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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후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유심(USIM) / 2018년 12월
평점 :
한줄평 : 스승을 그리는 애절한 사부곡
내가 언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저자 서문 다음에 첫 장 불타는 갑판을 읽는데 전율했다. 소름이 돋는 듯했다. 불타는 갑판 위 장면이 생생해서 얼른 차가운 바닷 속으로 뛰어내려야 할 것 같았다.
변화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변화,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구본형 선생님 하면 1인 기업, 필살기, 자기경영, 변혁, 혁신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말한대로 생각한대로 살아가신 분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책에 나와 있는 자기 사명선언서를 미니홈피에 써놓았었다. 겨울 새벽처럼 생생하게 깨어 있으리라고 다짐은 봄의 아지랑이들처럼 희미하고 나태해졌다.
그 땐 20대 패기로 내가 그렇게 하루 하루 이벤트가 있는 날처럼 파릇파릇 살 줄 알았다.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 낳고 파트타이머로 경단녀를 반복하다 나의 사명서를 잊고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 12제자들이 공저로 책을 냈다는 소식에 얼른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중간 중간에 읽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책 내용도 떠오른다.
변화경영연구소 출신 정신과 의사 문요한 선생님, <구본형 선생님께 배운 진짜 공부> 저자 수희향 선생님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제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구선생님을 뵌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때에 구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이가 조그만 더 크면 연구원으로 지원해 보리라 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네 살 때쯤 친정집 티비에서 구본형 선생님 별세 소식이 자막으로 뜨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으며 막막해졌다.
구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었던 나는 하루 아침에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마냥 힘이 빠졌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분이 남기신 많은 책들과 변화경영연구소의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제자들이다.
스승을 뛰어넘어라, 청출어람을 강조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제자들도 한 분 한 분 뛰어나다. 어떤 성취와 직위를 가졌다는 점보다도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기답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점에서 그렇다.
인간은 고독하고 생은 유한하다.
한계를 가진 삶에서 자기가 이루고 싶은 자기 모습,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에 온 소명을 다하길 바라셨던 거다.
선생님의 삶 자체가 그렇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범적으로 실천하신 부분이 더욱 그렇다.
선생님께서 4시 반쯤 일어나 하루 4-5시간 수면으로 생활하셨던 점,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아시고 딸들에게 보내신 택배 상자 하나 분량의 편지를 써서 주신 것, 제자들 하나하나 사랑 받았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도록 하셨던 점들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의 가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
솔직히 나는 구선생님을 지금도 잘 모르지만... 어릴 때 선입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지위가 높은 남성은 부인의 내조와 자녀에 대한 무관심이 일조했다는 생각이었다.
구선생님은 달랐다.
이 책의 첫 장은 둘째 딸 해언양이 썼고 얼마 전에 책 한 권을 따로 냈다.
아빠 구본형과 함께 일상에서 빛나는 나다움 발견하기 -저자 구해언
이 책을 보면 아빠가 딸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가까워지기 위해 질문하고 산책하고 같이 점심 먹고 데이트하는 시간들...
나도 우리 아버지가 다정하시지만, 그래도 참 부러웠다.
<구본형, 내 삶의 터닝포인트> 에서 박미옥 선생님 글 <마흔세 살에 다시 사랑하다 63p.>가 와닿았다. 같은 엄마로서 워킹맘의 비애가 전해져와 코끝이 시큰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없는데도 울컥했던 건 왜일까... 절박한 상황에서 삶의 동아줄을 놓으려고 했을 때 짠 하고 나타난 기회
그 기회를 놓치 않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구선생님과 연구원 동기들 때문이었다.
그 글에서 절실하게 느껴졌던 건 가정이 성소, 자녀야 말로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것
나도 내 아이와 하루에 얼마만큼 눈을 마주치는지, 몇 분간 대화하는지, 밥 먹을 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지 신경쓰게 되었다.
남편의 관심사가 뭔지, 아픈 데나 필요한 건 없는지, 남편의 이야기에 집중 못할 때는 언제인지 살피게 되었다.
글을 읽으며 엄마 동지로서 뿌듯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정예서 선생님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우선 이름부터 예뻤다.
유쾌한 가족 레시피 -저자 정예서
이 책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 동안 2년의 공부와 준비 끝에 내셨다고 한다.
사람의 일생 동안 발달과업에 따라 상담했던 분들의 편지글을 쓰신 책이다. 사실과 픽션이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내가 저 책을 읽는 중 힘들었을 때가 얼마나 눈물을 자주 흘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책 곳곳에 접어놓고 다시 펼쳐놓고, 어떻게 심리상담하시는 분이 글까지 잘 쓰시는지 감탄하며 읽었다.
마지막에 정예서 선생님의 글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나는 거, 그리고 그를 기억한다는 건 / 293p.>은 절절했다.
스승을 잃은 슬픔이 느껴졌다.
얼마나 사랑이 많고 제자를 아껴주셨는지 그 고마움이 곳곳에 쓰여있다.
나도 그 분을 스승으로 모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질투가 생겼지만 이내 그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의 책을 더 열심히 있고 제자들과 교류할 수 있으면 되지!
그리고 제자들이 연구원 과정을 쭉 이어서 하신다고 하니 언젠가 나도 그 과정을 들으면 되지! 하고 가볍게 지나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