 내과 의사가 소극적이었던 반면 외과의사는 문제의 원인 제거를 위해 칼을 이용하는 걸 선호했다니 성격차이가 뚜렷하죠. 저자가 내과 의사를 귀납적 사고를 하는 푸와로에, 외과 의사를 연역적 사고를 하는 홈즈에 비유한 점이 코믹하기도 했어요.   

  

로마시대에 이미 비만을 줄이기 위해 복부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이 시행되었다는 건 로마인들에게 새삼 감탄하게 만듭니다. 양초를 조명으로 사용하던 방법에서 현재 사용하는 내시경이 되기까지의 발전과정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요. 흔히 언청이라 불리는 구순열이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있다가 사라지는 배아 발달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거라고 합니다. 성형 수술은 매독이나 결핵으로 코와 턱의 형태가 변형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보형물을 집어넣는 방식에서 발전되었다고 해요. 


의사들의 진단서에 알아보기 힘든 영어처럼 쓰는 건 사실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된 용어이고, 몸의 복잡한 부분, 방향을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진단도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지켜본 이후에 내리는 것이 가장 좋다. 여기서 핵심은 기다림을 멈추고 치료를 시작해야 할 시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p.305 


이 책에선 전문적인 용어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수술 방법과 과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했어요. 대부분 끔찍하기도 기괴하기도 한 장면이라 외과의사들은 비위도 강하고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자는 상당한 자료 조사로 유인원, 로마인, 팝가수, 과학자, 왕과 여왕 등 많은 인물들을 다뤘고 기록들을 토대로 환자의 증상을 진단합니다. 에필로그에선 고전 SF작품에 등장한 외과 의사들 중 미래의 외과 의사 톱 10을 선정했어요.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사건들, 유머감각을 지닌 문장이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장편 소설로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저자의 글솜씨가 뛰어나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처럼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었을텐데 매끄러운 번역과 깔끔한 구성 덕분에 보기편해서 더욱 좋았어요.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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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거짓말 -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거짓말을 한다
엄윤숙 지음 / 책구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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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거짓말에 대한 고백



『부모의 거짓말』을 읽는 아이에게 부탁한다.

부모를 믿지 말라. 한순간도 의심의 끈을 놓지 말라.

『부모의 거짓말』을 읽는 부모에게 부탁한다.

거짓말하지 말라.  -p.9


아이를 달래기 위한 거짓말, 아이를 위한 거짓말, 자꾸 늘어나는 거짓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가장 믿어야할 부모에게서 배운대로 아이들도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고요.

『부모의 거짓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체할 방법은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서서히 망각되면서 

뼈아픈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p. 15 


부모는 '아이'라는 존재를 만나

비로소 '전부'라는 의미를 통렬히 알아가게 되었다. 

기꺼이 주고 또 주는 기쁨을 알게 되고, 

아낌없이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는 아픔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미련도 한계도 두지 않는 '전부'는 너무나 힘겹고 고단한 일이라 

부모는 '이만하면'이란 말에 스스로 깜박 속아 넘어가버린다.


'이만하면'은 

부모가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터무니없이 확신하면서

자신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하는 신호탄이다.


그렇게 

'너는 내 전부란다'라는 말은

아이를 허망한 자기 인생의 유일한 전리품쯤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몰염치한 거짓말로 전락하고 말았다. 

p.21-23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결과가 좋을 때만 유효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p.30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은

일단, 남이 우러러보는 높은 곳까지 충분히 올라간 후 낮은 곳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날 때, 시간 날 때, 잠시 잠깐 동정하다 이내 제자리로 신속하게 돌아가라는 주문일 뿐이다.

 

'겸손해야 한다'라는 말은

'겸손'과 '겸손한 척'을 구별하지 못하는 부모의

점잖은 척, 세련된 척, 공손한 척하는 

오만불손한 거짓말이다.

p.40-41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책임을 저버린 부모의 공허한 거짓말이다. p.52



목차에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어요. 중간에 붉은 바탕의 페이지에 흰 글자로 지난 내용의 핵심이 정리되어 있고요. 아마도 부모의 새빨간 거짓말을 흰 바탕에 붉은 글씨로 하기보다 반전의 의미로 이렇게 나타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페이지만 봐도 의미를 알 수 있고 구체적인 본문 내용으로 더 확실히 이해가 돼요.  책 내용 중 가장 의외로 느껴진 부분은 풋사랑에 대한 찬사였습니다.  



'풋사랑'은

모자라고 서툰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원형을 간직한 완전무결한 사랑이다.


그 누구도 사랑에 능숙해질 수 없고

그 누구도 사랑에 익숙해질 수 없다.

능숙해지면 뭉그러지고 일그러지며, 

익숙해지면 무감해지고 무덤덤해진다.

이땐 이미 사랑이 아니다.


상대의 무엇을 보고 하는 어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계산이 되었다.

자신의 무엇을 걸고 하는 어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가 되었다.

p.71-72


'어른들의 사랑은 거래가 되었다'라는 부분이 뜨끔할 정도로 예리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이기적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또 '애들은 몰라도 돼'라고 회피하는 대신 '언제든 알아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조근조근 차근차근 일러주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거무튀튀한 죽음의 시간을 유예시키려

아이에게 지금이 아니라 꼭 무얼 한 다음에야 청춘을 누릴 자격이 생긴다고 꼬득인다. P.143


'꿈'은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아니라

더 오래 참고 더 나중까지 견뎌야 할 인내에 대한 기도다.


진짜 '꿈'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서

부모는 아이에게 '꿈을 가져라'고 함부로 말한다.

정말로 '꿈'을 가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도 모르고서

부모는 아이에게 '꿈을 가져라'고 겁 없이 말한다.  P.151


이 책은 첫째로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을 위해 다시 생각해야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의 거짓말도 되지만 '어른'의 거짓말이기도 하고요. 부모가, 어른이 아이에게 흔히 말하는 그 속내를 드러내고 때로는 신랄하고 냉소적이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새 단원이 시작되기 전 붉은색의 X자 표시는 그 거짓말들을 그만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짧은 문장으로 시를 읽듯이 단락을 나눠 읽기 때문에 가독성이 높아요.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깊이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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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Studioplus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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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2개국에서 출간, 

인기를 끌고 있는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의 모양 캐릭터 그림책, 

그 두 번째 이야기!



표지에는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갈색 [네모]만 그려져 있어요. 단순한데도 뭔가에 놀란 듯한 감정이 느껴지는 모습이고 코믹하기도 해요.

책은 비닐 랩핑되어있고 앞면은 표지와 똑같은 그림이고 뒷면은 [네모]와 다른 친구들을 알리는 내용의 종이 한 장이 들어있어요. 책의 모양도 네모처럼 정사각형에 가까워요. 바탕이 무광택 재질의 미색 종이여서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멍하니 서 있는 네모와 "얘는 네모야." 라는 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네모의 비밀 동굴, 네모는 날마다 동굴 아래로 내려가 땅속 돌 더미에서 돌덩어리를 하나 골라 동굴 밖으로 밀어 올린대요. 언덕 위까지 가져가 돌 더미를 쌓아둡니다. 네모는 네모난 돌덩어리로 네모난 작품을 만들어요. 




하루는 네모가 일하는 데 동그라미가 왔어요. 

"네모야! 너 천재구나! 네가 조각가인 줄 몰랐어!"

"으응. 그런데 조각가가 뭐야?"

"조각가는 돌덩어리를 예술품으로 만들어 내."



동그라미는 네모의 돌덩어리가 네모를 조각한 거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자신의 조각상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동그라미가 거절할 틈도 없이 가버리고, 네모는 고민에 빠졌어요. 

매일 네모난 돌덩어리들을 쌓는 네모의 일상에 동그라미가 들어와 칭찬을 하고 네모가 별생각없이 만든 돌덩어리에 의미를 만들어 준 셈이죠. 게다가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주고 간 거예요. 


동그라미가 스스럼없이 네모에게 말을 걸고 제 조각상을 부탁하는 걸 보면 자신감이 넘치네요. 

얼떨결에 동그라미의 조각상을 부탁받은 네모는 완벽한 동그라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해요.

고생 끝에 네모가 동그라미의 조각상을 제대로 만들어 낼지? (그렇기도 아니기도)  

네모의 예술가적 천재성은 진짜일지??...궁금증을 갖게해요. 


그림은 단순하고 색채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그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결말에 대한 해석도 다양할 수 있고요.

동그라미는 동글한 생김새처럼 무던하고 낙천적이고 여기저리 잘 다니고 붙임성도 좋아보여요. 네모는 각이 진 모양처럼 정해진 일상만 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지내고요. 

어느날 갑자기 '천재 예술가'란 칭찬을 듣고 노력하는 네모가 귀여워요.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과제를 받아 도전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계속하는 끈기에 박수를!    

아이들은 네모와 동그라미의 행동과 말에서 더 많은 의미와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유머 담긴 재미난 이야기였어요.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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