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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스텝파더 스텝은 단편집으로도 볼 수 있고, 연작 장편소설로도 볼 수 있다. 마치 시트콤이나 미니시리즈 단막극을 보는 듯 주요인물들 몇몇이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형식이다.
물론 모든 에피소드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당연히!
에가사 크리스티 여사가 80편의 장편 추리소설을 썼지만 단편도 꽤나 많이 썼듯, 미야베 미유키도 알게모르게 많은 단편들을 집필해 왔다. 그녀의 단편은 깔끔하고, 유쾌하고, 놀랍다.
한편 한편 마다 모두 치밀한 복선이 깔리고,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서른 다섯 살의 프로패서널 '도둑'이다. 그는 어느날 한 집을 털려다가 사고를 당하고 옆집에 사는 쌍둥이 형제 사토시와 타다시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쌍둥이 형제는 도둑에게 자신들의 아버지가 되어 줄 것을 제의하고 도둑은 혼비백산 도망가려 애쓴다. 그러는 중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 매 에피소드는 이런 식이다. 아버지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쌍둥이를 피하려고 하는 중에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힘을 합쳐 해결하고, 그러면서 점점 도둑은 진짜 쌍둥이들의 아버지가 되어간다. 새로운 하나의 가족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것이다.
마치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쌍둥이들은 또 어떤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할까...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의 긴 장편들을 읽느라 조금 지친 이들에게, 혹은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대하려는 독자들에게, 혹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하나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숨가쁘게 책장이 넘어가게 만드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언제나, 늘 '재미'에 충실한 작가다. 이 점에서는 절대로 독자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