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사랑에 빠진 로렌스 & 사랑에 빠진 데미안 (전2권)
뾰족가시 지음 / 더클북컴퍼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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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지 않던 네 청년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오페라를 감상하는 기분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이하 스포 심함-

유명한 오페라 가수이자 무명의 극작가인 로렌스 J. 밀러는 바람둥이라는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진실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랑에서는 풋내기입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직진하느라, 다가오는 모든 여성에게 친절했지만 진실된 사랑을 한 경험은 없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 연애 대상으로 삼은 에밀리의 사촌인 고학생 클리프 L. 오닐 자작 역시 순진한 대학생이고 연애 경험이 전무합니다. 클리프는 소중한 사촌동생이 바람둥이로 소문난 로렌스에게 빠져 상처입을 것을 걱정하여 로렌스에게 온갖 설교를 늘어놓지만, 정작 자기 자신도 사랑을 해보지 않아 에밀리의 마음도 로렌스의 사정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로렌스도 이번에야말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던 에밀리와 헤어지게 되어 심란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렌스가 사고를 당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클리프는 그가 재기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고 그런 클리프를 사랑하게 된 로렌스와 둘은...알콩달콩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두 커플은 로렌스가 성악가이자 극작가이고 클리프가 작곡가여서 그런지 오페라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중간중간 오페라의 소절이 인용되기도 하고요, 로렌스가 처하는 상황 - 계단에서 사고를 당해 절름발이가 되어 공연할 수 없고 인기 추락 - 도 그렇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극적'이란 느낌을 줍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는 것 같이 파티도 하고 춤도 추고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도 기품있고, 오페라같은 과장도 가미 된 글에 중간중간 나오는 오페라의 장면들이 보는 재미 뿐만 아니고 청각적 자극도 주어 즐거웠습니다. 오페라를 들으며 읽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제목은 사랑에 빠진 로렌스 였지만, 이 이야기에서 저는 에밀리와 앤소니의 밀당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비엘 읽으면서 로판을 소환한 독자) 강인하면서도 현명하고 야무진 에밀리의 성격이 너무 좋았고, 그런 에밀리에게 우회하는 일 없이 직진하는 앤소니도 취향저격이었습니다. 둘을 주인공으로 한 번외편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앤소니는 2편에는 등장하지 않아(등장하면 개연성이...) 많이 아쉬웠어요.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돈 버는게 취미인 데미안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냥줍도 멍줍도 아닌 인간줍을 하게 됩니다. 남루한 행색에 비쩍 마른 사람이 말까지 황당하게 해서 거리를 두려 했으나 뜻밖에 취향이 맞고 같이 있으면 화도 내고 웃기도 하고 늘 무채색이던 일상이 다채로운 색을 띠게 되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데미안에게 주워진 요하네스 T. 쉬런은 예술가다운 예민한 감성...은 어디다 팔았는지 근자감이 넘치고(알고 보니 근거 있었지만) 매사에 허황된 것 같은 말을 늘어놓습니다. 무뚝뚝한 데미안과 깨발랄한 요하네스 사이에 접점이 생길까 싶었지만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가진 상대에게 둘은 자석처럼 이끌립니다. 여러가지 사연으로 인간불신에 빠진 요한이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데미안에게 마음을 허락하는게 나만 보면 하악거리던 길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다리에 머리를 부비는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도 메인 커플 이야기만큼니나 아그네스 G. 웨일리 백작부인의 비범함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째 아들이 남자를 사랑하고 사위로 점찍은 사람 마저 남자 좋다고 자기 딸을 버렸으면 세상을 원망하고 다 부숴버릴만도 한데, 나는 너희를 사랑하므로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역시 사업 수완이 좋은 대부호 답게 통도 큽니다.(사윗감의 경우엔 모닝 가고 벤츠 온거라 그럴수도...) 아들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웨일리 백작가의 대가 끊기는 것은 아닌가 잠시 걱정했으나 둘째아들이 건재하다는 사실에 안심했습니다.(하지만 작가님이 사랑에 빠진 데이비드를 쓰시게 된다면...)

두 편의 오페라 혹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재미도 있고, 등장인물 모두 선한 사람인 것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여성의 역할이 악역이 아니고 성격들이 당당하고 진취적이서 좋았습니다. 사랑을 모르던 사람들이 얼마나 달달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줘서 달달물 좋아하고 악역이 나오는 것 싫어하는 분들이 읽기에 딱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취향에 잘 맞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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