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지만 도도하고 말 붙이기도 힘들 것 같은 채도경. 전교 1등까지 할 정도로 잘난 만큼 재수없어 보이는 그 녀석을 친구인 태정이가 좋아한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이사간 집의 이웃이기까지 해서 도경과 엮이기 싫은데도 자꾸 엮이게 되는데...제 기억속의 골드래빗 작가님은 강하고!멋진!으른 남자의 사랑을 다루는 분이었는데 편견과는 다르게 푸릇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도 잘 다루는 분이었습니다.(그런 책만 골라서 샀던 것은 아닐까...) 타인과 거리를 두는 도경이도, 사랑하는 마음을 인정할 수 없고 전할 수 없는 해밀이도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고 현실과 부딪쳐 갈등하고 상대방과 손을 잡고 느리지만 한 발씩 앞으로 걸어나가려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게 바로 청게물이지!(어쩐지 아련해지네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신중하게 발을 내딛는 둘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 나이니까, 좋아하는 상대가 동성이니까, 내게 주어진 짐이 있으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확인하고 나니 짠해서 안아주고 싶었어요. 물론 둘은 질색하겠지만요(...)조금씩 서로를 닮아가는 예쁜 두 거북이 이야기, 잔잔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