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내 PC에는 사전의향서라는 파일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의식없이 연명이 계속되야 하는 경우 어떠한 의료조치도 하지 말라는 의향서입니다.

물론 드물지만 오랜 의식불명상태에서 소생한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혹시 내가 그 주인공이라면 나는 긴 시간과 싸우면서 가족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지가 있던 나로서는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엘자의 '살아있음'에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기 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호스피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죽음으로 향하는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가슴속에 있는 말을 들려주라고 조언한답니다. 숨이 끊어져도 귀는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이 소설의 주인공 엘자는 모든 감각이 죽어있는 상태에서도 청각만은 열려있습니다.

이런 엘자를 알아보는게 우연히 엘자의 병실에 들어왔던 남자 티보였습니다.

처음에 티보도 그저 거의 죽은 환자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적같은 사랑이 찾아오고

엘자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고은  시인의 시중에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오면서 보게되었다는 귀절이 있습니다.

꽃은 그 자리에 분명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내려올때도 보지 못했을 그 꽃을 누군가가 깊이 바라 보았더라면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사랑이라는 눈으로 죽어가는 엘자를 깨운 티보의 시선에 깊은 감동이 느껴집니다.


 

 



'결심이 섰다. 어떻게 싸울 것인지 작정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싸울 것이며, 이 여자를 위해서 싸울 것이다.' -186p


떠나간 연인에 대한 상처로 문을 닫아 걸었던 티보가 한 마디 나눈적도 없는 모르는 여자 엘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실 엘자를 위해서라기 보다 자신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요.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티보의 동생 실랭이 음주사고로 어린 두 여자를 사망케 하고 자신역시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한 후 자신을 찾아와주지 않았던 형을 향해 던졌던 말입니다.

'형은 진짜 사랑을 하는거야. 형이 부러워. 사랑을 해서 부럽다는게 아니라, 그 정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부러워.  나는 그렇게까지 진실했던 적이......마음의 깊이라고 해야할까? 그래,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사람에게 깊은 마음을 느낀 적이 없이 웬지는 몰라.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웠던 걸까?' -214~215p


쉬지 않고 여자를 갈아치우고 사고까지 낸 동생이 의식불명의 여자를 사랑하는 형을 향해 던지는 이 말은 '돌아온 탕자'의 후회가 깊이 느껴져서 가슴을 울립니다. 이미 자신때문에 앞날이 창창했을 두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났고 결국 실랭은 아주 여린 영혼을 지녔던게 틀림없었을 겁니다. 결국 자신을 스스로 죽일만큼.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영악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으로 기적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숙연해집니다. 비록 소설일지라도. 왜냐하면 이런 기적이 때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적같은 사랑이야기를 만나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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