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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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권에 이어서 계속되는 재이와 소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제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위태위태한, 창가에 생기는, 사라질 듯 남아 있는 그런 것입니다. 2권의 마지막에서 그 의미가 완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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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수술을 마친 윤소인과 그녀의 곁을 지키는 이재이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1권의 스포가 되는 것이군요).

두 사람은 소인의 요양을 위해 장흥으로 향합니다. 보림사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소인과 그 곁을 지키는 재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마음대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같이 빌고 기다리는 겁니다. 재이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저 자리에 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을 지켜보는 모습,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소설 내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감상평이지만 흥미로운 건 소인이 기도를 마친 뒤 석탑의 균형과 선을 살피고, 사천왕상의 표현을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 걱정이 많은 와중에도 미술을 공부한 사람의 눈은 그대로입니다. 역시 전공병(?) 직업병(?)인지 그런 소소한 재미를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인을 재이가 돌봐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가, 그림과 조각을 보는 소인의 말을 더 듣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동백꽃을 보는 장면도 비슷했습니다. 꽃이 예쁘다는 말에서 끝나지 않고, 그 위에 눈이 쌓인 모습을 시와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서로 조금 과장된 말도 하고 장난도 칩니다. 사정이 어렵다고 매 순간 심각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겠지요. 이런 대화에서 가까운 연인의 느낌이 이어집니다. 언제나 슬프게 있을 수 없기에, 애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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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는 소인이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좋은 물감을 마련하는 일과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다릅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 있는 겁니다. 1권에서는 재이가 무엇을 마련해줄지가 중요한 이야깃거리였다면, 2권에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재이가 어떻게 소인의 곁에 있는지, 행동하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 내용이 되겠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을 따라가는 여행 내용은 책에서 생각보다 비중이 큽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인이 「오베르의 교회」와 「아를의 반 고흐 침실」, 초상화들을 살피는 장면은 미술 서적을 읽는 기분도 잠깐 들었습니다. 색과 붓질뿐 아니라 그림에 담긴 가난과 외로움까지 짚어갑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소인은 참 여러 가지를 읽어냅니다. 사실 여기서 소인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저는 아 그림이구나, 할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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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상과 관련해서 책 내용 중에 마음에 든 것은 그림마다 굳이 거창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는 대화였습니다. 재이가 카페의 불빛과 밤하늘의 색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소인은 그렇게 느끼면 된다고 합니다. 유명한 그림 앞에서는 뭔가 그럴듯한 감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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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을 두고는 재이의 설명을 들은 소인이 장난스럽게 상을 주기도 합니다. 이때는 소인이 선생님이고 재이는 학생 같습니다. 재이가 소인에게 해주는 일만 보다가, 그 역시 소인에게 배우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함께 지낸다는 것도 상대가 잘 아는 것을 옆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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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림 설명이 길어지면 약간 소설의 핀트가 어긋나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잠시 멈춘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인물들의 말투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고전스타일입니다. 재이처럼 자기 시간과 형편을 전부 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만 저는 큰 고백보다 같은 그림 앞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쪽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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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소인의 병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됩니다. 그런 변화는 재인의 운명마저 결정짓게 됩니다. 너무나도 서리꽃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결말이 납니다. 서리꽃이 왜 등장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꼭 책 속에서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신다면, 이래서 서리꽃이라는 제목을 붙였구나, 하고 느끼시게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운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뒷표지에 나옵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사랑 이야기의 문구로 보였는데, 두 사람이 보내는 시간을 따라가고 결말을 보니 다르게 받아들여지네요. 상대를 반드시 웃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보다, 잘되지 않는 날에도 함께 있을 수 있느냐는 말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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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찾기를 독자의 몫으로 남긴 저자입니다. 제가 느낀 것으로 그저 '헌신적인 사랑이야기'로 끝내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아낀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도 살펴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재이가 소인에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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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며 챙겨주는 것만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서리꽃 2에서 나타납니다.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할 수는 없어도 그림 앞에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습니다. 두 사람의 큰 약속보다 저는 그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재이처럼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힘들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곁에 있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그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는 일부터는 해볼 수 있겠지요. 이런 사랑도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 슬픈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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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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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일본 소설 읽을 복이 터졌나 봅니다. 아니면 최근의 트렌드인가? 싶기도 하네요. 이번 주만 세 권째 읽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읽는 건 아니고, 뭔가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나, 표지 같은 이유로 읽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기억은 물방울 모양' 이라는 소설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담담한 이야기와 같은 소재의 내용이라는 표지가 눈길을 끌어서, 서평 이벤트를 신청해서 읽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요즘 친구들과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인연이 다시 빛나는 순간이라는 띠지에 혹한 것이 큽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서의 내용은 단지 옛날이야기의 회상만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작품을 함께 만들었던 나가세, 다카미네, 모리, 시즈쿠. 네 사람은 절친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연을 이어갑니다. 보석을 리폼하던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을 계기로, 이들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추억만 꺼내기에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즐겁기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요.

책의 구성이 좀 독특합니다. 2025년에 시작해서 5년씩 거슬러 올라가며 1995년까지 회상한 다음,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지금의 사람들이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담담히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의 일이 아닌 과거 회상이라 꽤나 흥미롭습니다. 먼저 본 말과 행동에 나중에 이유가 붙는 겁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앞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재미있는 방식이네요.

첫 장의 날씨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좋은 날에는 날이 맑아 다행이라고 하고, 어색하면 날씨부터 꺼냅니다. 다들 한 번쯤 해봤을 말이지요. 별것 아닌 인사로 시작하는데, 말하는 사람이 놓인 상황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립니다. 처음부터 큰 사건을 벌이지 않아도 읽을 이야기는 충분하더군요. 그런 작가의 필력이 좋네요(번역하신 분도 그런 문장으로 잘 풀어내시는 거 같습니다)

미용실에서 흰머리를 발견하고 놀라는 나가세의 반응에는 웃음이 나면서도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비슷한 나이라 그런가... 그런데 오래도록 비슷한 머리 모양을 유지한 이유를 보니, 거기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남아 있습니다. 그냥 익숙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좋아서 고른 것이라고 생각해도, 따져보면 남이 정해준 기준일 때가 있겠더군요. 저도 머리 모양은 거의 고정적인데, 이게 누구한테서 왔는지 생각해보면... 다들 사는 것 비슷합니다.




오랜만에 마주친 모리의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는 2005년 입니다.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요. 사실 무척이나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무조건 반가운 이야기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 가볍게 물어본 안부에 어디까지 대답해야 할지 고민되는 날도 있을 테니까요.

네 사람을 보면서 좋았던 건, 오래된 친구라면 서로의 사정을 전부 알아야 한다고 밀어붙이지 않는 점입니다. 모르는 부분도 있고, 말을 꺼내기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관계가 별것 아니었던 것은 아니지요. 늘 붙어 다니지는 않아도 만나면 아주 남 같지는 않은 사이도 있습니다. 꼭 절친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겠더군요. 친구라는 정의가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지인' 정도의 느낌과 절친, 친구, 동료는 다 다른 느낌이긴 합니다.

보석을 고쳐 쓰는 일도 이들의 관계와 잘 어울립니다. 예전에는 자주 쓰던 장신구라도 어느 순간 손이 안 갈 수 있지요. 그렇다고 바로 버리기에는 거기에 얽힌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쓸 수 있는 모양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는 겁니다. 사람 사이도 꼭 예전과 같아야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친구 관계란 이런 게 아닌가? 하고 꼭 정의내릴 필요도 없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친구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 시기인데, 굳이 이걸로 마음 상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빗방울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로 흘렀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저에게 꽤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목의 물방울을 보석 모양으로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좀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네요. 변한다는 것이 꼭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네 사람이 이어온 관계도 그렇고요. 친구..친구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전부 좋은 추억으로 만들지 않는 점도 현실적입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때도 있고, 남에게 말하기 싫은 모습도 있습니다. 그걸 알고 나면 처음 봤던 인물을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사실 소설은 재미가 없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담담하게 현실로 돌아옵니다. 2025년이지요.


오래된 인연을 다룬 소설이지만, 결국 지금 그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라고 말하기 전에,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부터 물어보는 편이 낫겠지요.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아직 못 들은 이야기가 많을 테니까요. 친구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인연이 되면 다시 연락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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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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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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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하면 실제 있는 산의 모습보다는 이 작가의 소설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특별한 작품을 남겼던 조정래 작가입니다. 그런 저자가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이 서리꽃입니다.


등단 56년 만에 나온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장편이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역사와 사회 문제를 많이 다루던 저자에게 이런 책이 나온 것도 재미있고, 저자가 이런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한 작가의 말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야기는 대학 시절 시와 그림으로 가까워진 이재이와 윤소인에서 시작합니다. 재이는 시를 쓰고, 소인은 그의 시에 맞춰 그림을 그립니다. 특히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한 시화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말보다 먼저 시와 그림으로 서로를 알아봤다는 설정이 마음에 쏙 드네요. 푸릇푸릇한 대학 시절, 청춘의 사랑... 머나먼 이야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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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지만 잘 쓰기는 어렵고, 조금 서툴더라도 자기 감성을 제대로 담았다면 의미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사랑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 자체보다 그 마음을 어떻게 지켜가느냐가 더 어렵겠지요.

재이는 아버지 뜻에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아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소인은 기억 속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죽음, 남겨진 빚 때문에 그림에서도 멀어져 있었습니다. 재이는 그제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소인의 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후 이야기는 단순한 재회나 첫사랑의 설렘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돕고 싶어도 돈, 가족, 치료 문제 같은 현실이 끼어듭니다. 재이는 형과 거래까지 하며 소인을 돕겠다고 나섭니다. 여기서부터는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그 사랑 때문에 실제로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사랑이라는게, 참 소중한 것입니다.


조정래 작가답게 사회 문제도 빠지지 않습니다. 제주도의 난개발, 높은 아파트, 신공항, 자연 훼손에 대한 대화가 길게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사랑 이야기와 조금 따로 노는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 역시 이런 문제 안에 있습니다. 사회와 떨어진 인간의 삶이란 쉽지 않으니까요. 사랑한다고 세상이 두 사람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구요.


재이의 가족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재이는 철학과 시를 좋아하지만 가족이 원하는 삶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소인은 돈이 없어서 그림을 포기했고, 재이는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돈 때문에 원하는 삶을 마음대로 고르기 어렵습니다. 둘의 처지는 정반대인데 묘하게 서로 닮아서 끌어당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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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옛날식 사랑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재이는 소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다시피 하고, 감정도 상당히 직선적으로 표현합니다. 요즘 소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장편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직 반 정도 밖에 오진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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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시와 그림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가 돈과 가족, 건강, 사회 문제를 만나면서 시험대에 오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1권을 다 읽었더니 궁금한 것은 단순해졌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보다, 서로가 자기 삶까지 지키면서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네요. 2권이 기다려집니다. 사랑의 크기보다 그 사랑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역시 거장의 흡입력은 어디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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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 아이 : 하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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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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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을 읽고 나서 후다닥 하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던 부분이 언제 합쳐질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만납니다. 깨어나지 못하는 이레스 환자들과 살인사건, 그리고 시키나 아이가 눌러두었던 특별한 기억도 만납니다. 내용을 이야기하면 스포가 되어버리나, 자연스럽게 사건들이 만난다는 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각들이 이어지는 재미가 하권에서 나타납니다.


상권에서 원인불명의 희귀질환 ‘이레스’와 꿈속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하권에서도 아이는 환자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영혼인 ‘마부이’를 되찾는 ‘마부이구미’를 이어갑니다. 단순히 꿈속에서 길을 찾아 나오는 일이 아닙니다. 환자가 무엇 때문에 절망했는지, 어떤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의사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이 그를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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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 초반에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다마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피아노에 많은 것을 걸고 살아왔지만 더는 연주할 수 없게 된 사정, 그리고 구메라는 남자와의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아이는 다마키의 기억을 따라가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여기서부터 환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범죄 사건이 훨씬 가까워집니다. 점점 클라이막스에 다가가는 느낌, 짜릿합니다. 그래서인지 읽는데 속도가 붙었습니다. 계속해서 구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져갑니다. 무죄 판결을 받았던 구메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습니다. 이런 구메를 조사해야 하면서 환자의 꿈을 들여다보던 일이 현실의 사건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등장인물의 대화나 행동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면 이야기에서 튕겨나가는 느낌이라, 몰입해서 읽게 됩니다.


소년 X, 23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재 사건과도 연결이 됩니다. 주인공과도 연결되어 있는, 끔찍한 기억으로 존재하는 사건입니다. 특별 병실에 있는 마지막 이레스 환자는 누구인지, 지금의 사건과 과거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지까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환자를 치료하러 들어갔던 아이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문제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더 재밌어집니다. 상권은 따로 놀던(?) 이야기가 이제 하나로 흘러갑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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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인공을 보면서 느꼈던 건 아, 의사가 환자들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하는 호기심에 가까운 느낌이 주를 이루었다면, 하권에서는 이제 주인공이 다른사람을 도우면서 자기까지 감당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걱정스러운 느낌으로 바뀝니다. 환자의 사연을 이해하는 것과 자기 일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를 테니까요. 남에게는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어도, 정작 자신에게 같은 말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좀 적용법이 다르겠지만, 내로남불(?) 같은 느낌이 아주 조금은 듭니다.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재미있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꿈의 세계에서 얻은 단서가 현실의 사건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 맞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왜 절망했고 그 절망이 누구의 사건과 이어졌는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환자의 사정을 하나 더 알게 될 때마다 현실에서 알고 있던 정보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미술 작품 같습니다.

하권에서도 판타지의 비중은 여전히 크긴 합니다. 아이가 몽환의 세계에서 깨어날 때, 익숙한 목소리와 병실의 장면이 뒤섞이는 부분은 현실과 꿈의 경계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치 하나의 세계처럼 말이지요. 상권에서 낯설었던 규칙들은 이제 익숙해져서 설정에 대한 의문 대신에, 그 안에서 무엇을 찾아낼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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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야기에서 벗어나지만 쿠쿠루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몽환의 세계에 빠져 고통과 중력마저 다르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쿠쿠루의 도움으로 다시 감각을 되찾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엽고 낯선 안내자처럼 보였던 존재가 하권에서는 아이에게 유용한 동료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하는데, 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설에 등장하는 귀여운 조력자만으로 보기엔 꽤나 역할이 큽니다. 아, 판타지 소설의 대부분의 클리셰는 이런 귀여운 조력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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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잠든 환자들을 어떻게 깨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하권까지 읽고 나니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깨어난 뒤 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다시 살아갈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재미와, 한 사람의 기억을 끝까지 들어주는 이야기가 함께 있는 책이었습니다. 상권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하권은 미루지 말고 바로 이어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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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제목으로는 몽환의 아이로 되어 있고, 일본 원제는 ムゲンのi, 무겐노 아이라고 읽습니다. 몽환이 무겐이라 발음이 되고, 주인공 이름인 아이(愛衣)를 연결해서 몽환의 아이가 됩니다, 국내 제목은 그 의미를 살려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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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 발음이 일본어로는 다른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같은 발음인 '무겐노 아이'를 무겐(無限)’과 ‘아이(愛)와 같이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몽환과 무한이 일본어로는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무한한 사랑'으로 번역을 할 수 있는데요. 이 의미가 갖는 바가 컸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제목이 가지는 의미가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몽환의 아이’로 시작해서 ‘무한한 사랑’으로 끝나는 제목, 그리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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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만 읽었을 때보다는 하권을 읽고 책을 완독하고 나서가 책 두 권 만의 만족도 이상인, 몇 배의 만족도를 주었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의 작품이 또 나온다면, 꼭 다시 정독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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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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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이른바 '정'이 좀 부족한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십수년 전에는 이웃과의 벽이 없다시피 했던 것 같아요. 옆집 아줌마네 집에 가서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가지 기다린다던지,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던지 하는 말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의 세계는 좀 많이 다릅니다. 이게 정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저에겐 꽤나 섭섭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좀 그런 마음이 드는 상황에서, 꽤 마음에 드는 책이 나타났습니다. 뒷표지의 부제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너를 몇 번이고 다시 주울 테니까,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고, 버려진 삶을 다시 세상으로 데려온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책 표지도 정직했습니다. 쓰레기로 갇힌, 쓰레기와 관련된 사람들과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사히는 집 안의 먼지나 머리카락 하나도 견디기 어렵지만, 정작 일터에서는 매일 쓰레기봉투를 처리해야 하는 청소부입니다. 반면 도모에는 남들이 내놓은 물건까지 집으로 가져옵니다. 호더라고 하나요? 한 사람은 버리고, 다른 사람은 주워오니 처음부터 잘 맞기는 어렵겠지요. 옆에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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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거 장면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비와 추위 속에서도 청소차는 움직이고, 무거운 봉투를 옮기는 손에는 통증이 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차의 눈치까지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봉투를 내놓으면 끝나는 일이지만, 아사히에게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노동입니다. 쓰레기 수거란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 것일까요.


비웠던 자리에 다음 날 또 쓰레기가 쌓이는 생활도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아사히와 함께 일하는 민토와의 대화에는 집안 걱정까지 섞입니다. 일이 힘들다고 다른 문제가 기다려주지는 않지요. 이런 대목 덕분에 인물들이 소설 속에만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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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사히와 어머니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아버지가 정한 청결의 기준 때문에 두 사람은 쉬는 순간에도 주변부터 살핍니다. 어머니는 적당히 하라는 말을 들어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고 합니다.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일과 그 안에서 편하게 사는 일이 꼭 같지는 않더군요. 또 다른 등장 인물인 민토도 두 사람 옆에서 이야기를 거드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아사히가 혼자 생각할 때는 보지 못했던 사정이 드러납니다. 3자의 눈이라고 해야 할까요? 청소 일을 바라보는 시선, 남들이 말하는 번듯한 삶과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 삶의 차이도 함께 나타납니다. 이웃 이야기인 동시에 일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서민의 이야기입니다.


아사히는 어머니가 좀 편해지기를 바라면서도, 가족의 관계가 달라지는 일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않는 겁니다. 이 모순을 보고 나면 아사히의 결벽을 단순히 깔끔한 성격이라고만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가족의 일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도모에가 물건을 쌓는 행동에도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사정이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사연은 직접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만 버리면 된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 겉으로 보이는 생활과 실제 마음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누구나 어떤 계기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는 순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도모에가 겪는 어려움에는 지켜보는 쪽도 쉽게 손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과 실제로 그 사람 곁을 지키는 일 사이에는 꽤 많은 수고가 필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바꿔주는 이야기로 끝나는 일반적인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아사히 역시 자신의 생활이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요. 두 사람 중 누구의 방식이 맞는지 따지던 관심이,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듣는 쪽으로 옮겨갑니다.

이런 류의 소설 특성상 빠른 사건 전개가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생활의 묘사가 우선이고,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이 되니까요. 그런데 점점 읽다가 보면 처음에 답답했던 행동들의 이유나 개연성이 나타나게됩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주변 가족과의 일, 외로움 등이 책에서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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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많은 이웃 이야기,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그 '정'을 위한 많은 수고와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방이 꺠끗한지 아닌지는 방문을 여는 순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편안한지 아닌지는,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 봐야합니다. 단순한 치유 이야기로 책을 결론 짓기에는 좀 다른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사정을 알았다고 금방 이해하게 되지는 않고, 좋은 말을 건넸다고 생활이 바로 바뀌지도 않습니다. 돕겠다는 의욕보다 상대의 속도를 기다리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그 기다림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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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좋은 이웃을 만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그리워했던 ‘정’도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말을 걸고 다시 안부를 물어온 덕분에 이어졌겠지요. 좋은 이웃이 없다고 아쉬워하기 전에, 저부터 주변에 안부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잘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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