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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GL] 공장의 밤 1 ㅣ [GL] 공장의 밤 1
빝은짗깔의치타 / 아마빌레 / 2020년 2월
평점 :
한 순간 가세가 기울고 오랜 시간 키워온 꿈도 날아가 버린 정유린과, 어려서부터 유린의 곁을 지켜 온 황연희가 현재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입주식 공장에 취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공장에서 만난, 유린을 너무나 싫어하는 김세진과 어째서인지 신경쓰이는 예쁜 강은하, 연희를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추현지와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 윤재희까지 등장인물의 개성도 뚜렷하고 여러 인간상이 나옵니다. 다들 개성이 뚜렷한데...참...저는 이 사람들이 다 공감도 안되고 이해도 안되어서 좀 힘들었습니다.
이유 없이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낭비꾼 세진은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고(아니 관리자로서 직원이 일 잘하게 하면 좋은거 아닙니까. 왜 괴롭히냐고) 공공연히 아웃팅하고 돌아다니는 현지도 이해할 수 없고(그냥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지 왜 아웃팅을 하냐고) 강간미수범이면서 피해자인 척 상처받은 척 하는 윤재희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일 문제인 것은 주인공인 유린과 그 곁을 지키는 연희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실이 진창이어서 죽기를 결심했는데, 자기가 싫다는 이유로 그걸 굳이 살려내서 시궁창에 처박은 다음 마음이 곁에 없다고 떼를 쓰는 연희...의 곁을 지킬 수 있다니 정신력이 철벽인 것 같습니다. 저같으면 원망으로 속이 시커멓게 변했을 것 같습니다. 진창에서 시궁창으로 옮겼을 뿐인데, 살아갈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고마워할 수 있는지!
게다가 죽겠다는 사람 자기 이기심에 살려 놓고 마음이 저에게 없다고 투정부리다가 유린을 괴롭히는 세진과 사귀는 연희는 제 이해의 영역을 벗어났습니다. 자기가 수면시간이 부족하여 작업 실수한 것을 유린이 다 뒤집어 쓰게 내버려두고 유린이 세진에게 온갖 수모를 겪는데, 사랑한다 말해놓고 밤일을 포기하지 못해서 계속 실수를 하다 결국 일어나지 않았어도 될 사건을 일으킨 연희는 최고 이해 못할 캐릭터였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 진창에서 꺼내 수렁에 넣을 이유가 있나요.
유린의 사연이 안타깝고 성격도 조용하고 차분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꽤 놓은 상태여서 소설의 분위기가 꽤나 우울합니다. 피폐물은 잘 읽어나가는데 우울한 소설은 등장인물의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기피하는 편인데다 저녁 늦게 읽어서 감정이 폭발하는 바람에 더 읽는게 힘들었습니다. 저랑은 안맞아서 힘들었지만, 피폐물 좋아하는 분들은 확실한 피폐함을 만끽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