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L] 미니슈퍼
이주웅 / 시크노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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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생없이 무난한 인생을 살아온 이해명은 아버지 사업의 갑작스런 부도 소식에 유일한 희망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16년간 찾지 않았던 할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할아버지의 집이 어디인지 몰라 헤매다가 빗속에 정신을 잃고 만 해명과 그런 해명을 주운 미니슈퍼 주인 김상의 유쾌했던(과거형이라 슬프네요...) 일상과 아픈 진실, 이별 및 재회가 비와 어울리는 감성과 함께 펼쳐져서 읽는 내내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돈도 받지 않고 물건을 파는 미니슈퍼의 사장, 시골 구석구석을 전부 알고 누군가에세 무슨일이 생기면 엄청난 기운이 솟아나는 슈퍼맨 김상과 할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한다는 못된 생각을 품고 시골로 왔지만 마음이 약해서 행동은 못되질 못했던 해명이의 조화가 좋았어요. 오래도록 만나러 오지도 않았던 손자가 재산을 뺏으러 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해명은 김상에게 이차우라는 이름을 대고 마는데 챕터제목도 차우차우여서...귀여웠습니다. 


낯선 시골에 적응하지 못한 해명이를 놀리면서도 다정하게 챙겨주는 김상의 조화가 따뜻해서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온기가 느껴져 좋았고, 꿈속에서 팬티를 찾는 해명이의 개그컷이나(너는 이제껏 팬티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썩은 가지색 학교 운동복(저도 썩은 가지색 입었습니다. 갑자기 동지애를 느끼게 된...)같은 세세한 설정에서 마음껏 웃었어요. 


가벼운 분위기가 중반까지 이어져, 할아버지 작업장에서 갑자기 엉키는 둘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보시면 눈물 쏙 뽑으려고 쯧쯧...하면서 걱정했는데 그건 오지랖이었고 정작 눈물 뽑은 것은 저였습니다. 둘의 작은 접촉 이후로 급변한 글의 분위기처럼 저의 마음도 무거워 졌지만 생각 외로 강단있는 해명이와 그런 해명에게 푹 빠진 김상이 돌고 돌아 결국 자기가 있을 자리에 돌아오는 장면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어요.


정감있으면서도 현장감 느껴지는 시골마을 묘사나 섬세하게 그려진 둘의 심리 변화, 눈앞에 있는 것 같이 생동감 넘치는 해명이와 김상의 인물설정이 읽는 내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서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마음 포근해지는 소설을 읽어 즐거웠습니다. 끝까지 읽고 나니 책 표지가 이해되었습니다. 역시 시크노블의 표지는 사랑할 수밖에 없네요.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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