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집을 사고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 유튜브 직방TV 〈빅데이터의 신〉 삼토시가 찾아낸
강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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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최고점을 찍는 시기는 5년 후 정도가 될 것이니 집을 팔고 싶으면 5년 안에 팔고, 사고 싶으면 지금 즉시 사거나 5년 이후 몇 년을 더 기다렸다가 최저점을 찍을 때 사라. 이것이 이 책의 한줄 요약이 되겠다. 팔 집이나 집 살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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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하루를 두 배로 사는 단 하나의 습관
김유진 지음 / 토네이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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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이야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재탕해 먹는 건지. 이런 책에서 도대체 무슨 진리나 감동을 찾을 수 있나. 얼마나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아야만 이런 정도의 책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저 판매 수치는 허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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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발소
사와무라 고스케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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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는 왜 잠에서 깨어났을까?





- 작가는 처음부터 인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잠자는 공주를 파는 남자'라는 단편을 쓰고 신인상에 도전하지만 최종심에서 고배를 마신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야츠지 유키토는 이 작품을 두고 '이야기가 추리소설적인 해결로 향하지 않고, 기괴 환상소설적인 분위기로 나아가다가 끝을 맺는다'라고 낙선의 평을 썼다. 이 말 때문이었을까. 작가는 절치부심하여 새 작품을 쓰고 다음 해 신인상에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호평을 받으며 당선. 그 작품이 바로 이 책의 표제작으로 실린 '밤의 이발소'다. 

'밤의 이발소'에서는 과연 기괴 환상소설적인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약간의 환상적인 설정이 보이지만 결말에서 논리적인 추리로 환상성을 결박한다. 깊은 산속을 헤매다가 조난 직전에 간신히 불빛을 찾아 무인역에 도착한 대학생 사쿠라와 다카세. 그러나 이미 막차가 떠난 역사 주변은 인적 없는 폐허의 모습이다. 부득이 역사에서 일박을 하려는데 조금 전까지 폐가처럼 방치되어 있던 이발소가 불을 밝히며 영업을 시작한다. 반가움과 호기심에 이끌린 사쿠라와 다카세는 이발소에 들러 느긋하게 샴푸와 면도를 하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다음날 첫차를 타고 시내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아침을 먹으면서 어젯밤의 일을 회상한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놀라운 사실을 추리해낸다. 

앞뒤 딱딱 맞아떨어지는 산뜻한 코지 미스터리 분위기의 '밤의 이발소'는 확실히 추리소설 마니아와 본격 미스터리 심사위원들의 구미를 만족시킬만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작품은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단초에 불과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하나의 퍼즐 조각이었던 것이다. 전체 그림을 보려면 퍼즐 조각들을 더 모아야만 한다. 이어지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 '도플갱어를 찾아서'를 지나고 '포도 별장의 미라주1'에 도착해서야 작가는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 데뷔작이 되길 바라며 야심 차게 집필했을 '잠자는 공주를 파는 남자'에 얽힌 이야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전체 그림을 알려주는 퍼즐 조각의 대부분도 여기에 있다. 앞선 세 단편들은 주인공 사쿠라가 연이어 등장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독립된 단편으로 읽힐 수도 있으나 '포도 별장의 미라주1'부터 뒤에 수록된 네 편(포도 별장의 미라주1,2, 잠자는 공주를 파는 남자, 에필로그)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중편으로 볼 수 있다. 


주성치도 회심의 미소를 지을 만한 기발하고, 기괴하고, 아련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인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지적한대로 본격 미스터리의 특성이나 장점이 여기서는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미스터리는 존재하고, 논리적인 추리도 등장하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다른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활극, 상상력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모험담이다. 

인어는 왜 잠자는 공주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잠자는 공주는 어느 날 왜 잠에서 깨어났을까. 이 환상적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전의 이야기로까지 거슬러가고, 여러 장소와 인물들을 만나야만 한다. 오래된 별장에 숨겨진 보물, 특이한 유언, 희귀 향수, 도서실, 감옥, 윌리엄 8세의 성, 청부업자, 비밀 통로, 미술품 수집상, 수십 마리의 고양이 등을 만나고 기나긴 모험을 끝낸 후에야 비로소 수수께끼의 자물쇠가 열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 보다 확장된 의미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책 말미에 수록된 '에필로그'는 앞선 세 단편들에서 이어지는 마지막 장으로서의 에필로그를 의미하기도 하며 소설집에 수록된 전체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정리하는 의미의 에필로그이기도 하다. 에필로그를 읽고 나면 독립된 줄 알았던 앞선 세 단편도 모두 인어 이야기 속으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을 즈음 인어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단어가 주는 묘한 울림과 향수에 대해서.

이 연작 미스터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는다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향수'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중한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멸종해간다. 사라지기 직전의 존재는 언제나 높은 희소가치를 띠며 강한 향수를 발산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들린 밤의 이발소에서 내 뒤를 스쳐간 어떤 것이 바로 그런 희소성과 향수를 지닌 존재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강한 향수를 발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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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발소
사와무라 고스케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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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도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 같은 ‘잠자는 물 속의 공주‘ 미스터리. 기발하고, 기괴하며,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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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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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라는 이름의 고통

 

-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이승복을 소재로 한 반공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 후반부 무장 공비들에 의해 입이 찢어지고, 머리가 깨지고, 단검에 난도질당하며 처참하게 죽어가는 이승복과 어린 동생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나약하고 순수한 존재를 강하고 악한 존재가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일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괴로웠다. 함께 영화를 지켜보던 여학생들 대부분은 비명을 내지르고, 한숨을 토하고,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감동의 눈물따위가 아님을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온통 공포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것은 공포라기 보다도 차라리 고통이었다. 정신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듯한, 정서를 마구잡이로 쥐어 짜는 듯한 고통.

잭 케첨의 '이웃집 소녀'는 그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공포를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온갖 폭력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소녀를 지켜보는 일은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다. 직접 폭력을 당하는 것보다 폭력을 지켜보는 일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고통의 가장 잔인하면서도 순수한 형태다.

('이웃집 소녀' p8)

 

이 끔찍한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소녀에게 가해졌던 참혹한 폭력과 가해자들의 악마적인 광기가 모두 실제했던 사건이다.

막연히 실화라고만 말해서는, 혹은 몇 줄짜리 기사로만 사건을 접해서는 그 공포와 고통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 시간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소녀를 마침내 죽음에까지 이르게한 그 기나긴 폭력과 광기의 시간을 보통의 선량한 인간이라면 쉽게 상상하고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친절하게 그것을 대신해 준다. 끔찍했고, 끔찍하게 길었던 그 핏빛 시간을 칼로 새기듯 독자의 머리 속에 그려준다. 소녀의 몸과 마음을 참혹하게 긁고 지나간 잔혹한 시간의 자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체험하게 한다.

그 체험의 시간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정신을 황폐하게 하고 세상을 끝없이 환멸하고 저주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등장 인물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이가 단 하나도 없었다(학대당하는 두 소녀는 그저 안쓰러울 뿐이고). 역겨운 인간들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소설 속으로 들어가 가해자와 방관자, 이웃 주민들까지 모조리 기관총으로 쏘아 죽이고 싶었다. 육체가 온통 너덜너덜해지도록 총알을 퍼붓고만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오직 작가가 찍어놓은 활자를 눈으로 쫓아갈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입장이라는 게 답답하고 불편했다. 마음이 불편했고, 그래서 몸도 불편했고, 나중에는 두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그 끔찍한 활자들을 따라가는 게 벅찼다. 악의 심연은 도대체 그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암담한 공포였다. 이정도에서 이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둠은 더 깊은 곳으로 내려앉았고, 고통은 더욱 참혹한 모습으로 나를 괴롭혔다. 희망은 없었다. 한 줌의 정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 하는 기대감도 어둠의 심연 속에서 여지없이 녹아버렸다. 처절한 절망과 극단으로 치닫는 공포만이 겹겹이 나를 에워쌓다. 제발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그 심연의 마지막 밑바닥으로까지 끝내 곤두박질쳐지고 말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그 끔찍했던 고통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벗어날 수 없었다.

 

책을 덮어도 가슴은 답답했고, 세상은 온통 지옥의 그림자들로 얼룩덜룩했다.

이미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시신경에 박혀버린 활자들은, 활자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이미지들이 불러낸 참혹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중독된 것처럼 공포는 혈액을 따라 돌면서 문득문득 나를 혐오와 분노, 고통에 사로잡히게 했다. 차라리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것은 위험한 책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폭력의 수위를 생각했을 때 19금이 붙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봤을 때 정서적으로 어떤 고통과 상처를 입게될 지 근심스럽기도 했다. 심약한 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각오와 인내가 필요하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신적인 데미지가 분명히 올 것이다. 필시 고통스런 독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다 읽고 나면 절대로,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당연히. 세상을 보는 눈이 적어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마음도 조금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그토록 참혹한 소설을 독자에게 기어이 보여주고자 했던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불편한 진실을 또 한 번(혹은 보다 강력하게) 깨우쳐주고자 한 것이다. 세상은 온통 지옥의 그림자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은 후에 그 사실을 다시금 인지하고, 깨닫고, 한숨내쉬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분노한다고해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세상을 뒤덮은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분노하고, 결국 참담한 절망감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상당히 고통스럽고, 내용 자체도 공포와 충격을 넘어 혐오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좋은 평을 주기가 힘들었고, 섣불리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도 없었다. 작가에게 급소를 제대로 한 대 얻어 맞은 듯, 아니면 아주 정신없이 수십차례 린치를 당한 듯한 기분이라 뒷맛이 좋을 수도 없고, 따라붙는 여운도 찜찜할 뿐이다. 피투성이로 죽어간 소녀의 유령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지하 밑바닥의 처참한 지옥도를 활자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훌륭했고, 어떤 식으로든 독서 전과 후의 정서와 감정에 변화가 초래되고, 현실을 상기하고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설문학으로서의 기능은 톡톡히 한다. 문제작인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혹은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고자 한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진실, 혹은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악의 심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각오가 섰다면 책장을 열기 바란다. 부디 심호흡을 크게하고 고통을 인내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길 바란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러니까 차곡차곡 쌓이고 쌓이던 불온한 이미지와 위화감들이 지하 어두운 곳에서 최초로 폭발하는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중도에 책장을 덮기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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