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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슐러에게 바치는 찬가 (총2권/완결)
진보람 / 프린지 / 2020년 6월
평점 :
그림에 조금 재능이 있어 낙서도 하고 때로는 일도 받아 소소한 보수를 챙기는 평범한(?) 노숙인 슐러. 그런 슐러에게 웰링스의 큰손인 니르젠베르크 성의 주인 칼스텐의 심부름꾼인 디트마일이 다가와 숙식을 제공할 테니 그림 실력을 키워보라 제안하고,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슐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판타지 이벤트 페이지에 덩그러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뻘쭘하게 전...진지하게 각 잡은 정통판타지인데요...사...사실래요?하고 제안하는 듯한 표지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구입했습니다. 놀이 대신 그림을 그리며 성장한 소년이 소년병이 되어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웰링스에 다다라서 '마녀'가 산다는 풍문이 도는 니르젠베르크 성에 흘러 들어가 그림을 배우게 되는 기구한 이야기에서는 안타까움을 느꼈고요, 흑백의 그림만을 그리다가 '색'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림의 폭이 넓어진 슐러를 보면서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경탄하게 되었습니다. 색을 뽑아 내는 다양한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섬세한 방법들이 끊임 없이 나오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읽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어요. 슐러와 동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파랑이 아만...뭐? 좀 살만해 지니까 니르젠베르크 성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면서 슐러의 목을 조여오는 부분에서는 같이 공포를 느끼게 되었고, 자기 혼자만 알고 혼자서 살아야만 했던 슐러가 의지할 사람을 만나게 되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감동이 차올랐어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여러가지 장치들을 놓치지 않고 다시 복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이야기 말미에 붙은 설명들도 좋았습니다. 마녀와 사제와 인간이 그런 의미일 줄이야!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가볍고 빠르게 읽기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묵직하고 정독이 필요한 이야기라 읽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곱씹으면 더욱 즐거운 내용이었지만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을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대여가 금방 끝나서 대여 말고 구매로 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