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자세 교정법 - 피아노 연주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
모리 아사 지음, 나지윤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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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끝없는 연습과 통증의 굴레, 그 해답을 찾아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많은 이들이 하나의 끝없는 딜레마에 부딪히곤 합니다. 더 나은 소리, 더 완벽한 테크닉을 향한 열망으로 매일 수 시간씩 건반 앞에 앉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실력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정체하고 몸에는 원인 모를 통증이 찾아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어깨는 돌덩이처럼 굳으며, 허리는 연주가 끝난 뒤에도 뻐근한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러한 문제 앞에서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연습이 부족해서’ 혹은 ‘재능이 없어서’라며 자신을 탓하고,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 시간을 더욱 늘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취미로만 할 때에도 이런 고통을 느꼈던 적이 있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모리 아사의 『피아니스트 자세교정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연습’이라는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쾰른 국립음대 수석 피아니스트이자 공인 알렉산더 테크닉 지도자라는 독특하고 신뢰도 높은 이력을 지닌 저자는, 문제의 원인이 연습의 ‘양’이 아닌 몸을 사용하는 ‘질’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이 책은 ‘더 열심히’가 아닌 ‘더 지혜롭게’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는 혁명적인 안내서입니다. 피아노 연주를 위한 신체 사용법을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에 입각하여 풀어냄으로써,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연주의 완성도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겠지요.







패러다임의 전환 -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기’의 연습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철학은 연습에 대한 관점을 180도 전환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더하는’ 연습에 익숙합니다. 더 빠른 손가락 훈련, 더 강한 타건을 위한 근력 운동, 더 많은 연습곡 정복 등, 기존의 능력 위에 새로운 기술을 계속해서 쌓아 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본문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더하는 연습이 아니라 방해하는 요소를 덜어내는 연습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하며, 이러한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해하는 요소’란 연주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버린 불필요한 긴장, 몸의 구조에 어긋나는 잘못된 움직임, 그리고 ‘올바른 자세’에 대한 경직된 고정관념 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패시지를 연주할 때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하거나 턱에 힘을 주는 행동, 손가락의 힘만으로 건반을 누르려고 애쓰는 습관 등이 모두 연주를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불필요한 힘의 개입은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차단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왜곡시켜, 결국 통증을 유발하고 소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방해 요소’를 자각하고 ‘덜어내는’ 도구로서 ‘알렉산더 테크닉’을 제시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무의식적인 습관의 개입을 의식적으로 멈춘 뒤, 본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회복하도록 돕는 메소드입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피아노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몸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불필요한 습관을 내려놓음으로써, 몸이 가진 본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몸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덜어내기’의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효율적인 연습이며,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책은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습니다.




몸의 재설계 - 발끝부터 손끝까지 이어지는 유기적 시스템

 ‘덜어내기’라는 철학적 기반 위에서, 우리 몸을 해부학적으로 이해하고 재설계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책의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피아노 연주가 단순히 손가락의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발끝에서 시작해 머리끝까지 이어지는 전신의 유기적인 협응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1장 ‘피아니스트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에서는 머리-목-척추의 관계가 몸 전체의 균형과 움직임의 질을 결정한다는 핵심 원리를 소개합니다. 연주 중 목이 앞으로 빠지거나 등이 굽는 자세는 척추 전체의 정렬을 무너뜨리고, 이는 결국 팔과 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게 됩니다. 저자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자각하고 이 중추조절이 자유롭도록 허용하는 것이 모든 테크닉의 선결 조건임을 분명히 합니다.








2장 ‘무리 없이 몸을 사용하는 기술’은 이 책의 가장 구체적이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피아니스트의 몸을 발, 다리, 골반, 척추, 팔, 손 등으로 나누어 각 부위의 구조와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연주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지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흔히 의자에 ‘앉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발바닥이 땅을, 좌골이 의자 좌판을 단단히 ‘지지’하고 있음을 느끼라고 조언합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하체의 지지 기반이 확보될 때, 비로소 상체와 팔은 불필요한 긴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진 속 ‘건반 바닥으로부터 지지받는다’는 그림은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는 건반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손끝이 건반이라는 지지면에 닿아 그 반작용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는,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타건을 재정의합니다. 이 작은 인식의 전환은 타건의 질을 바꾸고, 힘들이지 않고도 풍부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3장과 4장은 이렇게 재설계된 몸의 사용법을 실제 연습과 연주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치기’가 아닌 ‘듣기’에 집중하는 연습 태도부터 시작하여, 큰 소리를 낼 때 온몸의 무게를 싣는 법, 여린 소리를 낼 때 불필요한 힘을 빼고 섬세하게 조절하는 법, 옥타브나 화음을 무리 없이 연주하는 법, 안정적인 템포를 유지하는 법 등 피아니스트들이 겪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 모든 해법은 ‘근육을 더 단련하라’는 식의 처방이 아닌, ‘몸의 구조를 이해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제거하라’는 일관된 원칙에 기반하고 있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올바른 자세’라는 허물 벗기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올바른 자세’라는 낡고 경직된 강박관념으로부터 연주자들을 해방시킨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어깨에 힘을 빼고, 손목을 둥글게’라는 식의 자세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틀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몸은 부자연스럽게 경직되고 음악의 흐름을 방해받기 쉽습니다.




저자는 사진 속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이 문제를 명확하게 지적합니다. 한 그림에서는 연주자가 ‘올바른 자세’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치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는 반면, 다른 그림에서는 ‘음악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는 진정으로 좋은 자세란, 정해진 모양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일 준비가 된 ‘역동적인 안정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자세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중력과 균형을 이루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과정’ 자체를 의미합니다. 등받이에 쿠션을 대어 척추가 자연스럽게 설 수 있도록 돕거나, 미끄럼 방지 매트를 사용하여 하체의 안정감을 높이는 등의 구체적인 팁들은, 연주자가 이러한 역동적 안정 상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결국 이 책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자세를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음악에 집중하면 몸이 스스로 최적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유를 선물합니다.




지속 가능한 연주, 진정한 음악적 자유를 향한 여정


 이 책은 단순한 피아노 테크닉 서적을 넘어, 연주자가 자신의 몸과 깊이 소통하고, 통증 없이 연주를 평생의 즐거움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라고 생각됩니다.  ‘더하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덜어내기’의 지혜를 가르쳐주며, 몸을 기계적인 도구가 아닌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자세의 틀에서 벗어나 음악적 의도가 이끄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고질적인 통증으로 연주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전문 연주자,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좌절하는 전공생, 이제 막 피아노를 시작하며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은 입문자,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연주를 즐기고 싶은 모든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원리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자신의 몸을 탐구하다 보면, 어느새 연주가 고된 노동이 아닌 즐거운 유희로 변해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약속하는 것은 단지 통증 없는 연주나 향상된 테크닉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몸의 자유를 통해 얻어지는 진정한 ‘음악적 표현의 자유’입니다. 불필요한 긴장과 나쁜 습관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때, 우리의 내면은 비로소 음악을 통해 온전히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피곤하게 연주하는 시간은 끝났다”는 책의 선언처럼, 『피아니스트 자세교정법』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며,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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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자세 교정법 - 피아노 연주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
모리 아사 지음, 나지윤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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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에 있어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렉산더 테크닉과 함께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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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 - 세계 3대 콩쿠르 우승자는 어떻게 피아노를 배웠는가
카와카미 마사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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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음악이라고 하면 그냥 소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세월의 흐름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부터는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감정을 추스르고,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느끼게 된 나름대로의 생각은,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과 생각, 그리고 시대와 문화가 응축되어 흘러나오는 총체적 언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문화를 알 수 있고, 시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배우는 일이라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카와카미 마사히로의 《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은 바로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입니다. 

저자는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무엇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를 여섯 살부터 12년간 지도한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찾아보니 츠지이 노부유키가 2009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때, 그의 뛰어난 연주력 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교육의 축적과 해석적 훈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그 경험을 집대성한 산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책을 펼치면 단순한 교수법 소개서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음악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차만 보아도 “아이의 능력을 어떻게 알아볼까?”, “즐겨라!”, “일은 만드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와 같은 문장들이 보입니다. 피아노 교수자나 학습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닌, 누구에게나 큰 도움이 될만한 인생 가이드(?)같은 책이었습니다. 




책의 목차만 봐도 저자의 교육 철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곡가의 배경을 공부한다”, “좋은 정보를 선별하도록 돕는다”, “가치와 의미 있는 즐거움을 잡아낸다.” 이는 단순한 테크닉 훈련이 아니라, 음악을 문화적 맥락과 연결하는 해석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이 부분을 읽으며,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텍스트이자 맥락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음악과 음악교육에 바친 사람의 이야기라 그런지 와닿는 것이 더 컸습니다. 교육은 기술의 전달을 넘어서, 해석적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지.책의 목차만 봐도 저자의 교육 철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곡가의 배경을 공부한다”, “좋은 정보를 선별하도록 돕는다”, “가치와 의미 있는 즐거움을 잡아낸다.” 이는 단순한 테크닉 훈련이 아니라, 음악을 문화적 맥락과 연결하는 해석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이 부분을 읽으며,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텍스트이자 맥락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음악과 음악교육에 바친 사람의 이야기라 그런지 와닿는 것이 더 컸습니다. 교육은 기술의 전달을 넘어서, 해석적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지요.



  많이 알려진 영어 속담이지만, 저자는 이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연습은 단순히 반복하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고하고 실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악기를 배우는 아이는 단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도한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교육은 실험이다’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저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면 가까운 직종에서 일하고 있기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부딪히며 깨닫는 과정 속에서 진짜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반복만으로는 완벽에 도달할 수 없고, 반복과 사고, 실험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에 다가설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일은 말없이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이 문장은 음악 교육서를 넘어 삶의 지혜로 다가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라는 요청이기도 하지요. 피아노를 배우는 일도, 삶을 살아가는 일도 결국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창조하는 것이 삶의 태도라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유학 시절 저자가 만난 일리에프 선생님의 교훈은 “즐겁게 하라”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즐거움 속에서 배움이 지속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레슨실에서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던 모습은, 음악이 단순한 고행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배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억지로, 의무감으로 하는 학습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반대로 즐거움은 배움을 지속하게 만들고, 결국 큰 성취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즐거움’은 성장을 지속시키는 동력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먼저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이라고 말합니다. 음악적 재능은 어린 시절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순간에 숨어 있기도 한 부분입니다. 그는 “부모님이나 지도자는 그런 순간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느낀 점은, 교육자의 역할이 ‘판단자’가 아니라 ‘발견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지금 보이는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된 가능성을 읽어내는 안목이야말로 좋은 교육자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절감하였고, 저도 이런 안목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음악뿐 아니라 모든 배움에 통하는 부분이겠죠.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결국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의 성공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의 훈련과 성찰의 결과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라는 한계를 지녔지만, 그것이 오히려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고, 저자는 12년간의 지도를 통해 노부유키가 어떻게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을 키워나갔는지를 결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꾸준함, 스승의 올바른 길잡이, 그리고 자기 해석의 힘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요.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누적’이라는 진리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재능, 노력의 누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은 단순한 피아노 교육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응답같습니다. 연습은 사고와 실험을 통해 완성되고, 배움은 스승과 관계 속에서 깊어지며,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누적의 산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탐구하는 태도, 배움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태도.

책을 덮고 나서는 저도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말이죠. “나는 내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나는 내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바로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순간, 책은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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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임을 다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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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 - 세계 3대 콩쿠르 우승자는 어떻게 피아노를 배웠는가
카와카미 마사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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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교육자만이 아닌, 인생을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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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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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제서야 사회가 정해준 역할과 책임의 무게를 제법 능숙하게 견디며 살아갑니다. 경험이 쌓이게 되니 이제는 걱정보다는 귀찮음이 좀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을 깨우는 것은 알람 소리가 아닌 스마트폰의 업무 알림이고, 밤에 눈을 감기 전 확인하는 것 역시 내일의 일정입니다. 저의 시간과 생각은 직장에서의 일과 계획조직의 규율과 주어진 의무, 효율과 성과라는 잣대 아래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틀 안에서 밥벌이하면서, 글을 써봐야지, 하는 꿈은 먼지 쌓인 서랍 속 낡은 노트처럼 까맣게 잊혔습니다. 꺼내서 먼지를 털어보고 다시 '음, 깨끗해졌네, 언젠가 다시 꺼내서 써야지'하고는 집어 넣기만 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현실의 무게 앞에서 자조하곤 했습니다.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오면 그저 잠을 청하기에 급급했으니까. 그런 제게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조언을 위한 작법서가 아니었습니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위대한 작가가 건네는 공감 어린 위로이자,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날카롭고 절실한 격려였습니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저는 어쩌면 또 다른 성공 신화나 천재의 손쉬운 비법을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잘 알고 있었고, 열심히 읽었었기에,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작가라면 분명 우리 같은 범인(凡人)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영감의 번개를 맞으며 글을 썼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했던 생각이 그저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피츠제럴드는 빛나는 천재가 아니라, 단 하나의 완벽한 문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남김없이 소진시킬 각오가 된 ‘고독한 노동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단 한 페이지를 쓰기 위해 아흔아홉 페이지의 원고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장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단지 퇴고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버리는 행위’임을, 수많은 실패의 잔해 위에서만이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매일 아침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기계적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며 ‘완성’에만 급급했던 제 모습 위로, 더 나은 표현, 더 정확한 리듬을 찾기 위해 밤새 원고를 붙들고 씨름했을 그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문장이 삐걱거리지는 않는지, 이 형용사가 인물의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장인 정신 앞에서, ‘재능이 없어서’, '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제 생각은 정말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상품으로서의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분열은, 100년 후의 제게도 너무나 익숙한 고뇌였습니다. 그는 명작을 집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때로는 스스로 ‘쓰레기’라 부르는 상업적인 단편들을 대중 잡지에 팔아야 했습니다. 그의 편지 곳곳에 묻어나는, 예술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자에 대한 경멸과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 사이의 갈등은, ‘자아실현’과 ‘밥벌이’의 양극단에서 서성이는 오늘날 우리 모두의 자화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지독한 동질감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도 주지 못했던 깊고 현실적인 위로를 제게 안겨주었습니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직장인의 글쓰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 시간이나 재능의 부재보다 ‘이야깃거리의 부재’에 대한 깊은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파티와 스캔들,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피츠제럴드의 삶과 달리, 집과 일터를 오가는 예측 가능한 저의 삶에 무슨 특별한 서사가 있겠냐는 자조. 바로 그 가장 연약한 지점을, 이 책은 가장 날카롭게 파고들며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건넵니다.

피츠제럴드는 끈질기게 ‘관찰’하고 ‘경험’에서 길어 올리라고 강조합니다. “작가의 가장 큰 자산은 감성”이라 말하며, 스쳐 지나가는 모든 감정과 생각의 조각들을 소중히 그러모으라고 충고합니다. 그의 조언을 곱씹다 보니, 제가 무가치하다고 외면했던 일상의 풍경이 보물 창고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만원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그 뒤에 숨겨진 각자의 사연, 조직 생활 속에서 오가는 미묘한 관계의 역학과 뼈 없는 농담들, 윗사람의 말에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저와 동료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와 플롯의 원석인가. 피츠제럴드는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비범한 삶을 살아야만 비범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삶을 비범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정직한 감성으로 기록할 때, 비로소 위대한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눈부신 진실을 말입니다.

이 책은 친절하고 상냥한 교사가 전달해주는 작법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독히 예민하고 까다롭지만, 누구보다 이 길의 고통과 환희를 잘 아는 엄격한 선배에 가깝습니다. 그는 “소설 쓰기는 끔찍하게 어렵고 고독한 작업”이라며 달콤한 환상을 가차 없이 깨뜨립니다. 하지만 그 차가운 엄포 뒤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면 기꺼이 그 고통을 감수하라”는 뜨거운 응원이 용암처럼 흐릅니다. 책의 곳곳에 담긴 그의 편지글과 메모들은, 마치 늦은 밤 바에 홀로 앉아있는 제게 다가와, 자신의 영광과 실패담, 그리고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들을 두서없이 털어놓는 늙은 거장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임을, 질투와 불안은 작가의 숙명과도 같지만 그것을 외면하는 대신 창작의 연료로 써야 함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다시 제 책상을 봅니다. 여전히 눈앞에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세상은 어제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을 보는 저의 ‘눈’이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 속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찾아내려는 새로운 감각이 깨어났습니다. 피츠제럴드의 ‘분투’는 제게 완벽한 글쓰기 비법이나 성공의 지름길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불완전하고 서툴지언정, 기꺼이 실패할 각오로 저의 첫 문장을 시작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작가지망생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마흔의 책상 앞에 앉아, 다시 한번 나만의 서사를 꿈꾸게 해준 이 위대한 분투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이제, 새로운 글을 다시 써보려 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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