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11336(일일삼삼육)
우지혜 / 폴라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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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하면 때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순하고 밝고 맑은 청년 백구.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아득바득 공부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시골로 도망친 여자 백사.

집에 찾아 온 귀신같은 여자 '백사'탓에 일상이 흔들린 백구는 마음마저 빼앗기고 마는데...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하며 무서운 것인지, 제대로 경험해 본 적 없는 나는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흐흐흑, 백구야!ㅠㅠ 저는 이 책을 지금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우지혜님 책중에 11336을 추천하여 주시는 분들이 백구를 언급할 때 왜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절로 눈물이 나면서 울부짖게 되네요. 아이고, 백구야! 백구야말로 대형견의 표본 같은 아이었어요. 듬직하고, 성실하고, 마음이 깊고,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고 원망할 줄도 모르고... 자신의 곁을 떠난 백사를 기다리는 백구의 모습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이 착하고 순한 아이가!넌 꼭 행복해질거야...



나는 백구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넘실대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살고 싶다. 백구와 함께. 백구의 곁에서.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도도하고 냉정해 보이던 백사! 백사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었어요. 가슴 속 깊은 상처가 있는데 의지할 사람도 없고, 간신히 찾아든 곳이 자신을 기억도 하지 못하는 백구의 곁이었으니 말 다했죠. 백구도 백사도 세상에 홀로라는 점은 같았지만, 엄마 같은 미자 아주머니가 있었던 백구와는 다르게 정말 세상에 혼자였던 백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아프게 만드는 아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우직한 백구와는 다르게 마음의 문이 점점 열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인상깊기도 했어요. 착하지만 세상물정 잘 모르는 백구와 함께하기에 똑부러지는 백사만큼 좋은 아이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둘은 진짜 천생연분이에요.


그 흔한 재벌도 조연으로만 나오고, 돈낭비도 없고, 자극도 많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인데(없지는 않다!) 마음에 남는 여운만큼은 진국이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제게 대형견남의 기준은 백구가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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