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지음, 김학영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초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은하, 태양계, 지구, 행성의 북반구, 아시아, 한국의 남단 섬...

현재 내가 속한 우주속의 주소록을 자세하게 기술하지만 이정도가 되지 않을까?

살다보면 가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지구가 속해있는 우주에 관해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다.

광활한 우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나는 한낱 띠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그 수많은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아마 우주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기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땅의 모양은 수없이 달라졌을 것이고 그 속에 속했던 인간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주소속에 깃든 문화와 과학, 역사와 지리, 더불어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너무 광할해서 용량이 적은 뇌가 다소 버거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시간이 시작된 이후 자신이 속해있는 지표를 표기하는 방법이 진화되어 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만 하다.

 

 

 영어로 'address'는 '주소'라고 알고 있다. 그 단어의 기원을 보면 오래전 로마제국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라틴어 접두사 'ad'는 '~로' 또는 '~를 향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방향'의 의미가 더한 단어가 조합되어 지금의 '주소'라는 의미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무언가를 향하는 방향'의 뜻이라는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진화의 과정이 재미있다.

 


 

'road'와 'street'의 막연했던 구별도 로드는 어딘가로 이어진 통로로, 스트리트는 양옆으로 집들이 설 수 있도록 존재하는 거리로, 혹은 로드는 마을을 벗어나는 수단으로 스트리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편의시설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무심코 썼던 주소속의 road와 street속에 이런 의미가 있다니 옛사람들의 구획정리가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지표를 구획한 주소의 기원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역사적으로 그 주소, 그 지표에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일도 아주 흥미롭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에 오래전 누구가가 살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지금 내가 그 위에

다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유구한 시간의 엄숙함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특히 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잉글랜드의 역사와 사람들의 세밀한 기술에 그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엄청난 시간들과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그는 어떻게 취합하고 이 책을 썼는지 그의 열정이 대단함을 알게 된다.


사실 남의 나라 역사와 흔적들이 현재의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먼 나라의 불구경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의 작은나라 대한민국의 시간과 이 땅에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현재 이 땅,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떠난 후 이 땅에 살게될 누군가를 그려보게 된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지구 멸망의 날이 오지 않는 한 우주의 한 조각인 지구에는 인간이 구획을 정해놓은 주소속에서 수많은 시간과 인물들이 존재할 것이고 기록될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오래된 지구의 시간과 앞서간 인물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