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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Ruscha (Hardcover) - New Paintings and a Retrospective of Works on Paper
Neville Wakefield / Anthony D'Offay Gallery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필자가 에드의 사진집을 처음 본 것은......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아뭏든
A4 용지 크기만한 하드커버의 사진집이었다. 총페이지수는 200쪽이 약간 안되며 종이재질은 두껍고 광택이 나는 사진용지를 사용했다.
컬러사진이 서너장 나올뿐 나머지는 모두 흑백사진이다. 대체로 정물과 풍경을 촬영했는데 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내공이 약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래도 재미난 그림을 소개해보자면, 제목이 'Ireland, 1961' 이라는 사진이다. 아니 이것은 우리네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돼지머리를 촬영한 것이다. 도살된 돼지머리가 천 위에 2마리 놓여있는 그것이 다시 책상위에 있는 그림인데, 우리네 그것과 다른점은
껍질만 원형 그대로 벗겨낸것이다. 주중이가 갈라지고 살짝 옆으로 기운것으로봐서 속의 뇌수라든가 살점은 모두 발라내고, 기술적으로 껍질만 분리해낸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오해일지도모르겠으나 사진만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아니면 너무 익혀가지고 생체조직이 흐물흐물 흘러내려서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유럽문화에서 돼지고기를 푸~욱 삶아내는 요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방에서 이렇게 흐물흐물하게 구워낸 후,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접시로 살점을 분리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ㅎㅎㅎ 사는 곳이 다르더라도 먹거리가 같으면 이렇게 수렴진화하는것이 당연할 것이다.
아뭏든 이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의 카메라가 창문에 살짝 비추면서 배경을 흐릿하고 흑백톤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화면을 분할하는 창문과 돼지머리
앞에 놓인 수건이 또다시 공간을 구분하여 조형미가 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