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훔쳐보다
이채현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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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나가는 시를 써서 사회적으로 매장되어버린 시인 한계령.

지독한 열병 같은 첫사랑을 잊지 못해 한계령에게 해코지 하려고 해킹까지 했다가 한계령을 사랑하게 된 의문의 남자 마해영.

오랜 침묵을 깨고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소설가 이인아.

인디밴드에서 성장하여 뮤지컬과 영화음악까지 발을 넓힌 천재 음악가 여하진.

연기와 노래는 잘 하지 못하지만 열정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아이돌 조소희.


셋이면서 다섯인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한 편의 극을 보는 듯한 문체와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사람에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과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두 개의 호수가 존재한다면, 한계령은 어려서 겪은 사건으로 두 호수 모두 말라버린 사람이고, 여하진은 자신을 위한 호수의 물까지 퍼서 타인을 위한 호수에 퍼부어 흘러 넘치는 물을 감당 못하는 사람이고 조소희는 남을 위한 호수의 물까지 땡겨 써서 자신을 위한 호수만 남아버린 사람 같았습니다. 


덕분에 감정 과잉인 여하진과 조소희를 보면서 너무 힘들다가 이인아를 보면 안정감을 느꼈는데...후반부로 가면 셋 다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쳐서 담담한 삶을 사랑하는 저는 셋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찼습니다. 자기를 버렸다고 차도로 뛰어드는 그런! 너만 있으면 내 삶은 필요가 없다는 그런! 격정정인 사랑은 책으로만 봐서 그런지 여하진의 절절한 사랑이 사실...이해가 잘 안되었어요. 대신 늘 옆에 있으며 마음의 보호막이 되어준 마해영의 잔잔한 사랑은 따뜻해서 실제 만남보다 컴퓨터를 통한 대화가 저는 보기 편하고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계령의 데뷔작이자 문제작 시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대체 어떤 시였는지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시대를 앞서갔다거나 또래는 환호하고 어른은 매도했다거나 하는 설명 뿐) 너무 궁금했습니다. 시대를 흔든 시는 모르고 노래라면 서태지 씨의 교실 이데아나 HOT의 전사의 후예, 위 아더 퓨처, 아이야 등이 생각나는 사람이라서(언젯적 노래인지) 궁금증은 커지는데 실제 시의 구절 하나 나오지 않아 서운했습니다. 


몰카는 범죄고 해킹도 범죄인데 너무 물 흐르듯 흘러가버린 것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이인아가 당한 범죄와 이인아의 목숨 더하기 그녀의 곁에서 늘 방패막이 되어 주었던 마해영의 10년이란 시간 둘의 무게를 저울질 할 사람은 제가 아니고 이인아이기에 이인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시 하나 썼을 뿐인데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피해자가 괜찮다는데 범죄를 이유로 사회에서 매장해버리는 대중의 모습에서 생각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소설이 아닐텐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어요. 장르 소설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할 거리를 얻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입니다. 


* 큰 오/탈자가 없어서 기분 좋게 읽었는데 마지막에 회계...가 나왔네요. 회계는 제가 하는 일이고 여하진은 회개를 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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