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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GL] 철과 속 (총2권/완결)
비샤 / 아마빌레 / 2018년 3월
평점 :
"왜 여기에 살아야 해요?"
"왜 다들 이곳에 있으면서 아무렇지 않아요?"
밖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고, 바닥에선 유리모래가 밟히고 물은 미끄럽고 냄새가 나고 살기 위해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겨내야 하고 쇠를 녹이는 산성비가 내리며, 사람만큼 크고 아주 위험한 쥐가 출몰하는 옛 서울. 이제는 사람을 찾기 힘든 서울에서 생존자 200여 명이 살고 있는 벙커. 벙커민을 지키는 사람은 창과 방패가 되어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 하고 외부 물자를 조달하며 내부에서는 알케미스트와 조달팀이 살아가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며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을 보면서 백기의 저 질문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어째서 이들은 이 고생을 하며 살아나가야 하는가.
이것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혹은 축복이며 선택받은 자의 배부른 투정인가.
왜 이들은 반목하고 싸워야만 하는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땅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 나갈 가치가 있는가...
디스토피아물이나 생존물을 보면 항상 하게 되는 생각입니다만, 이 소설에서는 묵직한 주제가 계속 쫒아 다니면서 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빴냐 하면? 전혀요!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생각 하는 것이 즐겁다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소설을 만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기쁨입니다.
가볍게 읽고 리뷰를 쓸 마음으로 집은 책이었습니다만, 속독으로 읽기에는 생각할 것이 많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날 각잡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