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무늬 모자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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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세상을 떠난 두 동생과 함께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철없던 어린 시절 이었지만 유독 냉정하고 배려심이 부족했었다.

부모의 불화로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서로 기대어 살던 오 남매!

내가 지금같은 마음이었다면 얼마나 보듬어주고 살펴주었을까. 하지만 나도 그 때는 힘들었고 외로웠다.


그렇게 두 동생을 보낸지 2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도 내가 하늘나라고 떠나는 날까지 이 그리움은 지우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모양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며 이 소설을 썼다니..

이렇게라도 죽은 영혼을 위로할 능력이 있는 소설가이니 다행이지 않은가. 나는 그것도 못하는데.


착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었다. 파니는.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정신적인 문제와 조울증 문제를 겪었던게 아닌가 싶다.

어제 보았던 TV프로그램에서 의사인 여 에스더는 자신이 우울증 환자이고 전기충격을 뇌에 가하는 치료를 받을만큼 극심하다고 고백했다. 의사여도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만큼은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말이 가슴에 남았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고. 우울증은 질병이라고.

나도 우울증을 앓고 있고 어려서 몰랐지만 우리 가족들은 우울인자를 타고났던 것같다.


그런 동생을, 딸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조바심과 세심함이 느껴졌다. 명랑하게 수영을 하고 재잘거리면 안심을 하고 집안데 갇혀 숨어있으면 혹시 죽음으로 다가갈까 두려워한다.

파니도 자신의 그런 점이 두려웠을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인간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파니는 자신을 완전히 숨겨줄 죽음을 택한다.


소설에서의 '화자'는 소설가 자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화자'를 제삼자의 눈으로 파니를 볼 수 있게 하는 나름의 객관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똑바로 볼 수 있으니까. 그래야 파니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마흔 셋의 나이까지, 아마 파니는 엄청난 운명과 싸웠을 것이다. 전사처럼.

아니면 연극무대 위에 배우처럼 연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살리고 싶어서.

왜 '호피무늬'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한참을 생각해본다.

맹수가 들끓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호피처럼 적절한 무늬가 어디있겠는가.

어쩐히 화려해보이고 연약해보이는 금발을 숨기기 위해 위장하기 가장 좋은 호피무늬모자.

죽은 동생을 이렇게까지 표현해낼 정도의 세심한 관찰은 사랑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럼에도 파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은 '화자'의 책임이 아니다.

사랑하는 동생 파니를 위해 감동과 슬픔과 그리움이 담긴 제문(第文)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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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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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빵향기와 소소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가 참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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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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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리를 걷다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특히 갓구운 빵냄새라면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입맛을 다시게 된다. 그만큼 갓구운 빵의 냄새는 강렬한 유혹이다. 이런 빵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늘 갓구운 빵냄새를 맡으니 행복하지 않을까.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가까워서 알바를 하게된 고하루!

동양권에서는 밥이 주식이지만 서양에서는 빵이 주식이다. 특히 프랑스사람들에게 크루아상은 자존심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튀르키에가 원조라고 하기도 하고 오스트리아가 원조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 버터가 많이 들어가 있어 특히 마음이 스산할 때 먹으면 딱인 빵이다.


빵집에서 일하면 좋은 이유가 있다. 남는 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점장의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겠지만 고하루를 비롯한 직원들은 한 손 가득 남은 빵을 챙긴다.

냉동고안에 가득 있어야 할 빵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까지 포기하고 지키고 싶었던 비밀을 고하루를 귀신같이 추리해낸다.


바케트는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반을 갈라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어도 좋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빵이다. 생각해보니 바케트 빵위에는 X자모양의 칼집이 있었다.

공기를 빼기 위해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칼집 모양을 내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쉬운듯한 그 문양을 내는 일도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사토미는 이미 그 문양을 완벽하게 해내는 기술자가 되었지만 어느 날부터 그 일이 두려워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빵집을 나서던 모녀에게 오토바이 날치기범이 달려들어 고작 1학년짜리의 지갑을 채갔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엄마의 지갑을 가져가야 하는게 아닌가. 리본이 달려있어 예뻐서 가져간 것일까.

고하루의 추리로 밝혀진 범인이 그 지갑을 가져간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엄마의 지갑모양이 특이했기 때문이라니...


가난하던 시절 남편이 사다주던 카페빵의 사연은 가슴을 울린다.

그 사연을 듣고 30여년전부터 있었던 빵집을 찾아 카레빵을 먹는 고하루와 일행들의 빵순례기는 재미를 넘어서 감동이 밀려온다.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라니..

고소한 빵내음만큼이나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빵집을 찾는 사람들과 사연들.

그리고 소소하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고하루의 활약은 의외로 추리물의 몰입을 불러온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았으니 인생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인가 보다. 어디 아주 매운 카페빵 파는 빵집좀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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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엄금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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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대 이 책을 열어보지 말라'.

책을 덮은 후 혹시라도 이 책에 관심이 생긴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다.

책 표지에 이미 경고문이 있지만 독자들은 그럴 수록 이 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인간의 심리이니까.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나 저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해두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다마시라는 도시에서 대량 무차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인 야에가시 신야는 도립 고쿠시지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우에하라에게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야에가시의 이야기. 충격적이다.


야에가시는 세상에 떠도는 괴기담이나 도시전설같은 걸 취재해 시시한 잡지에 올리는 기자이다.

거대기업에서 세운 신도시가 '도메키의 눈'이라는 괴담으로 인해 연속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폐쇄가 되었다는 것을 취재하기 위해 그 도시를 찾았다가 저주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도메키의 눈'이 자신을 쫓아다닌다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대체 야에가시가 말하는 '도메키의 눈'은 무엇인가. 왜 그는 거리 한복판에서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것일까. 정말 무수한 눈을 가진 도메키라는 괴물의 저주에 씌인 것일까.

그 괴물로 인해 사망을 했거나 다친 사람은 또 있었다.

우에하라는 야에가시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 인물과 그동안의 일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절대 열면 안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이 인터뷰를 보게된 독자들은 야에가시가 두려워했다는 '도메키의 눈'의 정체와 죽음의 이유를 파헤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저자의 의도에 휘말렸다는 증거이다.

결국 마지막 무렵에 이르렀을 때에야 나를 포함해 이 책을 열게 된 독자들은 피해자였고 가해자일 수도 있음을 알게되고 후회를 하겠지만 늦었다.

이렇게 치밀하고 세세한 미스터리 소설은 처음이다.

진료기록, 사건현장의 스케치며 사진까지 그냥 신문기사를 잃는 것처럼 리얼하게 배치한 것 부터가 치밀한 함정이었다.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스터리물에 열광하고 거의 저자를 능가하는 추리능력이 있다해도 빠져나올 방법이 없게끔 설치해놓은 함정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도메키의 눈'의 저주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두렵다. 지금도 사방에 도메키의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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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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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을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하고 계급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 경제이론이 '공산당'의 정의이다.

이 정의로만 본다면 공산당은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보인다.

일단 '평등'이라는 뜻이 느껴지지 않은가. 가진 놈이 더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좋은게 아니었던가.


투자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리고 억대 빚까지 지게 된 나눔은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현실에 기막혀 하던 순간 날아든 '공산당 초대장'.

뭐 옛날 공산당이 주적인 시절-지금도 그렇나?-길에는 어디에서 그렇게 뿌렸는지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삐라가 많았었다. 그런 삐라가 요즘 시대에도 난무하나? 하는 생각에 정말 공산당이 있다면 간첩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고포상금을 받을 요량으로 공산당을 찾아간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수상했다. 나눔처럼 돈을 잃고 찾아온 사람도 있고 신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나눔은 간첩신고를 하기 위해 그 사람들의 수상한 점들 기록한다.


실제 북한과 접선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공산당이 지향하는 목표가 같았다.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고 텃밭에서 공동으로 일을하고 똑같이 나누어 가진다는 것.

처음에는 텃밭일이 고달팠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공산당의 일원들과도 정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간첩신고에 대한 열망은 접지 못하고 있는데 처음 공산당으로 안내한 문자의 주인공 저스티스는 정보를 획득해 간첩신고를 하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공산당을 만든 창시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라며 단서를 주는데..

정말로 북한에서 내려온 공작원이었다. 빚을 떠안게 된 나눔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심지어 나눔의 아버지가 하고 있는 식당에서 일도 도와주는 친구 강세의 정체가 수상했다. 사업에 성공해서 돈이 넘치도록 많다는 강세.

왜 나눔에게 접근해서 큰 돈을 찾게해주겠다고 제안을 했을까.

내가 어려서 공산당은 가까이 다가서면 위험한 사상이었다. 사실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이상향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지향했던 공산국가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도 희미해지고 자본주의의 비정함에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는데 '공산당'을 소재로 이런 소설을 구상했다는 것 자체가 참 놀랍다.

정확히 어느 세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공산당에 대해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지 않을까.

무대위에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같은 소설이다.

인생의 쓴맛을 느껴 본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애환, 그리고 위트와 유머도 녹아있다.

공산주의이든 민주주의이든 어떻게 삶에 적용하는지에 따라 인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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