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양치기의 편지 -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이수경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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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책 "월든"에 버금가는 책이라 해서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흥미위주로 책을 읽는 저로서는 먼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가 제일 관건이었죠. 사실, "월든"이란 책도 반 정도 읽다가 놓았거든요. (부끄러워라) 암튼, 음...이 책의 리뷰를 지금 쓰고 있다는건 다 읽었다는 겁니다. 네, 아주 쉽게 잘 읽었습니다. 대체 어떤 내용일까도 참 궁금했는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진짜 영국 양치기의 편지입니다. 한마디로 저자이자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작가가 자신이 살아왔던 양치기로서의 삶을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양치기나 양을 떠올리면 일단 한없이 넓고 푸른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 뜯어먹는 양과 그 옆에 팔베개하고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풀피리 부는 양치기의 모습? 너무 만화를 많이 본걸까요. ㅋ 암튼 이런 목가적인 풍경이 떠오릅니다. 무척이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이죠. 그러나 책 속에서 본 양치기와 양들의 모습은 그렇게 평화롭지가 않습니다. 겨우내 양들에게 먹일 건초를 보관하는 일이나 좋은 품종의 아기양들을 받아내기 위해 암양이나 숫양들을 관리하는 일들이나, 고지대에서 방목으로 키워지는 양들에게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초를 짊어지고 양들을 찾아나서는 일들이나...뭐 하나 쉬운일이 없어 보입니다.


 


저자이자 화자인 제임스 리뱅크스는 영국의 북서부에 있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곳에서 목장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양치기로 자라왔고 자신또한 양치기로서의 목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생활을 이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그리고 그 생활이 좋았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생각이었죠.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그곳을 발전시키지도,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는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참으로 고지식한 모습이었고 또 다른 면으로는 외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옛것을 지키려는 고집스러움으로도 보였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쓴 [북부 잉글랜드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를 보고 수만명의 관광객이 그곳을 찾을때도 그들은 탐탁치 않았습니다. 그들은 날씨 좋은날, 넓게 펼쳐진 양들이 노니는 목장의 풍경만을 좋아할 뿐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도중 대관령의 양떼목장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지,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의 목가적인 풍경만을 보고 좋다고 얼마나 떠들어 대는지... 하지만 대관령의 양떼목장은 오히려 관광상품으로 개발을 한 사례이지요. 책 속의 목장은 그들의 삶이고 현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떠들어 대는건 사실 좀 많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관광상품으로 자리잡혀 수입원이 되어 도움이 될런지는 몰라도 사생활이고 뭐고 다 침해당하고 늘 시끄럼고, 불편하고...제가 두곳을 다 가봤는데 정말 나 같으면 못살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지켜왔던, 목장과 가까웠던 집이 목장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외지인에게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집이 팔림으로 인해 아버지와 저자는 먼길을 오가며 목장일을 힘들게 이어갑니다. 그렇지만 외지인들은 쉽게 돈을 벌고 쉽게 돈을 씁니다. 그것을 본 저자는 자신의 가치관과 타협하여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생각과는 달리 훌륭한 학교에는 훌륭한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란걸 알게됩니다. 그곳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가 비슷한 생각에 개성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나은 삶을 살수도 있었을텐데 대학생활을 마치고 다시 목장으로 돌아온 저자의 삶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말하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모습이며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 힘들게 건초더미를 옮기는 모습등 아름답지만 힘들고 고단한 양치기의 삶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 푸른초원의 그런 모습과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못할 양치기의 고단하고 바쁜 일상이 대조적이지만 직접보는듯한 묘사에 그래도 그곳이 어떤곳인지 내눈으로 직접 한번 보고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는 기도 했습니다. 그 유명한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지만 다시 양치기가 된 저자를 보며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하구나 하는걸 느낍니다. 그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도 트위트를 통해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양을 치는 자신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이분 계정을 한번 찾아봐야 할것 같습니다.



이것은 한 가족과 한 목장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요즘 세상에서 잊혀가는 사람들에 대한 더 커다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잊혀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과 보이지 않게 얽혀 있는 그들을, 먼 과거에 뿌리를 두고 깊은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본문중)



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할아버지는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였다. 당신의 목장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바깥세상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경고 신호로 느낀 것이다. 할아버지가 보기에 글자들만 빽빽한 책에서 배울 것은 별로 없었다. 학교는 다녀야 하긴 하지만 그저 마지못한 의무감에 다니는 곳이었다. (본문중)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양을 치는 지금 이 삶의 방식 그대로가 나는 좋다. 매서운 눈보라와 지독한 폭우가 가끔 우리를 괴롭히기는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날들조차 나는 도시의 건물 유리창 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어떤 영원함의 품속에 들어와 있는 설렘이 있다. 나보다 더 커다란 무언가와, 나보다 먼저 이곳에서 산 수많은 이의 삶을 관통해 저 멀고먼 세월과 맞닿아 있는 더 커다란 무언가와 끊임없이 교감하는 기분이 언제나 나를 가득 채운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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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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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남편이랑 이른 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바로 앞서 달리던 차였는데 졸음운전을 했는지 1차선으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2차선을 넘어 3차선으로 가더니 갓길턱에 부딪혀 옆으로 누워서 한참을 미끄러졌어요. 너무 놀라 뒤에 차를 세우고 남편은 내려서 그 차로 달려갔고 저는 무서워서 멀리서 지켜만 봤어요. 조금있다 다행스럽게도 뒷좌석에서 아이들 둘이 내렸고 운전자분도 내렸어요. 근데 앞좌석 오른쪽에 타고 계셨던 운전자분의 부인이 열린 창문으로 머리가 나와서 그대로 즉사하셨나봐요. 차가 오른쪽으로 넘어졌거든요. 저는 언뜻 보긴 했지만 자세히는 못봤는데 남편은 도와주느라 너무 자세히 봐버린겁니다. 그후 일주일동안 남편이 밤에 잠을 못자고 악몽을 꾸더라구요. 10년도 훨씬 지난일인데 아직도 교통사고 하면 그 사고가 기억이 납니다.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 당시를 떠올려 보면 사고가 나던 순간, 차가 미끄러지며 넘어지던 순간, 아이들이 차창으로 빠져나오던 순간, 남편이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소리 지르던 그 목소리까지...이 모든 순간들이 정말 한장한장의 사진처럼 자세히 기억이 나거든요. 우리의 머릿속은 대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기억하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늘 읽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에이머스 데커는 책 제목처럼 정말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머릿속에 마치 녹화된 영상이 저장되어 있는것 처럼 몇년 몇월 몇일을 생각하면 그 당시의 일들을 찍은 영상이 좌라락 지나갑니다. 일명 "과잉기억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이런 병명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어요. (방금 검색해보니 정말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있는 사람들이 있긴 있네요.) 간단히 생각하면 참 좋겠다 싶은 특징이지만 또 어찌보면 정말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러울것 같아요. 만약 내가 데커였다면 어쩌면 일찌감치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너무 많아서..ㅋ 2미터 장신에 100킬로의 거구 데커는 한때 미식축구 선수였습니다. 미식축구 경기도중 동료와 심하게 부딪혔는데 그 이후 장애아닌 장애를 앓게 된거죠. 사고 이후, 데커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만 모아서 연구 또는 치료를 하는 시설에서 살아왔고, 경찰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이 능력으로 데커는 형사진급 시험에서도 수석을 했고 형사가 된 뒤로도 그의 능력은 범인을 검거하는데 큰 몫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분명 데커에게 축복같은 능력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어느날, 데커의 집은 쑥대밭이 되어 있습니다. 아내와 처남, 그리고 딸까지 무참히 살해된채 뒹굴고 있는 시체 3구. 자신의 모든것이었던 가족이 아무 이유없이 무참히 살해 당하자 데커는 삶의 의욕도 사라집니다. 방탕한 생활로 버텨온,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레오폴드라는 한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세사람을 살해했다고 자백을 합니다. 데커의 눈에 레오플드는 절대 누군가를 죽일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레오폴드를 보며 또다른 공범이 있거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죠. 책을 읽으며 저도 정말 레오폴드는 어디서 줏어 들은얘기를 하는걸까, 연기를 하는걸까 감을 잡을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데커가 졸업한 맨스필드 고등학교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을 하는데요. 과연 레오폴드가 나타난 이 시점에 총기사건이 발생한건 무슨의미일까요. 두 사건은 전혀 연관이 없어보였으나 파고들수록 데커의 가족이 살해당한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집니다.




오...이 책 괜찮네요. 데커나 동료형사였던 랭커스터나, 연방수사국의 보거트, 그리고 저널리스트 출신 재미슨. 캐릭터들이 다 괜찮은거 같아요. 보거트나 재미슨은 이 책에서 그다지 큰 존재감은 아니었지만 만약 연방수사국에서 다시 의기투합하여 일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꽤나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왠지 시리즈가 나올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 범인을 쫓아 한발한발 거리를 좁혀가는 데커의 추리력은 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한층 빛을 발해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 범인이 어떻게든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요. 워낙에 특이한 경우이다 보니 그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유대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평범한것이 정말 큰 축복이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처지였다. 사고를 겪었고, 같은 병을 앓게 되었고, 트라우마 가득한 굴곡진 인생을 살고 있었다. (418쪽)


그는 학술지에 실리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만한, 수십 억분의 일 꼴로 발생하는 극히 희귀한 사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괴물 같았다. 별안간,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단 몇 분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죽을날까지 이대로 쭉 살아야 했다. 낯선 사람이 그의 몸과 마음, 인생을 무단으로 점거 했는데 쫓아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분이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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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갈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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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담담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사람이 죽었고, 어떤 사람을 죽였고, 또 다른 사람을 죽이는데 동조를 했고...이것은 분명 담담하게 흘러갈 수 있을만한 소재의 이야기가 아니지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서우리만큼 담백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는 이것도 꽤나 좋았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의 전개에도, 독자들의 마음에도 긴장감이 한껏 흐르고 그러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흔히 보아오던 살인사건을 다룬 책이나 영화의 흐름입니다. 즉, 이 이야기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살인도 등장하고 폭력도 등장하고 불륜도 등장하지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심장쫄깃한 느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의외로 잔잔한 진행과 주인공의 담담함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 주었습니다.




세쓰코는 아버지뻘 되는 남자의 세번째 부인입니다. 그를 아빠라 부르는 그녀. 그녀의 남편은 한때, 그녀 엄마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엄마의 애인과 결혼한 여자. 그리고 자기가 일을 하던 직장의 상사와 몸을 섞으며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여자. 참으로 복잡미묘한 여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텔로열 이라는 모텔의 안주인으로, 취미생활을 하며 여유롭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날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이 날아듭니다. 남편이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병원에서 그녀를 찾아온 마유미라는 한 소녀. 마유미는 세스코가 취미생활로 다니던 단가모임에서 만난 미치코의 딸로, 미치코의 남편은 마유미의 친아버지가 아닙니다. 마유미와 미치코를 수시로 폭행하는 그 남자를 피해 무작정 마유미를 세쓰코에게 맡긴 마유미의 엄마.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그 순간부터, 그리고 마유미가 그녀에게 온 그 순간부터 세쓰코의 삶은 뒤죽박죽 뒤엉키키 시작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집으로 찾아온 남자들에게 엄마가 지켜보는 앞에서 능욕을 당하고 엄마는 돈을 챙기고, 그녀를 때리고...그리고 엄마의 애인이었던 남자와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엄마를 찾아갔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듣고...어쩌면 세쓰코의 삶은 그녀가 엄마의 딸로 태어난 그때부터 그렇게 될거라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모든 비극은 엄마로 부터 시작되었고 엄마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일에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던것 역시 엄마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세쓰코라는 인물은 살인도 저질렀고, 불륜도 저지르고 있지만 그런 자신에 대해 한없이 관대합니다. 어쩌면 그녀가 그렇게 사는것은 과거의 모질고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 엄마의 애인이라는 사람과의 결혼은 엄마에 대한 보복이었을까요. 그리고 남편 몰래 정을 나누고 있는 그 사람에게서는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이 있기는 한걸까요.




이 소설은 일본 티비에서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드라마는 어떤 느낌일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사쿠라기 시노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좀 어두운 느낌이 들면서도 그리 무겁지는 않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호텔로열]은 이 작가의 다른 책 제목으로도 쓰였네요.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검색하다보니 놀랍게도 우리집 책장에도 이 작가의 책이 한 권 꽂혀 있는것 같습니다. [순수의 영역]이라고...우선 이 책부터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만 왠지 그녀들이 불쌍해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녀들의 삶이나 지금 나의 삶이나 표면적으로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소설속의 이야기를 우리 삶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요즘이야 말로 정말 소설같다 싶은 삶들도 꽤나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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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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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늘 이곳저곳 다니시며 쓸고 닦으시던 할머니. 할머니는 막내인 저를 무척이나 이뻐라 하셨어요.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날 치매 진단을 받으시고 삼년동안 치매를 앓으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타지로 나와 있어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보진 못했지만 가끔씩 집에 갈때면 치매때문에 그렇게 이뻐라 하던 나를 못 알아보시고 꾸벅 인사를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 할머니 수발을 삼년동안 했던 엄마는 내가 올때만 되면 할머니가 갑자기 온순해 지신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제가 머무르는 이틀동안 할머니는 단지 저를 못 알아볼 뿐이었지 크게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없으셨어요. 내 옆에 앉으셔서 중얼중얼 뭔가 말을 많이 하시긴 하셨어요. 거의 대부분 저는 모르는 얘기들이지만 가끔 아버지는 옛날 얘기를 하신다고, 저거 옛날 아버지 어릴때 얘기라고 하신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말씀을 듣다보면 여느 치매 환자들 처럼 엄마를 많이 괴롭히셨다고 하더라구요. 고생하신 엄마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늘 정갈하신 할머니보다 치매를 앓고 계실때의 할머니가 더 귀여우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읽은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에 등장하는 모드 할머니를 보니 우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했던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무언가를 사러 나갔지만 결국 사가지고 오는건 늘 복숭아통조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도, 손녀도 알아보지 못하고...하지만 한가지 만은 절대 잊어먹지 않습니다. 바로 할머니의 절친이셨던 엘리자베스할머니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말과 더불어 모드할머니가 잊어먹지 않고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는데 틈만나면 딸인 헬런에게 물어봅니다. "호박을 키우려면 어디가 좋을까?", "호박은 어떻게 심지?"라고. 과연 이 호박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끈질기게 등장할까 궁금했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크나큰 복선이었을줄이야.




이야기는 현재 치매의 병세가 짙어지고 있는 모드 할머니 싯점과 모드가 어렸을때의 두 싯점이 계속 교차되며 진행이됩니다. 현재는 모드할머니의 절친인 엘리자베스가 사라졌고, 과거에는 모드의 언니인 수키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이 되었습니다. 모드할머니의 기억의 흐름을 쫓아가며 이 두사람의 실종사이에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너무 궁금하여 책을 놓지를 못했습니다.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언니. 형부인 프랭크도, 모드의 집 하숙생인 더글러스도, 우산을 들고다니며 모드와 수키 주위를 배회했던 미친여자도,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게 됩니다. 모드할머니는 늘 깜빡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을 위해 항상 메모지를 준비해 둡니다. 주머니엔 항상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라는 메모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드는 엘리자베스가 사라진 사실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엘리자베스할머니는 사라진걸까요. 엘리자베스의 실종을 통해 과거 수키언니의 실종도 보여지며 모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녀 머릿속의 기억들을 헤집어놓습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할머니의 기억도 떠오르고 멀지않은 훗날에 우리엄마에게도 이런일이 닥치면 난 모드의 딸 헬런처럼 엄마를 돌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짜증이 많은 나는 아마 폭발해 버리고 말것 같거든요.흑...  모드할머니의 말과 행동이 참 깜찍하면서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슬프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어쩜 치매환자의 심리를 이렇게 잘 아시는지 완전 몰입이 되더라구요. 이야기가 거의 끝으로 치달을즈음 마구 흩어져 있는 모드의 기억이 하나로 합쳐지며 그 속에 수많은 사건의 실마리가 묻혀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왜 그렇게 호박에 대해 언급을 했었는지, 어째서 그렇게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고 외치고 다녔는지...70년전 수키언니가 실종된 실마리를 모드할머니의 엉킨 기억이 되살려낼때의 그 기분. 이 책을 스릴러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던 장르는 모드할머니의 심리를 잘파헤친 심리스릴러라고 합니다. 선선한 가을날씨에 읽기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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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1 스토리콜렉터 4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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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마지막 책인 <윈터>를 명절 연휴동안 정말 신나게 읽었습니다. 이번 책에선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한 윈터라는 소녀가 등장을 하는데요. 윈터는 루나왕국의 레바나 여왕의 의붓딸입니다. 레바나가 사랑했던 남자의 딸인데 그가 죽으며 레바나에게 윈터를 부탁했습니다. 악이 가득찬 레바나도 사랑에는 약한가봅니다. 아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만큼 돌봐주었으니 말이지요. 윈터는 정말 아름답고 심성도 착하여 루나백성들의 사랑과 숭배를 한몸에 받았는데요.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레바나가 아니지요. 윈터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윈터의 볼에 칼로 흉터를 만들었지만 그 흉터로 인해 추하기는 커녕 더 아름다워보이는건 레바나도 어쩔도리가 없지요. 아무튼 윈터는 마음도 여리고 착하여 루나왕국의 사람이라면 다 사용한다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용해야할 마법을 억제하다보니 정신착란이 오기도 하고 환영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윈터는 늘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를 자신의 휘하에 잠식시키기 위해 레바나여왕은 지구 동방연방의 카이토황제와 결혼을 계획했었죠. 레투모시스라는 전염병을 일부러 지구에 퍼뜨리고 그 전염병을 고칠수 있는, 루나에서만 만들 수 있는 백신을 미끼로 결혼을 강행하게 됩니다. 카이토는 지구의 모든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하는데요. 신더일행은 그 결혼을 막기위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다 결혼식이 열리는 루나왕국에 섞여들어가 그곳에서 결혼식도 막고 레바나를 왕위에서 몰아내고 셀린공주인 신더 자신이 그 왕권을 잡을 계획을 세웁니다. 일단 레바나여왕과 그 휘하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세력이 막강합니다. 신더일행의 대부분이 지구인이기 때문에 아군이 바로 적군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이런 부분들은 영화로 보면 정말 화가 치밀겠지만 재미는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신더는 일단 몸의 대부분이 사이보그로 개조되었기 때문에 마법에 지배당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건만 물에 빠져서 사이보그의 일부가 고장나는 통에 약간의 어려움은 겪게됩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동화속 주인공들! 그녀들을 SF에서 만나다니요!! 그 동화들의 주요 내용들이 정말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전개가 되었다는게 저는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단지 신데렐라가 신더이구나, 가 아닌 못된 양어머니와 의붓언니,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 늘 일만하는 재투성이 신데렐라. 신더 역시 양어머니인 아드린과, 의붓언니인 펄에게 핍박과 조롱을 한몸에 받으며 그녀들을 위해 기름에 절은 정비공으로 일을한다는 설정. 그리고 무도회에 가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신데렐라처럼 신더도 우여곡절끝에 무도회에 가지만 거기서 사이보그인것이 들통나고 사이보그 발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바로 그것을 카이토황제가 보관하게되죠. 이렇게 이 시리즈는 동화와 그 줄기는 거의 흡사하게 가지만 내용은 정말 완전히 다르다는거! 이 작가님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저는 이 시리즈중 <신더, 스칼렛, 크레스>를 일주일만에 독파하고 <윈터>를 바로 읽게 되어서 너무 좋았지만 2012년 <신더> 출간 이후, <크레스>가 출간이 된지 벌써 2년여가 되었더라구요. 그러니 거의 2년만에 이 시리즈 완결편이 나왔으니 팬들은 얼마나 속이 탔을까요. 시리즈의 완결인 <윈터>가 출간된 후, 해리포터시리즈를 누르고 1위를 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기존 동화에서와 마찬가지로  SF뿐만 아니라 달달한 로맨스와 긴박한 모험까지도 느낄 수 있으니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시리즈인것 같습니다.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니 목빼고 기다려야겠네요.




신더는 자신의 제어판에 대고 속절없이 빌었다. 제발 깨어나라고, 맞서 싸워달라고, 강력한 사이보그의 힘으로 이겨달라고. “나는 셀린 공주다.” 어딘가에서 크고 또렷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귀에 익으면서도 어쩐지 생경하게 느껴지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찬 목소리가 군중 전체를 내리덮었다.  곧이어 머리 위의 돔이 어둑해졌다. 마치 먹구름이 밀려오듯 투명한 유리 천장이 삽시간에 암흑에 잠겨들더니, 돔 표면에 사각형의 화면 여러 개가 반짝 푸른빛을 밝혔다.  “그 이름을 참칭하지 말라!” 화면에서 레바나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바나가 고개를 들어 돔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주위에 서 있는 근위병들과 마법사들은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나는 내 왕위를 되찾을 것이다. 아르테미시아의 귀족들이여, 지금이 기회다. 레바나를 등지고 내게 충성을 맹세해라. 그러지 않으면 차후 너희를 반역죄로 모조리 처벌할 것이다.”(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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