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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정희 (총3권/완결)
김다윗 / 모드 / 2020년 8월
평점 :
공사판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이곳저곳 전전하며 마음줄 곳도, 정착할 곳도 찾지 못했던 남자 최윤은, '희'라는 오비 집에서 마담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 서로 합이 맞으면 몸도 맞추는 일상을 덤덤히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중목욕탕에서 동성에게 희롱당하는 청년 정희를 도와주게 되고 우연처럼 필연인듯 '희'에서 일하는 정희와 재회하게 되는데...
불우한 성장환경 탓인지 박복한 팔자 탓인지 주변에 쓰레기가 끊이지 않았던 정희와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진 않지만 한없이 다정한 남자 최윤의 이야기 입니다. 저는 '노란장판 감성'이라는 단어를 들어는 봤어도 이 책이다! 싶은 작품은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 이야기는 찐~하게 '노란장판 감성'입니다. 이 시대 공사판 주변의 숙박시설은 다 노란장판 이었으니까 뭐...흠흠. 아무튼, 핸드폰 없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감성의(하지만 있다! 그 시절의 최고감성 폰이 나온다!) 이야기라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나, 혹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지 않고서는 오글거릴 수도 있고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설정들이 좀 끼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정희에게 마음을 주는 윤이 아버지뻘의 나이차이를 저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에서 이 양심도 없는 놈!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정희에게 필요한 것을 주려면 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윤도 평탄한 삶을 살진 못했기에 더욱, 성숙할 수 있고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안아줄 도량을 갖출 시간이 필요했겠지요. 비슷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의 상처를 감싸줄 수 있었고, 윤이 여유를 갖추었기에 둘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생각보다 훨씬 여운이 오래 갈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일담을 좋아하는데, 아주 듬뿍인 외전은 분량이 당황스러워도 내용은 충실하여 정말 좋았습니다. 정희가 과거를 완전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도, 그 당시 최고 인기였을 집착후회광공인 쓰레기에게 갱생의 기회를 준 것도, 윤과 정희가 서로를 완전히 마주볼 수 있는 외전이 가득한 것도 그 많은 외전을 세 권의 책에 다 넣어준 배려까지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