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김서령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김서령이라는 작가의 삶과 상상력 속에 소설적 소재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쩐지 이 한권의 소설집에서 나는 김서령의 많은 부분을 이미 읽어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가가 추후에 발표하는 단편들이나, 혹은 장편이라 할 지라도, 과연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서 얼마나 멀리 달아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만큼 이 소설집에 실린 아홉편의 단편들은 내용이나 분위기가 전부 하나로 묶여지는 것 같다. 조금조금씩은 다르지만, 아홉 편의 소설들이 보이지 않는 실들로 촘촘하게 엮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하나의 단편을 읽고, 또 다른 단편을 접할 때면, 긴장감과 흥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을 느낀다. 또 이런 이야기야... 그리고, 또 하나의 단편을 읽고, 다시 다른 단편을 읽으려 하면 긴장감과 흥은 더 줄어든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읽은 두 세편은 밋밋했다. 대 여섯 번 우려먹은 사골을 한 번 더 우려서 맹탕물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읽기 전에는 참으로 기대가 컸는데, 다 읽고 나서 그 기대가 사그라드는 느낌은 한국소설을 읽으면서 종종 경험하는 것이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만, 김서령이라는 젊은 작가에게서 나는 김애란이나 김재영 이상의 기대를 잠시나마 가졌던 것이 사실이고, 그 기대를 이 소설집이 충족시켜 주길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밀려드는 실망감은 조금 더 씁쓸했다. 

아홉 편의 소설들은 모두 상처로 얼룩진 인간들의 이야기다. 상처에 대한 이야기. 참 많은 한국 작가들이 다루고 있다. 이 신예작가도 그것들을 한번 더 다룬다. 그것도 다분히 통속적인 분위기를 고수하며...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홀로 애를 낳거나, 지우거나,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운명에 휘둘리고...

소설에 몰입하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가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뜨는 쿨한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렇게 통속적인 인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통속적이면서 쿨한 척 하는 인물은 가장 싫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그런 인물들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들 커다란 불행을 하나씩 안고 살아간다. 작가는 마치 인간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비극을 안겨주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들은 인생을 포기한 늙은이들처럼 차디찬 슬픔에 젖어 있거나, 답답하고, 궁상맞고, 청승스런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센척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꾸역꾸역, 담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척 하지만, 불행을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열정어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듯 둔하고, 미련스런 모습만 보인다. 한 마디로 곁에 있으면 따귀라도 한 대 갈겨 버리고 싶은 짜증나는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이 우리 주위에 실제하는 인물들인가?
이들의 미련스럽고, 짜증나는 모습들이 우리의 삶의 모습이란 말인가?
이런 인간들의 모습이 정녕 우리네 삶의 모습이고, 현실의 진면목이라고 말한다면,
잘 알겠다고 대답하며, 책을 덮고 싶다.
그리고 그 책은 다시는 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현실이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것은 굳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작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큰 깨달음이나, 발견이 아닌 것이다.
소설로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도는 좋다.
그러나 현실이 답답하고 짜증나다고 해서 소설까지 답답하고 짜증나서는 곤란할 것이다. 
가령 폴 오스터나, 아멜리 노통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들은 어떤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현실이고, 인간이다. 보잘것 없고, 답답하고, 무섭고, 너저분한 현실과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설은 어떤가? 얼마나 깔끔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며, 기발한가? 이야기도 캐릭터도 참으로 담백하고, 쿨하다. 상처를 대하거나 치유하는 자세도 훨씬 건강하고, 현명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하나의 분위기로 끝까지 밀고나간 작가의 뚝심은 칭찬해 줄 만 하나, 이런 식으로는 더 많은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기는 힘들 것 같다.
친근감 넘치는 정겨운 제목과, 노란 색 밝은 표지가 소설 속의 내용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황망한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김서령
    from 파아란 영혼 2007-10-17 21:40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김서령(지음), 실천문학사 제법 탄탄하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표현력을 가진 김서령의 첫 소설집 읽기의 시작은 매우 유쾌했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 요즘 작가들은 왜 여기에서 멈추어 버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불쾌해졌다. 도리어 뒤에 찬사에 가까운 평문을 쓴 방민호(문학평론가)나 소설가 이혜경, 문학평론가 서영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 소설집에 실린 여러 단편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가난하거나 불행하거나, 그리고..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대단한 소설에 대한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우선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게 또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이제는 찬사를 넘어 존경의 뜻을 표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습니까? 당신은 정녕 천재입니까?
묻고 싶다. 그러면 작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작가일 뿐입니다.
맞다. 그녀는 진정한 작가다. 그리고 진정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작가인 척 하지만, 진정한 작가가 아닌 짝퉁 작가들이 주위에 하수도 물이 넘치듯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이런 진정한 작가의 가치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지 않을 수 없다!

모방범은 우선 그 대단한 원고 분량만으로도 읽는 이를 질리게 한다. 그러나 첫 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재미에 질려 버리고, 충격과 감동에 질려 버린다. 미야베 미유키가 만들어 놓은 모든 장치들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기분 좋게 바둥거리게 된다. 그 작은 체구의 여자 작가 손에 꼼짝없이 잡혔다가, 이리저리 흔들렸다가, 롤러코스트를 타듯 허공으로 내던져지고, 빙글빙글 돌다가,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풀려나는 그 기분이, 가히 하늘을 찌를 듯 경이롭고,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작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쁨은, 언제든, 어느때든, 대 환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소설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희대의 연쇄살인범을 등장시킨다.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토막,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평화로운 공원에서 여성의 손목이 발견되고, 엽기적인 살인이 이어진다.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히고,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그 때, 범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범인은 납치, 토막 살해한 희생자의 나머지 신체 부위가 있는 곳을 공개적으로 알린다. 이어서 범인은 매스컴을 통해 버젓이 대중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희생자 유가족과, 경찰, 매스컴과 교묘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

범인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시작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린다. 어설프게 다음 장을 예상치 못하도록, 시작부터 머리를 온통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독자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저 작가가 이끄는대로 끌려다니기만 한다. 물론 앞써 언급했듯이 즐거운 이끌림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서로 교차되고, 겹겹이 쌓이면서 새로운 살인이 모의되고, 새로운 전율과 공포를 부르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의문은 점점 더 많아진다. 간신히 하나의 의문이 풀리는가 싶으면 또다른 의문들이 등장한다. 의문이 의문을 낳고, 또 다른 사건을 야기하며, 새로운 의미를 갈구한다.
그러나 무릎까지 차오르던 수많은 의문과 비밀들은 결국 하나씩 풀려가고 매듭을 짓는다. 작가는 치밀과 복선과 암시, 과거와 현재, 인물과 인물들을 수시로 오가는 절묘한 구성으로 긴장과 서스펜스를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마지막 순간에 강한 카타르시스로 독자의 가슴을 뒤흔든다.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그야말로, 원없이 느끼게 해 준다. 특히 마지막 순간의 놀라운 카타르시스 한 방은, 생각할수록 스릴 넘치고 감동적이다. 이 대단했던 이야기가 이런 놀라운 반전으로 정리되는구나! 새삼 작가의 역량에 탄복하고 박수를 보낸다.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범인도, 피해자도, 경찰도, 피해자 유족들도, 그들의 친구들도,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의 시점에서 사건이 전개될 때는, 그들이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세상사가 그렇듯. 모든 인간들이 각자 주인공이고, 모든 인간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각자의 삶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비록 세상의 아주 작은 한 부분만을 이해하려고 해도 한 두 사람만의 이야기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다. 한 두사람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하나의 사건을 말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 하나의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고,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나의 사건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는지... 알고 보면 경악하게 된다. 한 사람만 뚝 떼어 놓고, 하나의 사건만을 뚝 떼어 놓고, 그 사람을, 그 사건을 온전히 얘기할 수 없으니... 그 한 사람을 얘기하려면, 그 한 사건을 얘기하려면, 모든 인간을, 모든 인간사를 함께 다뤄야만 하니, 세상은 참으로 놀랍고, 그래서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는 늘 이렇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깔려 있고, 가슴을 직접 파고드는 현실적인 감동이 있어,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소설의 첫 페이지가 다시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대단한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ickle 2007-06-19 09:14   좋아요 0 | URL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소설의 첫 페이지가 다시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이 멋진 문장이 눈에 확 박혀서 불청객의 댓글 하나 안 남길 수 없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

리아트리스 2007-06-20 23: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2006년 최고의 소설 열 편을 선정해 보았다.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 사이에 출간된 신작 소설(집) 중에서 필자가 읽은 소설들을 대상으로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선정된 소설들이다. 한국 소설 다섯 편과 외국 소설 다섯 편을 골라 보았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6년 12월 10일에 저장
구판절판
이 대단한 소설을 베스트로 선정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난 후에 느낄 수 있었던 제목이 주는 강렬한 감동과 여운은 잊을 수가 없다. 삶이 모두 끝난 후에 삶을 그리워하지 말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코끼리
김재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6년 12월 10일에 저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우리네 비루한 삶을 이만큼 깊이 있는 감동으로 담아낸 작가는 없었던 것 같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흠 잡을 데 없이 다듬어진 문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에 믿음이 간다.
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6년 12월 10일에 저장
구판절판
하루키. 순수문학을 하면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할 줄 알고, 자국어로 소설을 쓰면서 세계적인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작가. 이런 작가 우리나라에는 왜 없나? 104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오가와 요코의 '임신 캘린더'와 함께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일본 순수문학.
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6년 12월 10일에 저장

김중혁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낡고 사소한 물건들을 창고 속에서 골라와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그 속에 담긴 (역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해 준다.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재미로 똘똘뭉친 이 신예에게 거는 기대가 박민규 이상이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출퇴근 지하철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수업 시작 10분 전 어수선한 강의실에서, 약속 없는 휴일 오후 뒹굴거리는 방 안에서... 일상의 시간이 언제 지옥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 순간을 탈피할 수 있는 책들. 문을 열면 시간은 정지되고, 낯설고 흥미로운 세계로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책들...


1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5년 01월 18일에 저장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5년 01월 18일에 저장
품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5년 01월 18일에 저장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5년 01월 18일에 저장



1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스텝파더 스텝은 단편집으로도 볼 수 있고, 연작 장편소설로도 볼 수 있다. 마치 시트콤이나 미니시리즈 단막극을 보는 듯 주요인물들 몇몇이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형식이다.
물론 모든 에피소드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당연히!
에가사 크리스티 여사가 80편의 장편 추리소설을 썼지만 단편도 꽤나 많이 썼듯, 미야베 미유키도 알게모르게 많은 단편들을 집필해 왔다. 그녀의 단편은 깔끔하고, 유쾌하고, 놀랍다.
한편 한편 마다 모두 치밀한 복선이 깔리고,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서른 다섯 살의 프로패서널 '도둑'이다. 그는 어느날 한 집을 털려다가 사고를 당하고 옆집에 사는 쌍둥이 형제 사토시와 타다시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쌍둥이 형제는 도둑에게 자신들의 아버지가 되어 줄 것을 제의하고 도둑은 혼비백산 도망가려 애쓴다. 그러는 중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 매 에피소드는 이런 식이다. 아버지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쌍둥이를 피하려고 하는 중에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힘을 합쳐 해결하고, 그러면서 점점 도둑은 진짜 쌍둥이들의 아버지가 되어간다. 새로운 하나의 가족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것이다.
 
마치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쌍둥이들은 또 어떤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할까...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의 긴 장편들을 읽느라 조금 지친 이들에게, 혹은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대하려는 독자들에게, 혹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하나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숨가쁘게 책장이 넘어가게 만드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언제나, 늘 '재미'에 충실한 작가다. 이 점에서는 절대로 독자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