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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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네이버북유럽카페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4대강 문명, 나일강, 유프라테스강, 황하, 인더스강

이렇게 줄곧 외우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저 네 개의 강만이 문명을 이끌어 나간 것은 아니라고도 느꼈던 적이 있었지요. 물론 공부할 때는 무조건 네 개만 외우자! 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막상 이렇게 책 이름을 보고 나니, 어떤 강들이 추가(?)되어 문명을 발전시켰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서평 이벤트를 신청을 했고,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목차에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나일강과 그리고 그리고.. 나머지는 기존의 4대강 문명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왠지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인더스강 대신에 갠지스, 황하 대신에 양쯔강이, 그리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가... 사라졌습니다. 각 강에 세 개의 장을 배정해 서로 다른 시대와 주제를 다룹니다. 일곱 강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왕조의 경쟁에서 종교, 무역, 노예제와 도시의 환경 문제까지 관심사가 바뀝니다. 아무래도 문명과 연결된 다양한 강의 이야기가 있겠지요. 강마다 특색있는 내용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도 저는 다뉴브강이 꽤나 신선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교역로이자 제국들이 맞서는 경계이다보니, 운하를 만들어 항해가 편리해져도 모두가 같은 이익을 얻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강한 놈(?)이 더욱 많은 것을 얻겠지요. 경쟁국의 곡물 무역상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운하의 설계 결함을 바로잡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이게 지금은 지탄 받을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 논리가 통했던 것 같네요. 지도 속 물길과 국경을 함께 보면, 강을 둘러싼 계산이 왜 복잡했는지 이해하기 좋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다뉴브강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지요. 저는 다뉴브강은 그냥 독일 정도랑 관계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러 나라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걸 알고나니, 새삼 '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갠지스강, 하면 좀 더러운 이미지가 우리에겐 있습니다. 인도가 인도한... 그런 곳이지요. 하지만 현지에서는 성스러운 강입니다. 예전에도 그랬구요. 그래서인지 신앙과 권력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성지를 둘러싼 다툼은 서로 다른 종교 사이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힌두교 세력도 영토와 정치적 이익을 두고 경쟁했습니다. 반면 갠지스의 물은 다른 종교의 통치자들에게도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익숙한 이미지에 정치와 생활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재밌습니다.

템스강은 영국의 대표적인 강인데, 저는 그냥 더러운 강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더러운 이유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이라서? 하는 생각 정도였지요. 그런 강과 관련된 세세한 이야기를 책에서 풀어나갑니다. 1858년의 ‘대악취’ 사건은 도시가 커지는 동안 무엇을 방치했는지 드러냅니다. 그래서 템즈강을 모델로 했다면, 굉장히 더러운 강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한강은 무척이나 깨끗합니다... 지금은 말이지요. 당시 영국은 국회의사당 근처에서도 악취를 피할 수 없었다는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화려한 도시의 역사도 결국 사람들이 쓰고 버리는 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강이 정말, 문명의 방향을 결정하는 듯 싶습니다.


미시시피강이나 니제르 강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양쯔강이 워낙 흥미가 있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황하 대신에 양쯔강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더니 대운하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르코 폴로가 언급할 정도로 기억에 남았던 곳이겠지요. 대규모 건축에 의한 지반 침하... 결국 옛날 존재하던 운하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도시 문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가 봅니다.


이렇게 읽고 보니 아, 이래서 세븐 리버를 선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명의 이야기만으로 완성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 강의 특색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성스러운 갠지스강, 더러운(?) 템스강, 노예의 미시시피강... 말리 제국의 니제르강... 다양합니다. 왕조의 다툼이 궁금하면 나일강을, 도시와 위생의 역사가 궁금하면 템스강을 먼저 읽는 식으로 강 하나씩 쏙쏙 뽑아보는 방법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좀 정신이 없어서, 7개 강을 한 번에 읽는 것보다, 맘에 드는 강 하나 잡고 읽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7개의 강에 세계사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강들을 보면 세계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지리와 얽힌 역사를 재밌어 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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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랜드
사와무라 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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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뭔가 즐거운 집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책 내용은 실제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의 발전과 가족관계의 변화를 그린 SF 소설집입니다. 밝은 색감의 표지와 달리 내용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때로는 무서운 수준의 그런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잠깐 읽으면서 에피소드 하나씩 읽으려다가 빠져들어서 한 번에 다 봤습니다. 흡입력 있는 내용들로 구성이 되었네요. 아무래도 태블릿과 첨단 기술, 유전자 편집, 결혼 정보 시스템, 로봇과 간병 등 지금도 익숙한 소재들이라서 그런지, 그럴만도 하지 하면서. 완전히 낯선 미래라기보다 현재보다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 책의 대표작입니다. 왜 시어머니 빼고는 다 좋았던 것인지, 책 내용을 읽다보면 섬뜩합니다. 감시의 세계... 감시의 수준을 넘어서 가족을 조종하는, 그런 내용이 등장합니다.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오히려 가족 사이의 거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상당히 씁쓸한 듯 하면서, 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수도 있구나, 하더군요.


또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이것이었습니다. 사요나키가 날아오른 날. 가족을 무조건 따뜻하고 이상적인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이 단편의 주요 포인트입니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상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행동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까운 만큼 서로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로봇의 존재가, 가족에게 무슨 일을 하게 만들었는지,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책의 뒷표지에 소개된 것처럼 이 작품에서는 시집살이, 아동 방임, 혼활, 간병과 노인 소외 등 다양한 문제가 미래 사회의 모습과 함께 펼쳐집니다. 그래서 단순히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등장할까?’를 보여주는 SF라기보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되어가는 사회에서 인간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소설에서 여러 예시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말 단숨에 읽어버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한 편을 읽고 나면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습니다. 화려한 우주나 먼 미래보다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SF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서평 때문에 재밌다고 포장하기보다도, 정말로 흥미로운 주제였고, 헉 하는 결말을 보았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는 인간이니만큼, 가족을 둘러싼 고민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패밀리 랜드』는 미래의 가족을 통해 지금 우리의 가족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SF를 좋아하시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정말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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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이 사전 : 전설편 세계 괴이 사전
에이토에후 지음, 현정수 옮김, 아사자토 이츠키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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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불가사의, 그런 것 참 언제 읽어봐도 재밌습니다. 세계와 관련된 잡다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이야깃거리로 풀어내기도 좋습니다. 특히 오래된 무덤이나 숨겨진 보물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한 번쯤 들어보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믿기 어려운 내용이어도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인지, 왜 지금까지 전해지는지는 궁금하거든요. 전설, 설화. 얼마나 재미있나요? 그래서 이번에 서평단 이벤트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보라색 바탕에 고대 석상과 괴생명체가 얽힌 표지는 언뜻 가벼운 오컬트 서적처럼 보이지만(주술의 세계라는 책과 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의외로 진지하게 제대로 700여 개의 전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만화적인 느낌이지만 내용은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삽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700여 개 중에 역시 아는 것이 먼저 보입니다. 진시황, 시황제의 무덤 이야기인데요. 실존하는 무덤이긴 하지만, 수은이 흐른다던지, 강과 바다 같은 '사기'의 기록이 존재한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영생을 바랐던 시황제라는 인물이 존재했고, 이런 곳을 만들었던 발상 자체도 신비합니다. '사기'는 사실 100년이나 후에 쓰여진 것이기에, 무덤 자체의 존재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전설의 내용은 흥미롭습니다. 옆의 신선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신선도 전설이기에 재밌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괴생물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밌네요. 중남미에 존재(?)하는 동물도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의 추파카브라는 가축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괴생물입니다. 두 발로 걷고 등에 가시가 있으며, 털로 덮였다는 설과 비늘이 있다는 설이 함께 나옵니다. 하나의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모습이 전해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당연히 경험에 의해서 보이고 싶은대로 보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설이지만 현지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괴생물들 이야기도 재밌지만, 개인적으로는 폴란드의 황금열차 쪽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나치가 보물을 실은 열차를 묻었다는 전설인데, 보물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이어지거든요. 괴생물은 멀리서 이야기로만 접하고 싶지만, 숨겨진 열차는 실제 흔적이 남아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마 이런 황금열차는 평생 쫓아다닌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뒤쪽의 장르별 색인은 제법 유용합니다. ‘견우와 직녀의 칠석 전설’, ‘고구려의 주몽’처럼 익숙한 이름과 ‘나이아가라의 안개 처녀’ 같은 낯선 제목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라별로 읽다가 관심 있는 소재를 따라 다시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말그대로 백과사전 같은 느낌입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표지를 보고 많은 삽화와 함께하는 그림책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글이 빽빽한 편이라 화려한 그림책을 기대하고 고르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긴 서사에 몰입하는 소설보다는 여러 이야기를 짧게 접하는 사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대신에 상상력이 최대치로 발휘될 것이라는 즐거운 사고를 할 수도 있겠네요.

완독을 목표로 서두르기보다 생각날 때 몇 항목씩 꺼내 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후루룩 차분하게 며칠만에 읽었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을 기억할 필요도 없고, 마음에 남는 이야기 하나를 좀 더 찾아봐도 좋겠지요.

전설이나 역사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책입니다. 읽고 나서 대단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세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지는구나 하고 잠시 들여다보는, 즐기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딱 좋습니다. 그런데 재밌습니다. 정말로.

#세계괴이사전전설편 #세계괴이사전 #에이토에후 #현정수 #아사자토이츠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AKTRAVIABOOK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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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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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러시아의 말미를 풍미했던 거대한(?) 자의 풀네임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표지부터 아무래도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라스푸틴이 러시아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얼핏 들어봤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분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딱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평단을 신청하였습니다.


제목이 무척 쎈 느낌입니다. '가장 완벽한 노예'라는 말 자체가 좀 도발적입니다. 라스푸틴을 좀 미화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저렇게 생겼는지, 좀 무거운 느낌입니다. 책 표지에서 좀 생각할 부분이 있습니다. '맹신'을 왜 하는 것인가, 내 생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좋다고, 절망 속에서 붙잡을 것이 없어서 붙잡는 것인지요.



라스푸틴을 이미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던 제국의 ‘증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누군가 생각을 대신해 줄 자리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먼저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내가 생각안해도 되는 편안함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믿게 되었고, 그런 것을 라스푸틴이 잘 이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 여러 사람이 같은 의견을 내면 괜히 그쪽이 맞는 것 같고, 말 잘하는 사람의 설명은 근거를 살피기도 전에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불안과 의존을 일상의 작은 선택에도 대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삼인성호, 라는 말이 이럴때 생각나네요.


사람의 말과 속마음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조금 마음이 뜨끔하였습니다. 겸손한 말 뒤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고, 무언가를 애써 부정하는 태도에도 욕망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꽤 날카로운 표현으로 사람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분석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저런 사람을 조심해야겠구나’ 쪽으로 생각을 했는데, 결국은 뭐, 곧 제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별것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칭찬을 기다리거나, 괜찮다고 해놓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하는 것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솔직하게 묻는 일이 먼저여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스푸틴의 이야기는 며칠 전에 읽었던 괴벨스의 내용과도 꽤 비슷했습니다.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죠.




“정해진 길을 걷는 모범생은 결코 룰을 지배할 수 없다”는 장 제목도 눈길이 갔습니다. 솔직히 이 문장에는 바로 동의하기에는 좀 불편했습니다. 저는 나름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쪽이라서 그런가봅니다.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하는 태도도 충분히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정해진 순서를 잘 따라가는 동안, 그 순서가 왜 필요한지는 묻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선택한 일이라면 한 번쯤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남의 평가와 자기 존중을 다루는 대목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 하나에 자존감을 맡기고, 그 사람이 내린 평가에 하루 기분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이야기하거든요. 앞의 강한 표현들보다 오히려 이런 문장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눈치 보는' 삶이 저의 일상과 닮아 있어서 그런것 같았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없애기는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제 노력까지 별것 아닌 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에서는 이를 ‘오만’이라는 말로 풀어가지만, 제게 남은 건 남의 인정이 없어도 자신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쪽이었어요. 메타인지도 중요하지만, 자기 존중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내용의 임팩트와 표현이 강한 만큼 모든 문장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공감하는 말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싶은 말을 나눠 읽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라는 책이니, 이 책의 말에도 제 생각을 보태며 읽는 게 맞겠지요. 전부다 동의하거나 그러면 안된다,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 말에 끌릴까?’ 누군가의 확신에 기대고 싶을 때, 그 질문부터 하면서 자신을 굳건하게 세워나가야겠습니다. 남의 의견은 듣되 마지막 대답까지 맡겨두지는 않는 것.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라스푸틴에게 휘둘렸던 러시아 제국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요? 비약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내렸던 결론은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 번 읽어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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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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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사실 괴벨스라는 이름 하나에 혹해서 서평을 신청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도 상당히 구미가 당겼습니다. 띠지의 내용을 아마 괴벨스가 이야기 했던 것이겠지요? 역사상 가장 잔혹한 비극을 이끈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다 보니, 과연 이 사람의 선동술을 배우라는 뜻인지 아니면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는 뜻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나름 어그로(?)를 잘 끈 표지였습니다.


책 안쪽의 인물 소개를 읽어보니 책의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괴벨스를 끔찍한 비극을 만든 잔혹한 설계자라 규정하면서, 우리가 그의 행적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그 기술에 감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한 ‘반면교사’로 삼기 위함이라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진실 대신 편안한 거짓말과 분노할 대상을 던져주며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켰던 과정을 분석해, 오늘날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였습니다. 요즘 하도 AI가 다양한 일들을 하다보니, 괴벨스가 하는 말이 더욱 와닿는 느낌이네요.


본문 내용 중에서는 ‘거대한 거짓말’과 프레임 선점에 관한 대목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나치의 대표적 기술로 알고 있던, 괴벨스가 참 잘했다는 그것입니다. 원래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유대인의 선동술을 비난하려고 썼던 개념을, 나치 선전부가 그대로 가져왔지요. 어설픈 변명 대신 아주 크고 뻔뻔한 거짓말을 먼저 던져버리면, 대중은 설마 저런 거짓말을 할까 싶어 오히려 의심하지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목소리 큰 X가 이긴다, 뭐 그런 논리아니게습니까.

여기에 더해, 먼저 공격적인 프레임을 짜놓으면 상대방이 뒤늦게 아무리 정교하고 논리적인 해명을 내놓아도 이미 짜인 판 안에서 허우적대다 끝난다는 설명은 인터넷 논란이나 뉴스 댓글 창에서 자주 보던 답답한 광경과 많이 겹쳐 보였습니다. 선동은 쉽지만 선동에 대한 해명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런 것입니다. 현실이지요. 괴벨스가 그걸 그렇게 잘했던 것입니다.


선동에 대한 반론으로 해명을 하는 것, 그것도 위험하다는 것을 괴벨스는 이야기하였습니다. 누군가 악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나를 평가하려 할 때, 그 잣대의 눈금이 맞네 틀리네 하며 다투기 시작하면 이미 상대의 기준을 인정해 버린 셈이 됩니다. "너의 잣대로 나를 재지 말라"는 말처럼, 상대가 억지로 씌운 프레임 안에서 구차하게 변명하기보다는 애초에 그 기준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왜 중요한지 차분하게 짚어줍니다. 상대하는 순간, 이미 상대의 범위안에 들어선 셈이죠. 어렵습니다. 정말.


동정심이 감정이 아니라 비용이다, 하니 상당히 와닿는 것들이 있습니다. 노숙자들에게 공짜로 빵을 주었더니, 탈이 났다고 보상을 요구하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거절해야 마땅한 상황인데 상대방의 난처한 표정이 마음에 걸려 말을 삼키거나, 끊어내야 할 관계인데 안쓰러운 마음에 끌려다니다 결국 내 몫까지 손해를 보는 일상적인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쏘아댑니다. 계속 양보만 하다 보면 결국 내 입지만 좁아진다는 경고는 다소 냉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실이지요. 사람이 매정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이나 무리한 부탁에 휘둘려 정작 지켜야 할 내 기준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면 그랬습니다.


괴벨스의 핵심 사상이 집약된 듯한 말입니다. 선전장관으로서 괴벨스가 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말입니다. 대중을 어떻게 조종할 것인가. 선동할 것인가. 그런 것이죠. 이 대목을 보면서 요즘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넘겨보는 숏폼 영상이나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가볍게 웃고 즐기는 미디어 사이로 특정 편견이나 유도된 생각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내 생각이라고 믿는 것들이 정말 온전히 내 판단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네요. 미디어, 선전, 정말 무섭습니다.


문장이 직설적이고 단순해서, 잘 읽히는, 괴벨스에 대한 분석이 담긴 책입니다,. 그런데 다루는 내용이 마냥 가볍거나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워낙 나치와 독일 제국의 이미지가 그래서인지, 그 때 활약(?)을 했던 인물이라 그런 것 같네요.

괴벨스가 어떻게 선동을 했는지 잘 파악하게 해주는 책이다보니, 어떻게하면 선동을 안 당할 것인가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교묘한 프레임이나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패'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나 인간관계의 피로 속에서, 온전히 내 생각과 기준을 지키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보실만한, 그런 책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뉴스를 보거나 타인의 말을 들을 때 무비판적으로 넘기지 않고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무서운 괴벨스의 선동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과 프레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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