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BL] Field of flowers (외전 포함) (총5권/완결)
유우지 / 더클북컴퍼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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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도 정상급 회사에 다니는 정우진은 반짝거리던 시절도 지나고 조금은 시들해진 상태로, 연인과의 관계마저 빛바랜 듯 침체기를 걷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현재 여자친구의 더 오래된 애인임을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고, 우진의 삶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게 됩니다.

잘난 얼굴 잘난 키 잘난 머리까지, 인성 빼고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 남자 장해경은 이렇게 완벽한 자신을 두고 외도하는 애인의 심리가 궁금해져 그 상대를 만나 원인을 분석하려 합니다. 그 매력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 주의 :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으니 여유 있을 때 시작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BL읽는 사람들이 유우지님 모르게 하지 말라는 집념이 느껴지는 더클북의 비엘 더 클래식 신작입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가 너무나 완벽해서 더하거나 뺄 것이 없네요(진심 이 분들이야말로 성공한 덕후 같다.)

'애인의 양다리 상대'라는, 둘 모두에게 유쾌할 수 없었던 만남은 대학시절 우진이 해경에게 품었던 감정과 그걸 놓치기 싫었던 우진의 노력 덕에 한 번, 그리고 서서히 스며드는 우진에게 젖어드는 해경의 호기심이 더해져서 기묘한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별 사건 없이 점점 깊어지는 두 사람의 감정선 만으로 두 권을 끌어 가는데 그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가운데 낀 여자는 어느새 둘이 만나기 위한 핑계가 되어 버리고, 그런 여자를 바로 냐치지 않는, 평소의 자기 답지 않은 상태도 자각 못하는 해경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뭐가 필요해 봤어야 알지!라는 마인드는 얄미웠지만요. 해경이 우진에게 아주 조금씩 후회마일리지를 적립하는데, 나중에 이게 어떻게 터질지 기대하는 맛이 아주 그냥~ 좋았어요. 한겨울에 먹는 전골처럼 푸욱~오랜 시간 끓여서 아주 진하게 우려낸 후회를 찬바람 불 때 마시면 속이 탁!풀리는 것이 후련해서 상쾌했습니다.

그리고 해경이 후회공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우진의 섬세하면서도 심약해 보이지만 그 가운데는 단단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성품이 재미에 증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음식에 과한 설탕은 맛이 없지만 소량의 설탕으로 맛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언제나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자기 주장을 내세워서 피곤해지는 것 보다는 우회로를 택하던 남자가 일과 사랑에서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 멋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일 잘하고 타인에게 닥정다감 하지만 선 하나는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 정말 취향인데 우진이는 너무 스트라이크라서 어디.하나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해경이도 잘난데다 절륜하고(공의 기본 소양이다) 집착하다 실수해서 후회하고 사자가 댕댕이가 되는 완전 취향 공이었지만, 우진이 마음에 상처를 내서 아주 조금 미웠습니다. 조금만 미운 것은 그만큼 후회를 절절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들 정도의 필력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고요.

어디에 어떻게 얼만큼 조미료를 넣으면 이야기가 더욱 맛깔나지는지를 아주 잘 아는 작가님 덕분에 이 계절 재탕하기 좋은, 사골처럼 우려내고 싶은 책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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