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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평점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설들을 봐도 죽어도 편히 눈을 못감고 저승을 못가 이승을 떠도는 혼들을 보면 대부분 여자들이죠. 그렇지만 오늘 읽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조니 마"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남자들에게 쉼없는 복수를 합니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보란듯이 남자들의 연인들을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한 장의 쪽지를 남기죠. "이제 너도 어떤 기분인지 알겠지?"라며...
조니와 도러시는 돌아오는 6월에 결혼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밤 8시에 같은 장소에서 만났죠. 결혼을 몇일 앞둔 5월 31일, 역시나 8시에 조니는 도러시를 만나기 위해 늘 같은 장소로 갔지만 그곳에 있는건 머리가 깨진 도러시의 시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진건지, 도대체 누가 도러시를 죽인건지 작가는 한마디도 해 주지 않습니다. 조니 역시 그 이유를 알지못한 채 도러시가 죽은 5월 31일에 한 사람씩 몇년에 걸친 살인을 계속 이어가게됩니다.
사실, 조니와 도러시의 이야기는 초반 프롤로그 부분에서 언급이 된 후 계속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어지는 챕터마다 새로운 등장인물과 새로운 살인사건이 등장해서 처음엔 단편집인가 했습니다. 이렇게 둔합니다, 제가. 챕터마다 일어나는 살인사건에는 아름다운 사랑이든, 평범한 사랑이든, 부적절한 사랑이든...어떻든 한 쌍의 연인이 등장을 하는데요.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또 한사람의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이 연인들의 사이에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 살인사건들을 캐머런이라는 형사가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데요. 그녀들은 매년 똑같은날, 정확히 5월 31일에 죽음에 이른것이죠.
연인을 잃고 가슴아픈 조니의 심정, 이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를 만큼 도러시를 사랑했던 조니가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조니에게 죽음의 대상이 되었던 여자들은 정말 억울한 죽음이 아닐수 없죠. 하지만 도러시의 죽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엮어서 죽여나갈 만큼 도러시에 대한 조니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니를 잡기위해 여자경관이 도러시의 분장을 하고 조니를 기다리다가 조니의 쪽지를 받고 인적이 드문곳으로 조니를 만나기 위해 가는 장면은 아슬아슬했고, 풀숲에서 분장한 도러시를 보며 기쁨에겨워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조니를 보며 이미 죽은 그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러시라고 믿는 조니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슬픈 내용은 아니었지만 읽는 내내 조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좀 먹먹했습니다. 이 책보다 평이 더 좋은 <환상의 여인>을 또 읽어 보아야 겠네요.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것 마저 그를 배신했다. 그 녀석마저 고장났다. 너무 빨리 가서 그녀를 죽이고 그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우악스럽게 시계를 풀어서 구두 뒷굽으로 밟아 세게 충격을 가해 기절시켰다. 그런 다음 바늘을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았다. 8시에서 일 분 혹은 이 분 전으로. 그런 다음 귀에 대고 시계소리를 들었다. 아무 소리 없이 잠잠했다. 그녀는 이제 무사했다. 지금쯤 그를 만나러 오느라 보이지 않는 마지막 모퉁이를 막 돌았을 것이다. 8시가 되지 않았으니 그녀는 계속 그를 만나러 오고 있었다. (본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