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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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두 소년과 한 엄마가 이사를 왔다.

열 다섯 살 열무와 두살위의 형 나무. 성이 소씨이니까 소나무와 소열매. 희한한 이름이다.

형인 나무는 자신만의 세상이 갇힌 아이이다. 아마도 나무의 존재가 부모님의 별거와 상관이 있지 않았을까.

늘 병신이라고 놀림을 받는 서울이 싫어 엄마는 나무와 열무를 데리고 시골 바닷가로 옮겨온 것이다.

하지만 그 한적한 시골 바닷가마을에 그들외에도 아주 독특한 남자가 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나와 지나가는 그에게 '칸트'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늘 하얀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코트를 입고 절벽위에 서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기위해

나무와 열매는 마치 관처럼 지어진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아무 장식도 없이 덩그라니 지어진 '칸트의 집'.

창문이 하나도 없는 그 집 한 쪽 벽에는 책이 그득하고 이층에는 잠겨져 있는 방 하나와 욕실이 있다.

늘 그림을 그리는 나무는 칸트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열무는 숙제를 하거나 칸트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염탐하지만 늘 표정이 없는 칸트에게서 알아낼 만한 일은 없다.

 

엄마의 절친인 윤미 아줌마를 통해 '칸트'아저씨가 꽤 유명한 건축가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왜 건축가일을 그만두고 바닷가로 오게 됐는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칸트 아저씨는 어느 날 두 아이에게 자신이 살 집을 그려보라고 말한다.

'집이라는 건 말이지, 꼭 필요한 것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 -135p

 

창문도 없는 관처럼 생긴 이상한 집을 지은 '칸트'아저씨가 유명한 건축가라는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나무와 열무는 칸트아저씨에 의해 마음이 열리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칸트아저씨에게 슬픈 비밀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정작 자신의 집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던 칸트아저씨는 사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칸트아저씨는 마지막 선물로 나무가 살고 싶다는 새둥지같은 집을 지어놓고 먼 세상으로 떠난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형을 늘 보살펴야 하는 무거움으로 짓눌린 열무는 한 뼘쯤 성장했고 이제 자신의 집을 짓기

전까지 나무의 집에서 한가족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된장국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집이 참다운 집이 아닐까.

누군가의 집을 지어주느라 정작 자신의 집과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칸트는 외로운 두 소년에게 멋진 집을 지어주고

떠났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글을 쓴다는 작가답게 조금은 어둡고 비밀스런 아픔을 지닌 아이들에게

슬며시 손을 잡아주는 최상희작가다운 작품이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내 가족과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따뜻함을 나누는 그런 집이 내가 원하는 집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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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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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합병원 영상의학과 베테랑 기사인 로라는 결혼한 지 23년된 마흔 세살의 여인으로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아들 벤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딸 샐리의 엄마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그녀의 삶은 사실 결핍과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기위해 메인대학교를 선택했던 로라는 대학시절 첫사랑을 잃는 아픔만 없었다면

의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보스턴에서 열린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로라는 자신의 삶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짐작하지 못했다.

 

 

학술대회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던 로라는 쉰 다섯의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와

만나게 된다. 칙칙한 골프점퍼를 입고 낡고 유행에 뒤떨어진 안경을 쓴 그 남자가 로라의 삶속으로 걸어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참석하기로 되어있던 학회를 학과장인 헤릴리 박사가 로라에게 대신 가도록 하지만 않았다면 로라는

예전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시작은 그저 서비스 영업에 익숙하고 넉살좋은 보험세일즈맨의 친근한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2년째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 댄과 실연의 상처를 견디고 있는 아들 벤, 언젠가는 차이고 말 어설픈 사랑에

빠진 딸 샐리의 문제는 그녀가 속한 세상의 우울한 모습들 뿐이다.

자신의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열아홉살때의 그 강렬한 사랑이 사라지고 틈을 비집고 들어온 댄의 사랑이

뜨겁지도 달콤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균열이 간 심장을 메우고 싶었을 뿐.

그렇게 시작된 댄과의 관계는 아들 벤을 임신하고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고 그저 그런 결혼생활을 이어올 뿐이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 너무도 닮은 코플랜드와 대화를 나눌수록 로라는 그에게 빠져들어가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코플랜드역시 지적이고 자신의 상처와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로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폭군같은 아버지에 의해 재능마저 거세당하고 안락한 삶에 파묻혀 허수아비처럼 살아온 코플랜드는

아들인 빌리가 정신병원에 갇혀 만날 수 없는 아픔을 고백한다.

로라역시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지 못한 채 운명에 순응하듯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코플랜드에게 고백한다.

동의어 사전을 탐독하고 프러스트의 시를 좋아하고 문학에 대하 갈망이 너무도 비슷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에 의해 재능과 감정을 거세당한 채 결핍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침내 진실하고 행복한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삶에 자신을 내팽겨쳐 두는 것은 죄'라고 외치면서.

 

 

하지만 마지막 순간 코플랜드는 아무 이유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로라의 곁을 떠나고 만다.

그들의 사랑은 불과 이틀...48시간 동안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두 사람은 지나온 모든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었다.

로라가 골라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죽재킷과 멋진 안경을 남겨두고 왜 코플랜드는 떠나야 했을까.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그의 삶이 너무 과거에 익숙했기 때문이었을까.

 

'생사에 따라, 변화에 따라, 선호도에 따라, 우리 모두게 매여 있는 냉혹한 운명에 따라, 인연의 끈은

어쩔 수 없이 끊어지게 되어 있었다.'-425p

 

영원이 계속될 것 같았던 관계들이 언젠가 무슨 이유에서이든 끊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암흑과 같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로라와

코플랜드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앞에 나는 환호의 박수를 보냈었다.

비록 이틀간의 헤프닝으로 막을 내려 내 가슴도 아팠지만.

적어도 로라의 아무 의미 없는 결혼생활을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긴 했다.

늘 로라의 배려만을 기대하고 전혀 지적이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남편 댄은 로라의 이혼선언이후

지나온 시간들을 후회한다. 왜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

 

'파격' '일탈'

그 날이 그 날같은 어느 날, 이런 멋진 사랑이 내게도 와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 '로맨스'가 남들에겐 '스캔들'로 오도되겠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 나를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건 행운이 틀림없다.

결국 달팽이 집안에 다시 숨어버린 코플랜드가 이해되지 않지만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이미 그의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나역시 그처럼 달팽이집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파이브 데이즈'는 스스로 정한 테두리 안에 갇혀 '나'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날이다.

그 며칠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내 인생의 전환점을 결정할 수 있을지..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던 희망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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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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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양산시 영축산에 있는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가운데 하나인 불보 사찰이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절이 위치한 영축산의 모습이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하므로 통도사(通度寺)사 했고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통도사내에 있는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불법을 세우고 돌아와 대국통이 되어 왕명에 따라 통도사를 창건하게 되는데

이 창건에 대한 설화가 만만치 않다.

통도사가 위치한 영축산은 독수리의 형상을 한 산으로 독수리는 삶과 죽음, 영계와 인간의 경계를 연결하는 동물로

알려져있다. 더구나 통도사가 지어진 터에는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던 연못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자장율사가 용을

설득하여 쫓아보내려고 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흰 종이에 불 화(火)자를 써서 물을 끓여 쫓아내고 못을 메운 후

금강계단을 쌓고 선덕여왕 15년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유명사찰이 거의 그러하지만 특히 통도사는 영취산의 위엄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품은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경내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논만해도 600마지기가량 된다니 드물게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통도사는 일반백성들을 교육시키는 사찰로 금강계단에서 계를 주어 불교적인 도덕과 윤리의식을 함양하도록 교육시키는

사찰로 역시 구룡이 살았던 연못에 지어진 절터라함은 물과 불이 같이 있어야 종교적인 영험이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자장이 통도사를 창건했을 당시의 불교는 국교로 숭상을 받았던 시기이지만 이후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승려가

지금의 사법고시시험에 준하는 승과에 합격해야 승려가 될 수 있을만큼 사회 지배층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후 유교에 밀린 불교는 쇠퇴의 길을 걷는다.

국란에 승병으로 나라를 위해 승복을 벗고 분연히 일어서기도 했지만 오히려 절을 떠난 승려가 많아지는 바람에

사회의 맨 하층계급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을 지나는 동안 빛나는 인물들이 통도사를 지키고 구하게 되는데 조선후기 과도한 종이 부역에

시달리던 통도사를 당시 덕암당 혜경스님이 나중에 영의정까지 지내게 되는 권돈인의 친분이 도움이 되어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고 한다.

구한말의 구하스님은 거지출신으로 친일파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독립군을 돕거나 만해 한용운을 도와 '불교대전'을

집필하고 '불교유신론'을 펴내는데 일조한다.

 

 

자비와 지혜의 도인으로 선을 꽃피운 경봉선사는 걱정거리가 많은 중생들의 손바닥을 '딱-'치고는

"이 소리를 잡아와봐라."했다는 일화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모든 걱정거리도 순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진리를 설파한 선사의 지혜가 얼마나 큰 위안이던가.

박수소리처럼 지나가도 잡을 수 없고 실체가 없는 모든 걱정거리는 몽환포영과 같은 것.

그 실체도 없는 물거품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지도 말고 흔들리지도 말라는 따뜻한 어루만짐이 미련한

중생들에게 어떤 존경을 받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렇듯 통도사의 탄생부터 풍수지리적인 의미, 그리고 명찰을 지킨 의인과 고승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고요한 선사에 앉아 명상을 즐긴 것같이 차분한 기분이 든다.

불교민속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해박한 불교의 역사와 더불어 발로 뛰어 수집한 뒷얘기들이 감칠나다.

늘 그렇지만 그의 책을 마주하면 오랜 갈증이 해갈되는 맑은 샘에 당도한 것처럼 설레게 된다.

역시 또 한가지의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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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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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길을 가다보면 늪같은 사랑을 만날 때가 있다.

누군가는 '함정'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구원'이라고도 부르는 그런 사랑들!

나에게도 한 때는 불꽃처럼 타올랐던...그리고 어느 순간은 가슴을 찌르는 것같은 고통을 느꼈던 그런 사랑들. 

명작속에 나타난 기묘한 사랑을 통해 내가 보냈던 혹은 숨겨두었던 사랑을 비쳐보는 소설이다.

 

 

순결하게 살아가던 서른 여섯 살의 신부는 열두 살 소녀를 사랑한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녀나 다름없는 소녀는 광견병에 걸려 악마에 씌웠다는 의혹을 받고 수도원에 갇힌다.

신부는 그녀를 치료하면서 깊은 사랑에 빠진다. 소녀에게서 악마를 본 신부는 그녀를 지우기 위해 스스로를

고문한다. 신부에게 사랑은 지옥이고 소녀는 악마일 뿐이다.

이렇게 사랑은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하게 위장된 지옥일 때도 있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

 

레베카와 아마란타는 동시에 피에르토를 사랑한다.

레베카는 사랑을 차지하고 아마란타는 그러지 못한다. 질투에 휩싸인 아마란타는 둘의 결혼을 방해하고

레베카를 독살할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레베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피에트로와 헤어지고  아마란타와

피에트로는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마란타는 피에트로의 청혼을 거절한다.

'나는 죽으면 죽었지, 당신하고는 결혼하지 않겠어요.'

절망에 빠진 피에트로가 자살을 하고 양심에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아마란타는 석탄불에 손으 지질만큼 괴로웠다.

레베카에게서 빼앗고 싶을만큼 절절했던 사랑을 왜 포기한 것일까.

복수? 아님 서서히 사그라질지도 모를 사랑의 변질을 두려워했을까.

누가 무엇이라고 부르든 이 세사람의 감정은 사랑이다.

 

 

'서로 첫눈에 반한 사랑, 상대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사랑.....'

사랑의 모습은 수만가지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는 카멜레온과도 같다. 색이 다를 뿐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프란츠가 아내와 이혼하겠다고 선언한 순간 사비나는 이 때문에 프란츠를 떠나야겠다고 결단한다.

그녀는 구속을 싫어하고 배신을 즐기기 때문이다.' -224p

 

아내인 마리클로드에게 기나긴 외도에 대한 반성의 표현으로 프란츠는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사비나가 그의 곁을 떠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프란츠가 아내에게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을까.

왜 그렇게 열망하던 사랑이 손안에 잡히려는 순간 스스르 손을 놔버리게 되는 것일까...사랑은.

 

꿈꾸는 사랑을 경험했다면 그건 행운이다.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꿈꾸는 것으로 결핍을 해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서가에 꽂혀있는 수만가지의 사랑을 읽음으로써 한 생에서는 결코 도달하지 못할 다양한 사랑을 체험하는 일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함께 울고, 때로는 버리고 싶은 그 숱한 사랑들에게 내 짧은 생을 대입해보고 싶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처절할 수록...극단적일 수록 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사랑들 속에 잠시 빠져있다 보면 세속에서 더 이상 사랑에 빠지지 못하고

말라가는 내 영혼이 결핍을 견디고 부풀어 오르는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옛날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들이 정말 사랑이기는 했던 것일까....마른 잎새마저 쓸쓸히 져버린 늦가을날..문득 그립다.

사랑이라도 믿었던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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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2 - 송지나 대본집
송지나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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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장의 도박장에서 혜린은 회장의 딸이라는 것을 숨기고 후계자수업을 받는다.

아버지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주식투자도 하고 이익금으로 가난한 후배를 돕기도 한다.

태수는 자신을 삼청교육대로 보낸 윤회장과 종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식과 손을 잡는다.

 

한편 최고권력자들에게 뒷돈을 대던 윤회장의 입김이 거세어지자 도식과 동환은 박회장을 내세워

윤회장을 제거하려고 한다. 지리산자락에 종합위락단지조성을 위해 땅을 사려던 윤회장은 박회장의

방해로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자 뇌물수수에 관한 비밀장부를 이용하여 실세들을 위협한다.

이를 눈치 챈 종도는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박회장을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고 윤회장에게 협의를 씌운다.

더이상 두고 볼수 없다고 판단한 권력의 실세들은 윤회장의 도박장을 탈세혐의로 문을 닫게 하려고 한다.

윤회장과 실세들의 마지막 한판이 예정되어있던 기자회견장에 실세들의 방해로 기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급기야 윤회장은 충격으로 사망하고 만다.

 

우석은 박회장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권력의 실세와 폭력배들과 결탁한 검사들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급기야 사표를 쓰지만 정의로운 검사장의 설득으로 광주지검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종도의 사업장이 있는 광주에서 그는 이미 젊은 사업가로 인정받고 언론에서도 그를 칭찬하는 분위기이다.

검사장의 조카이면서 의협심많은 여기자 영진은 우석에게 프로포즈하지만 거절당하고 우석은 자신의 하숙집

딸인 선영과 결혼하여 광주에 함께 내려간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혜린은 자신의 그림자와도 같은 재희의 도움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지만 이미 권력의 실세들에게 눈밖에 난 이상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정신없이 어음이 돌아오고 그 위기의 순간 태수는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혜린 몰래 그녀를 도와준다.

 

실세들에 편에 태수가 있다고 오해한 혜린은 태수와 마주쳐도 냉정하기만 하다.

우석은 이미 권력의 노예가 된 검찰내의 사람들과 맞서 종도의 비리를 수사하기로 결심하고 증거를 모은다.

겨우 종도를 붙잡았지만 윗선의 방해로 보석으로 풀려난 종도.

혜린은 권력과 종도를 잡기 위해 종도가 복사해놓은 비밀장부를 우석에게 전하고 종도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종도는 사라진 후이다.

자신의 위기가 혜린이 때문이라고 생각한 종도는 혜린을 납치하고 혜린을 돕다가 찍혀 감옥에 갇혀있던 태수는

혜린의 위험을 감지하고 탈옥을 감행하여 위기의 순간 혜린을 구출한다. 이 와중에 재희는 안타깝게 사망하고 만다.

혜린을 구출한 태수는 별장에서 혜린과 하룻밤을 보내고 종도와의 마지막 대결을 위해 그녀 곁을 떠난다.

 

종도의 부하들을 통해 종도의 위치를 알아낸 태수는 길고 질긴 종도와의 인연을 끝내려고 하지만 종도의 비열한

목숨구걸에 그를 놓아주려한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리고 태수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던 종도는 깊은 강물로 추락하여

죽고만다.

태수는 폭력조직의 우두머리로 살인죄까지 더하여 우석에게 잡히는 신세가 된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이 종도때문이었고 태수가 전재산을 팔아 도우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혜린은 태수를 구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태수는 사형선고를 받고 우석의 눈앞에서 유명한 마지막 말을 한다.

"나 떨고 있냐? 그게 겁나...내가 겁낼까봐...."

 

자신의 아버지의 유골이 묻히고 어머니의 유골이 뿌려졌던 계곡에 앉아 있는 혜린과 우석.

노을 속으로 흩어지는 태수의 재.....이렇게 어두웠던 한 사나이의 일생이 막을 내린다.

 

그 어둡고 참담했던 시간속에 버려져야 했던 사람들과 빛을 향해 있는 힘을 다했던 의로운 사람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속할 것 같은 부당하고 힘센 권력의 무리들.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웠고 변화무쌍했던 10여년의 시간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작품이다.

정경유착과 계급간의 격차, 먹히고 먹는 약육강식의 적나라함을 이렇게 보여준 작품이 있을까.

그 치열한 시간을 이기고 대작의 위업을 달성했던 故김종학 감독의 재능이 안타깝기만 하다.

'모래시계'안에는 우리 모두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다.

그래서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드라마로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고 추억처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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