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의 악마
모 헤이더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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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같이 운동하던 언니가 일본여행을 다녀왔어요. 구마모토에 큰 지진이 있은후라 그런지 그곳이랑은 좀 떨어진 교토를 다녀왔는데도 관광객이 확 줄어서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고 얼마나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하시던지...일본사람들 배려심 하나는 끝내준다고, 지하철에서도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을 볼수가 없을만큼 질서정연하고 사회의식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고...아무튼 너무너무 좋은 여행이었다, 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조금전 <난징의 악마>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건 과오일뿐이다. 선조들의 잘못일뿐이다, 라며 여전히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정말 저 사람들이 배려심이 있긴 있는건가, 사회의식, 문화의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맞는건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기도 하죠. 일부 무능한 정부 인사들에 의해 모든 일본사람들이 싸잡혀 나쁜소리를 듣는거라고. 그것도 맞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인정해 버리기엔 너무 크나큰 악행을 저지른 과거가 있기에, 그 악행을 당한 민족이 바로 우리 선조들이기에 더 화가나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얼마전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았고 <몽화>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일제강점기 당시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영화를 통해, 책을 통해 다시 보게되니, 하...정말 일본의 악랄하고도 악랄함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쩜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그러나 그 만행은 그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치가 떨렸습니다. 1937년 7월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그 해 11월 상하이를 점령하고 12월 수도인 난징까지 점령하게 됩니다. 그 12월부터 다음해인 1938년 2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대학살"의 만행을 저질렀는데요, 탈취와 강간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기관총이나 수류탄으로 몰살을 시키기도 했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병사들의 총검술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총알을 아끼겠다고 산채로 묻거나 휘발유를 뿌려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고 하니...ㅠㅠ <귀향>에서도 그와 같은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을 따름입니다.




<난징의 악마>는 그 무시무시한 역사적 사실인 "난징대학살"의 일부분을 다룹니다. 이것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분명히 논픽션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레이는 어린시절 우연히 본 주황색 책에서 난징에 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책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그녀가 읽은 책에 대해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모두 그녀를 미친사람으로 몰아부칩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랜시간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뜻밖에 병원에서 보게된 한 학술지에서 그 책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필름의 존재를 알게됩니다. 그 필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일본으로 오게 된 그레이. 그 사람은 바로 도쿄대학의 스충밍교수입니다. 그레이는 그 필름에 난징에 대한 모든 비밀이 들어 있을거라 확신하며 보여주길 희망하지만 스충밍은 그레이에게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그레이가 임시로 일하게 된 클럽에 손님으로 오는  야쿠자두목에게서 그가 먹는 약의 정체를 알아오면 필름을 보여주겠다고. 그 필름을 보기위한 일념으로 목숨을 건 그레이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그레이의 싯점에서 서술되는 현재의 이야기와 스충밍의 싯점에서 서술되는 1937년 당시 난징에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전개가 되는데요. 와...뒤로 갈수록 두 시점의 절정단계가 서로 만나면서 아주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난징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장면에서는 숨통이 조여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본인 야쿠자두목의 정체와 그가 먹고있는 신비의 영약의 정체가 밝혀질땐 정말 헉...하고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그 약이 난징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을 안 순간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의 악랄함은 어디까지인지...이것은 비단 일본사람이라는 그 이유뿐만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은 묵혀두면 안되는 건데...그동안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준 내가 미울따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상하이에서는 모든 게 전리품이었다. 귀, 머릿가죽, 신장, 유방. 그렇게 뜯어낸 전리품은 벨트에 걸어놓거나 모자에 꽂아놓았다. 군인들은 머릿가죽이나 생식기를 자랑스레 매달고 다녔다. 그들은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마냥 즐거워했다. 어떤 군인들은 만주식으로 시원하게 민 중국인들의 머릿가죽을 부대 휘장처럼 모자 뒤에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398쪽)



인간의 마음은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를 뒤집기도 한다. 가까이 있는 온기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다한다. 아기의 마음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스충밍에게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딸이 붙잡으려 안간힘을 다했던 사람, 아기가 사랑을 느낀 유일한 사람은 준조 후유키였을 것이다. (5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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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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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설들을 봐도 죽어도 편히 눈을 못감고 저승을 못가 이승을 떠도는 혼들을 보면 대부분 여자들이죠. 그렇지만 오늘 읽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조니 마"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남자들에게 쉼없는 복수를 합니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보란듯이 남자들의 연인들을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한 장의 쪽지를 남기죠. "이제 너도 어떤 기분인지 알겠지?"라며...



조니와 도러시는 돌아오는 6월에 결혼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밤 8시에 같은 장소에서 만났죠. 결혼을 몇일 앞둔 5월 31일, 역시나 8시에 조니는 도러시를 만나기 위해 늘 같은 장소로 갔지만 그곳에 있는건 머리가 깨진 도러시의 시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진건지, 도대체 누가 도러시를 죽인건지 작가는 한마디도 해 주지 않습니다. 조니 역시 그 이유를 알지못한 채 도러시가 죽은 5월 31일에 한 사람씩 몇년에 걸친 살인을 계속 이어가게됩니다.



사실, 조니와 도러시의 이야기는 초반 프롤로그 부분에서 언급이 된 후 계속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어지는 챕터마다 새로운 등장인물과 새로운 살인사건이 등장해서 처음엔 단편집인가 했습니다. 이렇게 둔합니다, 제가. 챕터마다 일어나는 살인사건에는 아름다운 사랑이든, 평범한 사랑이든, 부적절한 사랑이든...어떻든 한 쌍의 연인이 등장을 하는데요.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또 한사람의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이 연인들의 사이에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 살인사건들을 캐머런이라는 형사가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데요. 그녀들은 매년 똑같은날, 정확히 5월 31일에 죽음에 이른것이죠.



연인을 잃고 가슴아픈 조니의 심정, 이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를 만큼 도러시를 사랑했던 조니가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조니에게 죽음의 대상이 되었던 여자들은 정말 억울한 죽음이 아닐수 없죠. 하지만 도러시의 죽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엮어서 죽여나갈 만큼 도러시에 대한 조니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니를 잡기위해 여자경관이 도러시의 분장을 하고 조니를 기다리다가 조니의 쪽지를 받고 인적이 드문곳으로 조니를 만나기 위해 가는 장면은 아슬아슬했고, 풀숲에서 분장한 도러시를 보며 기쁨에겨워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조니를 보며 이미 죽은 그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러시라고 믿는 조니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슬픈 내용은 아니었지만 읽는 내내 조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좀 먹먹했습니다. 이 책보다 평이 더 좋은 <환상의 여인>을 또 읽어 보아야 겠네요.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것 마저 그를 배신했다. 그 녀석마저 고장났다. 너무 빨리 가서 그녀를 죽이고 그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우악스럽게 시계를 풀어서 구두 뒷굽으로 밟아 세게 충격을 가해 기절시켰다. 그런 다음 바늘을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았다. 8시에서 일 분 혹은 이 분 전으로. 그런 다음 귀에 대고 시계소리를 들었다. 아무 소리 없이 잠잠했다. 그녀는 이제 무사했다. 지금쯤 그를 만나러 오느라 보이지 않는 마지막 모퉁이를 막 돌았을 것이다. 8시가 되지 않았으니 그녀는 계속 그를 만나러 오고 있었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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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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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하면 딱 떠오르는 책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입니다. 몇년 전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 홀딱 빠져서 이 작가의 책이 나올때마다 책장에 차곡차곡 쌓았다지요. 백설공주로 대표되는 "타우누스 시리즈"는 이 작가의 대표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오늘 읽은 책은 타우누스 시리즈가 아닌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전작인 <여름을 삼킨 소녀>를 읽고 읽으면 더 이해가 빠르겠지만 저는 전작을 읽지 못하고 이 책부터 읽게 되었습니다. 연결되는 내용이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나 전작을 읽었어야 했나봐요. 주인공인 셰리든과 그 가족들, 그리고 셰리든의 주변인물에 대해 좀 더 알고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될듯합니다만, 어쨌든 전작은 검색을 통해 간단히 스캔을 하긴 했습니다.




전작에서 셰리든은 15세의 소녀로서는 겪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15세면 사춘기의 정점에 있을 나이, 셰리든은 엄한 집안분위기와 양어머니의 매서운 눈초리로부터 벗어나고싶어 일탈을 꿈꿉니다.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은 나이이긴 하죠. 어른남자와의 첫 경험. 그리고 금방 사랑에 빠져버리는 감수성 짙은 나이의 셰리든. 강간과 낙태, 그리고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 집안의 큰 비밀까지 알게된 셰리든은 농장을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후, 17세가 되어 다시 시작된 <끝나지 않는 여름>. 농장을 나와 길을 떠나는 셰리든의 귀에 들려온 엄청난 소식. 뉴스를 통해 알게된 농장에서는 총기사건이 일어나 다섯사람이 사망하고 아빠와 오빠가 중상을 입기에 이릅니다. 사건을 접하고 경찰에게 연행되어 농장으로 돌아가게 되는 셰리든. 이 끔찍한 사건의 원흉이라고 소문이 난 셰리든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한몸에 받습니다. 17세라면 아직도 어린 소녀인데 어찌나 안쓰러운지...그렇지만 당돌한 셰리든입니다. 절대 기죽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는 소녀!




사실, 셰리든은 사랑하기엔 좀 힘이든 주인공입니다. 그 또래의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볼때 셰리든은 정말 난잡하기 그지없는 사생활을 일삼는,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처럼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주인공입니다. 어린 소녀의 입장에서 볼땐 정말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인데 결국 자신이 이용만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심정이 어땠을지. 그렇지만 보통의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과는 확실히 달랐던 셰리든. 자신이 가는 길이 비록 험난하고 힘들어도 꿋꿋이 그 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내 아이도 셰리든처럼 강인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앞에 있는 아주 작은 걸림돌에도 걸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려 하지 않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빌어먹을,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아! 난 왜 실수에서 배우는 게 없을까? 사랑 받으려는 내 갈망은 지금까지 걱정거리만 안겨줬다. 하지만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없다면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어떻게 발견한단 말인가? 실망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겁쟁이라서 비참한 노파로 늙어갈 건가? 아니,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숨어 지내기 싫었다.(본문중)

 



타우누스 시리즈로만 알고 있었던 넬레 노이하우스. 범죄소설도 정말 잘 쓰시지만 다른 장르도 정말 잘 쓰시네요. 작가는 자신이 마치 17세 소녀 셰리든이 된것처럼 그녀의 기쁨과 슬픔, 괴로움을 1인칭으로 실감나게 표현을 합니다. 미국 중서부의 광활한 평야와 한여름 넓은 농장의 나른함이 한눈에 그려지는듯한 배경도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들끓는 무더위와 싸우는 여름. 그 지독한 여름 같았던 셰리든의 지독한 사춘기. 셰리든의 여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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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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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를 만나면서 하라 료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안녕, 긴 잠이여>는 그 전 작품인 <내가 죽인 소녀> 다음으로 무려 4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아주 귀한 작품이었죠.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문의가 쇄도하던 그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참으로 귀한 책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출간된 하라 료 작가의 책은 오늘 읽은 <천사들의 탐정>을 포함하여 총 4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1988년 데뷔이래 에세이와 단편집, 네 편의 장편소설 모두해서 총 6권밖에 쓰지 않았다니, 참 귀하긴 귀한 책이네요. 시기적으로 봤을 때, <천사들의 탐정>은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와 <내가 죽인 소녀> 다음으로 출간 순서가 되는것 같습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글이 술술 나온다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팍팍 써 주셨으면 좋겠는데, 좀 많이 아쉽습니다.



 단편은 왠지 잘 안 읽힙니다. 장편은 중간에 좀 지루하더라도 읽다보면 탄력받아 쭉쭉 나가는데 단편은 이제 좀 시작하려나 하면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많아서 잘 읽지도 않을뿐더러 지금까지 읽어왔던 단편들중에 썩 마음에 드는 작품도 그다지 없었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천사들의 탐정>은 의외로 재미있게 읽혀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 작품집에는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특이한건 6편 모두 10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또는 의뢰인으로 등장을 합니다. 초등학생 소년이 총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로 부터 엄마를 지키기위해 사와자키 탐정을 찾아온 "소년이 본 남자". 딸의 뒷조사를 의뢰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난잡한 사생활을 뒤쫓고 있었던 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240호실의 남자". 그리고 새벽 1시에 사와자키에게 걸려온 전화, 잘못 걸려온 전화였지만 아이돌 여가수인 소녀는 잠시후에 자살을 할 거라는 충격적인 말을 남기는데..."이니셜이 M인 남자" 등 6편 모두 스토리도 탄탄하고 사와자키 탐정의 매력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식을 잃은 남자"라는 단편에는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는데요. 일본소설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또 새로운 느낌입니다.




계획적인 추리보다는 사건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하드보일드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단편집이라 하드보일드한 느낌은 좀 약한듯 하지만 그래도 흔히 보아왔던 탐정소설과는 좀 다른맛이 느껴질 것입니다. 시크하고 냉철하지만 따뜻한 인간미 또한 가지고 있는 사와자키 탐정. 스릴러물에 등장하는 상남자 형사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에 기나긴 기다림을 감내하고서라도 수많은 팬들이 열광하지 않나 싶습니다.

낡은 블루버드를 타고 필터가 없는 잎담배를 피우는 마초스타일 사와자키. 만사에 무심한듯 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서만큼은 냉철하고 예리한 사고력을 발휘하는 탐정. 이번 단편집에서는 어린아이에게까지 고용당해서 탐정일을 해야 하냐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사건을 파헤칠땐 10대인 의뢰인도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해주는 멋진남자. "탐정은 그냥 직업이야. 뭔가 수상하고 야비하고 하찮은, 그런 직업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런 직업이라는 각오도 되어 있지 않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지" 탐정이 되고 싶어 찾아온 아이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말해 주는 사와자키. 그가 비록 직업일 뿐이라고 말하는 탐정이, 그에게는 과연 진짜 직업일뿐일까요. 내가 봤을땐 운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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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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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체인지"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준과 김소연이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영화인데 두 사람이 번개맞고 몸이 바뀌거든요. 남자인 정준의 몸에 여자인 김소연의 인격이 들어가고, 여자인 김소연의 몸에 남자인 정준의 인격이 들어간거죠. 그와는 또 좀 다른 영화인 "수상한 그녀"도 있습니다. 70대 할머니가 어느날 20대의 몸이 되어버려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인데요. 오늘 읽은 책인 <인격전이의 살인>은 아무래도 서로의 인격이 뒤바뀌는 "체인지"라는 영화와 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준과 김소연은 처음엔 서로를 싫어하지만 인격이 뒤바뀐 자신들의 육체를 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을 느끼게 되는 과정들로 전개가 되는데요. 그 당시 참 소재가 참신하다 생각하며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며 그때 그 영화가 떠올라 몇장면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조그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쫓아 이곳까지 날아오게된 일본인 에리오는 우연히 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여러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미모의 배우 지망생인 재클린, 프랑스인 알랭과 일본인 아야커플, 마초스타일인 미국인 랜디, 아랍계 유학생인 하니,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의 종업원인 흑인 바비. 이렇게 7명은 작은 패스트푸드점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큰 지진을 만납니다. 쇼핑몰이 붕괴되기 직전 그들은 패스트푸드점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대피소라고 여기고 있던) 큰 통 속으로 피신을 하게 됩니다. 그 통속에 들어선 순간 그들은 각자 서 있었던 위치에서 시계방향으로 각자의 몸에 그 옆사람의 인격이 전이되는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대피소라고 여겼던 그 통은 30여년전 사람의 인격을 교체하는 ‘매스커레이드’ 현상을 연구하는 미국 정부의 은밀한 연구 시설이었던 것입니다.



인격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것이 아닌데 어떻게 전이가 될까, 참으로 신기한 간접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로의 몸에 전이가 되어버린 인격은 때와 장소, 주기와는 상관없이 어떤때는 몇일에 한 번, 어떤때는 몇개월에 한 번, 또 어떤때는 하루에 서너번이라도 시계방향으로 계속 전이가 됩니다. 나를 포함한 세사람(나, A, B)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나는 내가 되었다가 A가 되었다가 B가 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이 된다는 거죠. 죽을때까지. 누군가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몸속에 있는 인격이 죽는겁니다. 나의 몸에 A의 인격이 있는 상태에서 죽게되면 내 몸과 A의 인격 둘 다 죽는셈이 되는거죠. 그래서 에리오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자신의 인격이 있는 상태에서 살기 위해선(원래의 자신이 되기 위해선) 상대방이 죽어야만 한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들...



책을 읽을수록 수없이 전이되는 인격들에 처음에는 한사람 한사람 따져가며 읽다가 도저히 정리가 안되어 포기. 다행스럽게도 책속에는 내 몸속에 A라는 인격이 들어갔을때 괄호속에 "나(A)" 라는 표기를 해 줍니다. 그래서 전 그냥 몸인 "나"는 포기하고 인격(실체)인 "A"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아무튼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생각 해보지 않나요? "내가 저 사람의 얼굴과 몸매를 가졌다면 어떨까"싶은..저는 사실 남자가 한 번 되어보고 싶기는 합니다만. 너무 편할것 같아. 남자는.
이 작가분은 <인격전이의 살인>으로 처음 접하는데 이미 북로드에서도 두 권의 책이 나왔더군요. 이렇게 또 새로운 작가를 알게되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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