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후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유심(USIM)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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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스승을 그리는 애절한 사부곡

내가 언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저자 서문 다음에 첫 장 불타는 갑판을 읽는데 전율했다. 소름이 돋는 듯했다. 불타는 갑판 위 장면이 생생해서 얼른 차가운 바닷 속으로 뛰어내려야 할 것 같았다.

변화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변화,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구본형 선생님 하면 1인 기업, 필살기, 자기경영, 변혁, 혁신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말한대로 생각한대로 살아가신 분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책에 나와 있는 자기 사명선언서를 미니홈피에 써놓았었다. 겨울 새벽처럼 생생하게 깨어 있으리라고 다짐은 봄의 아지랑이들처럼 희미하고 나태해졌다.

그 땐 20대 패기로 내가 그렇게 하루 하루 이벤트가 있는 날처럼 파릇파릇 살 줄 알았다.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 낳고 파트타이머로 경단녀를 반복하다 나의 사명서를 잊고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 12제자들이 공저로 책을 냈다는 소식에 얼른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중간 중간에 읽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책 내용도 떠오른다.

변화경영연구소 출신 정신과 의사 문요한 선생님, <구본형 선생님께 배운 진짜 공부> 저자 수희향 선생님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제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구선생님을 뵌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때에 구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이가 조그만 더 크면 연구원으로 지원해 보리라 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네 살 때쯤 친정집 티비에서 구본형 선생님 별세 소식이 자막으로 뜨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으며 막막해졌다.

구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었던 나는 하루 아침에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마냥 힘이 빠졌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분이 남기신 많은 책들과 변화경영연구소의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제자들이다.

스승을 뛰어넘어라, 청출어람을 강조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제자들도 한 분 한 분 뛰어나다. 어떤 성취와 직위를 가졌다는 점보다도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기답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점에서 그렇다.

인간은 고독하고 생은 유한하다.

한계를 가진 삶에서 자기가 이루고 싶은 자기 모습,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에 온 소명을 다하길 바라셨던 거다.

선생님의 삶 자체가 그렇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범적으로 실천하신 부분이 더욱 그렇다.

선생님께서 4시 반쯤 일어나 하루 4-5시간 수면으로 생활하셨던 점,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아시고 딸들에게 보내신 택배 상자 하나 분량의 편지를 써서 주신 것, 제자들 하나하나 사랑 받았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도록 하셨던 점들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의 가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

솔직히 나는 구선생님을 지금도 잘 모르지만... 어릴 때 선입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지위가 높은 남성은 부인의 내조와 자녀에 대한 무관심이 일조했다는 생각이었다.

구선생님은 달랐다.

이 책의 첫 장은 둘째 딸 해언양이 썼고 얼마 전에 책 한 권을 따로 냈다.

아빠 구본형과 함께 일상에서 빛나는 나다움 발견하기 -저자 구해언

이 책을 보면 아빠가 딸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가까워지기 위해 질문하고 산책하고 같이 점심 먹고 데이트하는 시간들...

나도 우리 아버지가 다정하시지만, 그래도 참 부러웠다.

<구본형, 내 삶의 터닝포인트> 에서 박미옥 선생님 글 <마흔세 살에 다시 사랑하다 63p.>가 와닿았다. 같은 엄마로서 워킹맘의 비애가 전해져와 코끝이 시큰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없는데도 울컥했던 건 왜일까... 절박한 상황에서 삶의 동아줄을 놓으려고 했을 때 짠 하고 나타난 기회

그 기회를 놓치 않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구선생님과 연구원 동기들 때문이었다.

그 글에서 절실하게 느껴졌던 건 가정이 성소, 자녀야 말로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것

나도 내 아이와 하루에 얼마만큼 눈을 마주치는지, 몇 분간 대화하는지, 밥 먹을 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지 신경쓰게 되었다.

남편의 관심사가 뭔지, 아픈 데나 필요한 건 없는지, 남편의 이야기에 집중 못할 때는 언제인지 살피게 되었다.

글을 읽으며 엄마 동지로서 뿌듯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정예서 선생님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우선 이름부터 예뻤다.

유쾌한 가족 레시피 -저자 정예서

이 책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 동안 2년의 공부와 준비 끝에 내셨다고 한다.

사람의 일생 동안 발달과업에 따라 상담했던 분들의 편지글을 쓰신 책이다. 사실과 픽션이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내가 저 책을 읽는 중 힘들었을 때가 얼마나 눈물을 자주 흘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책 곳곳에 접어놓고 다시 펼쳐놓고, 어떻게 심리상담하시는 분이 글까지 잘 쓰시는지 감탄하며 읽었다.

마지막에 정예서 선생님의 글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나는 거, 그리고 그를 기억한다는 건 / 293p.>은 절절했다.

스승을 잃은 슬픔이 느껴졌다.
얼마나 사랑이 많고 제자를 아껴주셨는지 그 고마움이 곳곳에 쓰여있다.

나도 그 분을 스승으로 모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질투가 생겼지만 이내 그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의 책을 더 열심히 있고 제자들과 교류할 수 있으면 되지!
그리고 제자들이 연구원 과정을 쭉 이어서 하신다고 하니 언젠가 나도 그 과정을 들으면 되지! 하고 가볍게 지나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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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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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평점 4점

한줄평 : 일독일행

교주, 심판ㅋㅋ 언령
이런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운동하는 곳까지 걸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차로 십여분이면 씽씽 달리던 그 길을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며 걷다
반 이상 되는 지점에서는 저 멀리 내가 운동하는 건물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끝까지 가지더라..
지방으로 내려와 차로 다니는 게 익숙해져서 어제 찰나에 엄습한 불안..
내 다리로 다녀야 하는 것을 그동안 바퀴로 다니고 있었구나.
우리 아이도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멀다, 힘들다 소리를 반복하며
학원 하원하는 것도 차로 데리러 가고 이제 더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이 책을 읽었다.

눈 쌓인 길에 빨간 산수유 열매
모르던 길 옆에 쌩쌩 달리는 차들
출근하는 사람들 바쁜 움직임
새로 짓는 타운하우스
자연 풍경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6km 만보 이상 걸었으면 오늘 목표는 달성했는데 문제는 내일이다.
이러다가 몸살나서 운동 못 가지 싶다. ㅎㅎㅎㅎ

걸으면서 고민하던 게 풀렸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했던 질문이 스르르 답으로 바뀌었다. 이런 게 걷는 묘미구나.

알고 봤더니 하배우는 걷기를 찬양 전파하는 교주였구나.
걷기 멤버들과 우리나라도 모자라 하와이에서도 계속 걷는다 한다.. ㅋㅋㅋㅋ
아줌마로서 살짝 하와이 티켓값이 아까웠지만.. ㅎㅎ
거길 가면 할만한 액티비티가 얼마나 많은데 싶어서리.. 물론 한국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없어서 가는 거고 웬만한 하와이 즐길거리는 다 해보셨을 것 같다.

팬심은 그 층이 다양하다.
나는 팬이라고 하기엔 좀... 약하다.
종종 열리는 전시회 한 번 가본 적 없고 하배우가 나온 영화를 다 본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멋진 하루> 전도연과 함께 주연한 영화 속 하배우
<비스티 보이즈> 속 연기를 보고 딱 싫어지면서 질색함
그런데 그 두 영화 속 모습이 가장 하배우 실제와 비슷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서울의 일상이 시대 장소 배경이니깐.
책 속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약간 비슷하다고...
멋진 하루와 비스티 보이즈에서 그렇게 허세부리지 않아도 괜찮아.
안쓰러움을 느꼈다.
실제 하배우가 안쓰럽다는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자기 삶을 가꾸기 위해 애쓰고, 걷는지...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자체가 자기 생활을 얼마나 놓치지 않고
루틴과 패턴을 만드는지...
자연스럽고 동물적인 연기와 미술 감각은 괜히 나오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제작,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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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언어 - 어린이 마음을 읽는 놀이치료 언어의 이해
정혜자 지음 / 교양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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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인류의 문화유산 놀이
인간문화재로 선정해야할 놀이치료사 정혜자 선생님 ㅎ

몇 년 전 정혜자 선생님의 <어린이 마음치료> 서문을 읽고 울컥했었다.
선생님도 친정아버지처럼 전쟁을 겪으셨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생님이 계시지 않나 싶다.
<어린이 마음치료>는 내 아이가 어렸었는데 읽었는데 결혼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진심 아쉬웠다.
첫 책 이후 십년만에 나온 책이라 더 반갑다.

지금 앞부분 읽고 있는데 매번 느끼지만 사람의 무의식은 참 신비롭다.
어떻게 태아가 신생아가 자신의 경험을 몸에 새기듯 알고 태어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몸으로 말하고 놀이로 표현하는지...
특히 유아들은 말을 할 수 있으면서도 7살 이후의 구체적 현실적 사고 전단계인 추상적이고 직관적인 생각과 표현이 많으므로 걸러지지 않고 더 잘 드러날 것이다.

생애 초기에 가까운 상처일수록 빨리 치료 받는 것이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흔적이 평생을 거쳐 남아 죽을 때까지 영향을 준다.
죽기 전에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상처에 나도 모르게 끄달려가는 인생이 가장 허무하지 않을까.
그 치료목표라는 것이 구도자처럼 의식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알고 관계를 유지하며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 있는 자조 능력
자기관리, 감정조절, 관계 맺기
최소한 이런 부분은 원활하게 되어야 홀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어린 시절 상처가 깊을수록 그런 기본적인 목표가 달성되기 쉽지 않다.
자기나 누군가를 온전히 믿기도, 의지해 보기도 어렵고, 몸은 자라도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건지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희미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니 어릴 때일수록 힘든 게 있다면 놀이나 놀이치료로 아픔을 함께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면 좋겠다.

놀이는 엄청나게 깊은 의미와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걸 알게 되면 아이가 놀지 않아 걱정이지, 놀아서 탈이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거다.

정선생님은 놀이를 '아이들만의 언어'로 보셨다.
놀이가 얼마나 신통한지
엄마들, 놀이치료사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좋겠다.

내가 아기 키울때 주위 엄마들이 거의 갖고있다던 베이비 위스퍼 책보다 백배 천배 낫다.
아기 키우는 가정마다 한 권씩 비치해두고 틈나는대로, 아이가 보이는 놀이의 의미를 알고 싶을 때나 발달과정을 예상하고 싶을 때 언제든 들춰보면 좋겠다.
<어린이 마음치료>나 <놀이의 언어> 둘 중 하나라도.
상비책처럼.
정선생님께서 쉽게 쓰시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이런 내용을 접하면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워낙 상징적인 이야기라 소설처럼 지어낸 건 아닐까?
애들이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이렇게 세상 다 아는 것처럼 표현한단 말이야 하고 믿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 뱃속에서 있었을 때의 엄마 개인의 경험을 안다.
부모 처녀 총각 시절의 개인사 도박중독, 알콜중독, 낙태 출산 경험까지..

태내와 출산시 트라우마도 다 알고 놀이로 말한다. 엄마는 그게 재현인지 모르고 지나가게 되지만 치료사는 반복되는 놀이 재현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예부터 조상들이 태교가 출산 뒤 양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
오늘 운동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직 결혼 전인 20대 운동쌤한테 지금부터 태교 십년하라는 말에 운동쌤 놀라던데.. ㅎ
요즘 태교는 커녕 부모준비도 안되어 있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아이를 다시 뱃속에 넣고 싶을 수도 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태교와 놀이에 적용한다면 보물 같은 지혜를 얻은 셈이다.
나도 <어린이 마음치료> 읽을 때 진심 내 아이를 다시 키우고 싶었다.
정혜자 선생님 책들은 아기 낳기 전 태교 책으로 많이 읽히면 좋겠다.

특히 놀이 언어로 살펴보는 단계별 성장 과정에 대한 내용이 압권이다.
한 단계씩 유아들이 어쩜 그렇게 자기를 발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대로 놀이치료 과정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 놀이치료가 왜 예술이며 전문영역인지 알게 된다.
놀이치료 받게하는 엄마들의 얘기
그냥 놀아주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이렇게 놀이치료 비용이 비싸요?
엄마랑 노는 거랑 뭐가 달라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놀이 언어로 살펴보는 단계별 성장 과정
- 우주적 존재에서 성 정체감 형성까지

1. 우주적 존재일 때를 암시하는 놀이
2. 개별적인 자기로 분화하는 것을 암시하는 놀이
3. 엄마의 자궁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는 놀이
4. 음양의 결합을 암시하는 놀이
5. 잉태되었음을 알리는 놀이
6. 배아의 시기를 암시하는 놀이
7. 착상 과정을 표현하는 놀이
8. 태아의 성장을 암시하는 놀이
9. 출산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10. 엄마와 심리적 애착을 이루는 시기의 놀이
11. 이기심의 출현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12. 성 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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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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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무서워서 동화 쓰겠나요? 동화계의 정유정, 이현 작가니임~^^;
동화작가가 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인 거죠?

동화 쓰는 법을 한 단계씩 친절히 알려주십니다.
이 책에 나온 동화 정도는 가뿐히 읽어야 동화를 쓴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100권과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어린이문학과 창작 이론서 10권을 읽고 이 책을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걸 추천해요!
비단 동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설,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분들이라면 모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아요.
제가 그 중 읽어본 건 마법의 설탕 두 조각, 플랜더스의 개 정도? 부끄럽습니다.


동화계의 정유정 ㅋㅋ
이현 작가님이 보시면 기분 나빠하시려나.
동화 작가는 따로 얘기해야지, 누구에게 빗대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화내실 것 같다. ㅎㅎ
내 느낌에는 그랬다. 속도감과 흡입력이 대단했다.
야구 관련 동화 <플레이볼> 읽다가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얼른 봐야지 싶었다.

부산 출신, 글로만 봐서는 성격이 시원시원, 분명하실 듯.
어설프게 쉬워 보여서 동화 쓴다고 불빛에 불나방처럼 덤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현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떽! 마! 라고 소리지르는 것 같다.

나도 스윙댄스를 잠깐 배워본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스텝과 웨이브도 안 되는 몸치의 눈물겨운 몸부림을 알기 때문에....
몸이 치를 떤달까? ㅎㅎ
이현 작가님이 1장에 쓰신 <슬로 퀵퀵 슬로>에서 탱고를 배운 경험을
글쓰기 스텝과 연결지어 써준 내용이 재밌고 확 와닿았다.

동화 쓰는 법에 대해 설명은 쉽게, 비유는 적절히, 예시는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셨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동화책들만 연구해도 동화를 한 편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동화 쓰는 일이 생업이었다는 글에서 숙연해졌다.
어떤 일이든 그것이 업이 되었을 때는 그냥 '취미'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현 작가님과 정유정 작가님 존경한다.
배우 윤여정 인터에서 영화 <바람난 가족> 찍을 때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돈이 급할 땐 연기도 잘 된다고 하셨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어쨌든 작가들이 돈 때문에 쓴다는 얘기는 아니고,
직업인으로서의 윤리의식, 책임감을 다 한다고 느껴졌다.
자료조사부터 인터뷰, 현장까지 오고 가며 캐릭터를 좀 더 생생하게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그 노고를 어찌 책 한 권의 값으로 평가할까... 싶었다.
책 값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모든 책값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문학의 대가 어슐러 K. 르 귄도 스텝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기술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 소설가 데니스 루헤인은 '운명의 날'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기술이란 노동을 사랑할 때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그러니까 내 멋대로 편집해 보면 이런 말이 되겠다. 발바닥에 땀 나도록 스텝을 익히면 예술이 가능할......지도 몰라요. 스텝이 예술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어요.
예술은 스텝에서 시작된다. 일단 조명도 드레스도 파트너도 없이 운동복 차림으로 슬로 퀵퀵 슬로.
이것은 스텝에 관한 책이다.
13p.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36p.

우리말에서는 '욕망'의 어감이 썩 좋지 않다.
춘향은 바람이나 꿈이 아닌, 욕망을 가졌다.
기생 딸 춘향의 욕망 vs 신분제.
서사 이론에서는 이러한 주인공을 '문제적 개인'이라고 한다. 문제적 개인이란, 시대와 불화하는 인물이다. 혁명가로 시대에 맞서는 인물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시대/정답/주류 혹은 기존의 질서와 모순된 욕망을 품은 인물이다. 시대/정답/주류/질서와의 갈등이 내재된 인물이다. 의지적으로 시대/정답/주류/질서에 맞선다기보다, 재론적으로 그러한 개인이다. 존재 자체가 시대/정답/주류/질서와의 갈등을 내포한 것이다.
41p.

작가는 인물의 태도를 스케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물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해석하고 그려 내야 한다.
49p.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인물의 진정한 성격은 선택의 순간에 드러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인물이 했던 말, 일상적인 행동은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지 못한다. 극적인 순간에 내리는 선택만이 인물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작가의 진정한 성격은, 작가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서 드러날까? 바로 인물들의 자리, 인물들의 역할이다.
66p.

당신은 누구의 이야기를 하려는가? 그 인물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좌절하는가? 그러한 갈등을 밖으로 터트리는 폭탄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제 그 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계획인가?
77p.

중요한 것은 자신의 플롯에 대한 이해다. 지금 하는 이야기가 어떤 플롯을 가졌는지, 즉 어떤 원칙으로 사건을 엮을 것인지 확고하게 정하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 작전도 없이 무턱대고 떠오르는는 대로 이야기를 쓴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스텝이 엉키면 뭐다? 몸부림!
91p.

가다가 막히면 잠시 멈추어 다시 인물들의 뒤를 캐기 바란다. 앞서 말한 바 있듯, 작가는 드러난 것을 스케치만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면에 숨은 진실을 캐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신상부터 탈탈 탈탈 탈탈탈탈 탈탈......
108p.

가장 전망 좋은 자리, 절정의 그곳에서 인물과 독자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
120p.

그것이 문학의 일이다.
130p. (이 대목에서 이애란 작가가 떠올랐다. 강연에서 문학의 일을 이야기해주었는데...)

그중 단 한 권의 책, 더 이상 꽂을 자가 없을 만큼 빽빽한 책 동네에서 기어이 틈새를 벌려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한 책을 쓰리라.
그만한 야심과 포부로 책장을 살펴보기 바란다. 희망적인 소식은, 아직 빈자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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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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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그물로 촘촘히 짜서 여러 이야기를 한번에 건지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다.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아이슬란드 작가)의 스릴러 장편소설 424페이지;;

아는 선생님이 추천한 책
작가는 한 사람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지 어린 시절부터 성인까지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뛰어나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작가가 굉장히 꼼꼼하다고 느껴졌다.
허투루 넘어가는 묘사가 없으며, 앞서 나왔던 사소한 단서라도 뒤에 반드시 연결되었다.

어제 밤 책이 어떤지 맛만 볼까 하고 앞 장을 펼쳤다. 10시쯤.. 점점 더 읽다가 12시 넘어서 반을 넘겼다. 그냥 자려니 결말이 궁금했다.

책 초반 두번째 챕터에서 한 여성이 자살했다.
자살로 마무리되었는데 그 여성의 친구가 형사를 찾아와 친구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화장은 그녀가 원치 않았던 것이다.
형사는 다른 실종 미제 사건과 함께 자살 사건도 단독으로 조사한다.

내가 예상한 결말이 맞나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끝까지... 예상은 맞았다.
어린 시절의 죄책감은 사실 아이 잘못이나 죄가 아니다. 어른이 심어놓은 감정일 수 있다. 뭐든 아이를 탓하면 자신은 왜 태어났는지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죄책감은 무겁고 그 생명력이 끈질기다.
책 속 인물들은 벗어나려고 해보았지만, 결국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거다.
형사인 주인공은 자살한 여성의 사건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어린 시절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에 의한 사건으로 인해 자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을 종결할 수 없었고 끝까지 진실 찾기에 매달렸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퍼즐 조각이 어느 모양으로 어디에 맞춰져야할지 골몰했다.
책 덮고 불을 껐는데 무서웠다.
책 속 유령 얘기에 누가 날 지켜보는 것 같았다.

미국에 딱 한 번 놀러갔을 때 친구와 영화관에서 왓 라이즈 비니스를 보았다.
당연히 자막이 없어 줄거리를 모른 채로 말 그대로 그냥 봤다.
어찌나 무섭던지..
그 영화가 생각났다. 줄거리는 다르지만 몇몇 장면은 비슷할듯
특히 물 속 장면은 ㅠㅠ 보지 않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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