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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거짓말 -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거짓말을 한다
엄윤숙 지음 / 책구경 / 2018년 8월
평점 :
부모의 거짓말에 대한 고백
『부모의 거짓말』을 읽는 아이에게 부탁한다.
부모를 믿지 말라. 한순간도 의심의 끈을 놓지 말라.
『부모의 거짓말』을 읽는 부모에게 부탁한다.
거짓말하지 말라. -p.9
아이를 달래기 위한 거짓말, 아이를 위한 거짓말, 자꾸 늘어나는 거짓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가장 믿어야할 부모에게서 배운대로 아이들도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고요.
『부모의 거짓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체할 방법은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서서히 망각되면서
뼈아픈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p. 15
부모는 '아이'라는 존재를 만나
비로소 '전부'라는 의미를 통렬히 알아가게 되었다.
기꺼이 주고 또 주는 기쁨을 알게 되고,
아낌없이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는 아픔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미련도 한계도 두지 않는 '전부'는 너무나 힘겹고 고단한 일이라
부모는 '이만하면'이란 말에 스스로 깜박 속아 넘어가버린다.
'이만하면'은
부모가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터무니없이 확신하면서
자신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하는 신호탄이다.
그렇게
'너는 내 전부란다'라는 말은
아이를 허망한 자기 인생의 유일한 전리품쯤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몰염치한 거짓말로 전락하고 말았다.
p.21-23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결과가 좋을 때만 유효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p.30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은
일단, 남이 우러러보는 높은 곳까지 충분히 올라간 후 낮은 곳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날 때, 시간 날 때, 잠시 잠깐 동정하다 이내 제자리로 신속하게 돌아가라는 주문일 뿐이다.
'겸손해야 한다'라는 말은
'겸손'과 '겸손한 척'을 구별하지 못하는 부모의
점잖은 척, 세련된 척, 공손한 척하는
오만불손한 거짓말이다.
p.40-41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책임을 저버린 부모의 공허한 거짓말이다. p.52
목차에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어요. 중간에 붉은 바탕의 페이지에 흰 글자로 지난 내용의 핵심이 정리되어 있고요. 아마도 부모의 새빨간 거짓말을 흰 바탕에 붉은 글씨로 하기보다 반전의 의미로 이렇게 나타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페이지만 봐도 의미를 알 수 있고 구체적인 본문 내용으로 더 확실히 이해가 돼요. 책 내용 중 가장 의외로 느껴진 부분은 풋사랑에 대한 찬사였습니다.
'풋사랑'은
모자라고 서툰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원형을 간직한 완전무결한 사랑이다.
그 누구도 사랑에 능숙해질 수 없고
그 누구도 사랑에 익숙해질 수 없다.
능숙해지면 뭉그러지고 일그러지며,
익숙해지면 무감해지고 무덤덤해진다.
이땐 이미 사랑이 아니다.
상대의 무엇을 보고 하는 어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계산이 되었다.
자신의 무엇을 걸고 하는 어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가 되었다.
p.71-72
'어른들의 사랑은 거래가 되었다'라는 부분이 뜨끔할 정도로 예리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이기적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또 '애들은 몰라도 돼'라고 회피하는 대신 '언제든 알아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조근조근 차근차근 일러주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거무튀튀한 죽음의 시간을 유예시키려
아이에게 지금이 아니라 꼭 무얼 한 다음에야 청춘을 누릴 자격이 생긴다고 꼬득인다. P.143
'꿈'은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아니라
더 오래 참고 더 나중까지 견뎌야 할 인내에 대한 기도다.
진짜 '꿈'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서
부모는 아이에게 '꿈을 가져라'고 함부로 말한다.
정말로 '꿈'을 가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도 모르고서
부모는 아이에게 '꿈을 가져라'고 겁 없이 말한다. P.151
이 책은 첫째로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을 위해 다시 생각해야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의 거짓말도 되지만 '어른'의 거짓말이기도 하고요. 부모가, 어른이 아이에게 흔히 말하는 그 속내를 드러내고 때로는 신랄하고 냉소적이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새 단원이 시작되기 전 붉은색의 X자 표시는 그 거짓말들을 그만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짧은 문장으로 시를 읽듯이 단락을 나눠 읽기 때문에 가독성이 높아요.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깊이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