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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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두근두근은 좋아서 두근거린게 아니고 겁이나서 심장이 콩닥콩닥했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그러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던것과 달리 이 책을 읽고 보니 "아, 나도 이제 강심장이 된건가?" 싶었습니다. 이제 정말 호러에 대한 느낌이 많이 무뎌진것 같아요. 이 책은 진짜 밤에도 읽었으니깐요. 감사합니다. 미쓰다 신조님. 진짜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집"하면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아주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요.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집이 집이아닌것이야. 아무도 없는 불꺼진 집에 들어가는게 무엇보다 두렵기도 하죠. 예전에 온다리쿠 여사의 단편 중 "틈"이란 단편이 있었는데 그 단편을 읽고 난뒤로는 그냥 새카만 틈들이 너무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방문틈도, 옷장틈도...으...



우리나라에선 "화가"가 "흉가"보다 늦게 출간이 되었지만 실제 출간순서는 흉가보다 화가가 먼저라고 합니다. 올해 초에 나온 집 시리즈인 "흉가"보다 이 책이 더 무서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흉가"가 더 무서웠어요. 아무래도 시리즈이다보니 내용이나 전개가 좀 비슷한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흉가>는 뱀신과 빙의를 소재로 하였고, <화가>는 일가족이 살인을 당한 사건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저는 왠지 "빙의"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흉가는 읽는내내 으스스했던것 같아요. 그에 비해 화가는 뭔가 스토리가 그려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무서워요. 절대로 전혀 무섭지 않다는게 아닙니다. 으아~~



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어린 소년입니다. 두 책을 자꾸 비교하게 되네요. 정말 대단한것이 이 어린 소년들이 그 무시무시한 과정을 견뎌낸다는게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뭐 어쨌든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소년들은 상당히 용감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그 용기가 너무 부럽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옵니다. 두 사람이 살기엔 좀 크다 싶은 집이었고, 할머니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집으로 이사를 왔을까 코타로는 궁금했지만 곧 집값이 저렴했겠지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크고 좋은집이 어째서 저렴할까 생각하면서 왠지 이 집에 대해 낯익은 기시감을 느낍니다. 집뒤로 마을의 신령을 모셔놓았다는 숲은 왠지 모르게 으스스했지만 코타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코타로에게 선뜻 다가와준 동갑내기 친구 레나와 함께 동네구경을 하다 자신이 이사 온 집이 의문스러웠고, 그 의문을 알아가던중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10년전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일가족이 살해된 집. 생각만 해도 두려운데요. 그 후, 코타로는 다다미방, 부엌, 그리고 2층구석등에서 괴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기심에 들어간 숲속에서 어떤 형체와 맞딱드리는데...



코타로가 숲에서 마주친 그 무언가에 쫓기는 장면은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서 겪은 괴이한 현상들, 특히나 아버지가 누워서 코타로를 부르고 책을 읽어준다는 대목은 왠지 막 상상이 가서 더 섬뜩했던것 같아요. 코타로가 레나와 같이 알아낸 이 집의 비밀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뱀신이나 빙의를 소재로 한 흉가가 섬뜩하고 으스스함에서 오는 두려움이었다면 일가족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화가는 어쩐지 일어날 수 있는일 같아서 더 현실감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는 동안엔 잠시나마 오싹함을 느낍니다. 이래서 여름엔 공포나 호러를 읽어줘야 하나 봅니다. 책 출간과 함께 개봉한 미쓰다신조의 "노조키메"도 보고싶은데 영상은 당췌 감당이 안될것 같아서 패쓰했습니다. 집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재원>도 목빼고 기다려야겠네요.

복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는 적적한 공간만이 뻗어 있고, 한산한 공기만이 가득 차 있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데 잠시 귀를 기울이고 있자, 아주 흐릿하게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숨을 죽이지 못하고 있는 듯한…….아니, 그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이 문에 찰싹 붙어서 방 안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통해 직접 그것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문 너머의 상황과 그것의 숨소리를 들으니, 코타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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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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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던 책이었습니다. 미니어처는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딸램이 무지무지 좋아라 하는데요. 물론 어른인 저도 그 깜찍함과 앙증스러움에 넋을 놓을때가 많죠. 딸아이는 유튜브를 통해 미니어처 음식 만드는 동영상을 한때 정말 미친듯이 보았던 적이 있었어요.  책을 읽다보니 책속에 나오는 미니어처 인형들이랑 갖가지 사물들이 눈에 선연히 떠오르면서 그 아기자기한 모습을 생각하니 실물로 보고싶어 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책속의 미니어처들은 그저 아기자기하고 이쁘고 귀엽기만한 것은 아닙니다. 이 미니어처들에 숨겨진 진실과 비밀이 어마어마한데요. 정말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분이 스토리를 기가 막히게 창작해 내셨구나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7세기인 1686년 암스테르담입니다. 이시기의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까지 진출하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도 불리운다고 하는데요. 그 황금기의 중심에 서 있는 거대한 규모의 상인인 요하네스 브란트와 그에게 시집온 시골 소녀 넬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18세 시골소녀 넬라는 부유한 상인인 30대 중반의 요하네스와 결혼을 하고 그의 대저택의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고 달콤한 신혼을 꿈꾸며 암스테르담에 도착을 하였지만 넬라를 기다리는건 냉담한 가족들의 반응입니다. 대저택에는 요하네스의 동생인 시누이 마린과 그의 시중을 드는 하녀 코르넬리아, 그리고 오토라는 하인이 있습니다. 오토는 흑인인데요. 그 당시는 흑인을 사람취급을 안하던 시기라 그런지 주변에서 오토를 보는 시선이 아주 곱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요하네스와 시누이는 오토를 친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저택에는 많지 않은 가족이 살아갑니다.




홀홀단신 떠나온 넬라에게 가족들의 냉담함은 넬라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늘 바깥일로 바쁜 남편 요하네스는 넬라를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시누이 마린은 늘 집에서 넬라를 지켜보며 시시콜콜 가르치려 들고 하녀인 코르넬리아 마저 넬라에게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뭔가 비밀을 갖고 있는듯한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런와중에 요하네스가 결혼선물이라며 넬라에게 건네준 미니어처하우스. 그 당시 실제 저택의 가격에 맞먹는 아주 고급스럽고 정교한 미니어처하우스는 요하네스가 얼마나 부를 축적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 요하네스 같은 상인들은 암스테르담 시민의 0.1퍼센트로서 도시 전체 부의 42퍼센트를 소유했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했던 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냉담함과 무심함에 움츠러든 넬라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위해 미니어처하우스를 꾸미기로 합니다.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미니어처의 제작을 의뢰하는데요. 너무나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집과 집안의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의 미니어처들이 배달되어 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미니어처들에게는 넬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이 예언처럼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17세기라는 다소 고전적인 배경의 소설. 어쩌면 한번도 접해보지 못할 중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물흐르듯이 흘러갑니다. 주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그런 시대적인 배경이지만 이 소설속의 여성들은 또 다른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위의 냉대와 무관심으로 위축되고 움츠러들던 넬라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랐던 성향의 남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의 또다른 모습을 사랑하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는 또 한번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갔으며 자신 안에 숨어있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겉으론 쿨내 풀풀 풍기는 강한 여성같지만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여자였던 마린. 그녀가 누구의 아기를 낳았는지 알게 된 순간 너무나 큰 충격이! 더구나 그 시대적 배경과 책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성격으로 봤을때 그 충격은 어마어마 했었죠.


 


작가는 우연히 네덜란드로 휴가를 떠났다가 박물관에서 미니어처하우스를 보고 이 소설을 쓰게되었다고 하는데요. 단지 그 미니어처하우스 하나로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의 소설을 쓸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 볼거리가 많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니어처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먹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부디 영화로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꼭 보고 싶네요. 



버릇없는 아이 다루듯 그녀를 몰아세워놓고 마린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지도를 숨겨놓고 유세하는 마린, 항상 닫혀 있는 요하네스의 문, 자기들만의 은신처에 숨어 있는 코르넬리아와 오토, 자르고, 광을 내고, 닦아내고, 칼을 휘두르는 그들 두 사람만의 조용한 언어. (본문중)


캐비닛 집의 정교함이 놀랍다. 마치 실제 집이 줄어든 것 같다. 실제 집을 반으로 잘라 내부를 드러낸 것 같다. 아홉 칸의 방, 작업용 부엌, 응접실, 습기를 피해 석탄과 장작을 보관하는 고미 다락방까지. 완벽한 복제품이다. “비밀 창고도 있어요.” 작업용 부엌과 전시용 부엌 사이의 마룻바닥을 들어 빈 공간을 드러내 보이며 요하네스가 말한다. 전시용 부엌의 천장에도 똑같은 눈속임 페인트를 칠했다. 넬라는 오토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넘치기 시작할 거예요. 가짜 유리 지붕을 가리키며 오토가 말했지.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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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14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다는!^^
 
한잔의 칼럼 - 남무성, 볼륨 줄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남무성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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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일단 저는 듣는 음악은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걸으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그리고 잠을 자면서도 음악이 없으면 뭔가 빠진것 같은 느낌이라 꼭 음악을 끼고 살아요. 하지만 이론적으로 음악을 공부하는건 또 무지하게 싫어라 합니다. 어렵기도 하구요. 그냥 콩나물만 보면 머리에 쥐가 내릴정도이니..ㅋ. 암튼 이러니 당연히 음악평론가며 재즈평론가며 이런분들을 모르는게 당연하죠. 오늘 읽은 이 책의 작가님은 정말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시더구만요. 음악평론가이자 재즈 잡지 편집장, 공연기획자 그리고 영화감독에 음반 프로듀서, 만화가이자 작가. 우와 대체 명함이 몇개신거냐며...그런데 전 이 분을 몰랐습니다. 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다보니 참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십니다. 만화도 그리신다고 했는데 이 책의 중간중간에 몇편의 만화가 삽입이 되어 있는데요. 역시 만화는 웃겨야 합니다. 이분 만화책 한번 찾아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만화대상 수상경력까지 있으시네요. 오로지 소설만, 그것도 장르소설만 독파하는 날들이었는데 가끔씩 이런책으로 기분전환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광범위한 예술영역을 종횡무진 활발하게 활동해온 분이기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하게 쌓여가는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처음으로 음악에 관련된것이 아닌 삶과 일상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딱 떠오르는 것이 하루키님의 에세이랑 참 많이 닮았구나 싶었습니다. 하루키 작가님의 책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피어나는데 이 책도 그랬으니까요.   이 책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의 여유와 함께 한줄 한줄 읽어나가기 참 편한 책입니다. 폰트도 큼직하고 여백도 많고 훌훌 잘 읽어집니다.  장르소설은 무조건 두꺼워야 된다 이고, 산문이나 에세이류는 여유롭게 읽기 좋은 글밥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딱 적격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음악 인생에, 한잔>, <어제와 오늘에, 한잔>, <전원생활에, 한잔>. 이렇게 각각의 챕터에는 작가나름의 음악인생과 어제와 오늘, 그리고 현재의 전원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인데요. 제목처럼 소주한잔과 함께 안주로 나눌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이 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한발 더 작가 곁으로 다가가는 느낌입니다. 딸아이가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처음엔 많이 뜯어 말렸습니다. 특히 아빠는 나중에 먹고 살기 힘들다며 현실적인 말들을 쏟아내어 딸아이가 눈이 띵띵 붓도록 울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모든걸 다 쏟아부어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하고싶어하는걸 못하게 말리는것도 아닌것 같아서 결국은 우리가 손을 들고 말았죠. 지금 너무 재미있게 학교생활 하는걸 보면 못가게 했으면 어쩔뻔 했나 싶기도 합니다.




책 속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S예대 실용음악과의 경우 3~4000명이 지원할 정도다. 다섯 명 뽑는 보컬전공에 수백 명씩 지원을 하지만 그렇게 합격한 학생들도 졸업 후 노래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이 이런데 음악평론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사람은 어떨까? 종종 뭐 먹고 사느냐?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음악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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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1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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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게 된 만화책!
그런데 내용보고 화들짝...놀란건 아니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ㅋ


사실, 이런 부류에 대해선 전혀 몰랐었는데
얼마전 읽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통해 확실히(?) 인지를 한 부분은 있습니다.
아직 용어는 어려워서 인지를 못했지만...ㅋ


소설에서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지배하는 쪽이죠.
아우..전 그 책 읽으며 왜 저런걸 즐기지? 싶었는데..
그레이를 사랑해서 어쩔 수 없이 주인님이라 부르며 원하는대로 해줘야 하는
아나스타샤가 너무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2편, 3편은 읽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급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이 책 속 남자인 정지후는 그레이와 반대의 입장입니다.
자신이 주인님을 섬기는 "개(?)"가 되고 싶어 하는거죠.


정지후는 번듯한 직장에, 큰 키, 잘생긴 외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모범사원입니다.
다른사람에게 명령받거나 지배 받는걸 좋아하는 지후는
그런 성향의 도구(개목걸이)를 주문하는데요.
그 도구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정지우라는 여사원에게 배달이 되어버린거죠.


그 배달사고로 인해 지후는 자신의 취향을 들켜버렸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우는 전혀 모름..ㅡㅡ
그래서 지후는 지우에게 이왕 이렇게 된거 커밍아웃을 해버리자 하고는
지우에게 과감하게 자신의 주인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지후에게 마음이 있었던 지우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마라고 하는데요.
이런 관계에선 사랑이 빠져야 하지만 자꾸 관심이 가는 두사람.


<그레이...>처럼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만화스럽게 고만고만한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데요.
다소 심심한 면이 없진 않습니다만,
역시 만화니까 중간중간 풉 웃음을 터트리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오늘 읽은 부분은 1권과 2권인데요
계속 나올건가 봅니다. 완결이 아니에요.
두 사람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에서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면 더 재미있는 로맨스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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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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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코맥 매카시의 "로드"란 책을 읽을때 정말 내용이 센세이셔널 하다는걸 실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전엔 그와 비슷한 종말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기도 했거니와 책을 읽는 동안 시종일관 암울함이 내 주변을 감싸 우울해지면서도 이걸 놓을 수 없는 몰입감에 참 놀랍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화재로 인한 잿빛세상의 이미지로 부터 오는 흑백의 대비만 상상이 되었거든요. 오늘 읽은 <스테이션 일레븐>도 같은 맥락의 종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로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든것이 불타버린 로드와는 달리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 버린 문명의 몰락이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 책은 표지에서도 느껴지지만 흑백의 암울함이 아닌 주홍빛의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아서가 [리어왕] 공연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파파라치였던,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는 지반이라는 인물은 무대위로 뛰어올라가 의사가 도착할때까지 아서에게 응급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도착한 뒤 지반은 무대 한쪽에서 울고있는 어린 아역배우 커스틴을 위로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의사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조지아 독감"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치사율 99.9%의 조지아독감은 무서운 속도로 지구를 잠식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렇게 인류의 종말을 맞는 지구. 그리고 20년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무서운 전염병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으니.




스테이션 일레븐은 아서의 첫번째 부인이었던 미란다가 엮은 만화책의 제목입니다. 이 책은 문명이 몰락하기 전에서 문명이 몰락한 후까지 쭉 이어지며 여러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문명의 종말을 맞기 전에 태어난 사람들과 문명의 종말을 맞은 후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데요. 문명이 몰락한 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길거리에 버려진 자동차가 있지만 저것이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문명속에서의 문맹인것이지요. 20년후의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 가는 인물은 아서와 함께 [리어왕]에 아역배우로 출연했던 커스틴이라는 인물인데요. 유랑악단에 입단하여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라는 캐치를 내걸고 북미를 떠돌며 셰익스피어 희곡공연을 합니다. 이 책은 아서라는 인물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과거 문명 몰락 전의 이야기와 커스틴을 비롯한 그 주변 인물에 대한 현재 문명 몰락 후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가 되는데요.  서로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하나로 딱 귀결이 될때의 그 통쾌함이란!




전기가 없는 불편함을 전혀 모르는 요즘 아이들.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요즘 세상. 그 모든것이 한순간에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과연 우리는 몇일을 버틸 수 있을까요.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버린 문명이라는 것이 있을땐 고마운줄 모르지만 단 한 순간만이라도 우리곁에서 없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 대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루쯤은 이 모든것들에서 벗어나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아요. 비록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은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을겁니다. 단연코. 



그는 닷새나 혼자 걷고 나서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다는 게 크게 안심이 되었지만 ㅡ 그는 무법천지를 상상했었고 배낭을 빼앗기고 아무런 생필품도 없이 죽어가는 것을 수천 번도 넘게 싱싱했었다 ㅡ 날이 갈수록 공허함이 뼈 속 깊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조지아 독감은 지극히 효율적이어서 인간을 거의 남겨놓지 않았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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