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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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결혼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새장의 새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과연 새장 안의 세상은 어떤지 갇혀보지 못한 새는 궁금하고 기어이 한 번은 들어와보고 싶은 것이 바로 결혼이다.

하지만 한 집 걸러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혼은 이제 너무도 흔한 일들이 되어 버렸다.


 

여덟살 여섯살 두 아들을 둔 34세의 여성 시호는 조금은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늘 이혼을 꿈꾸고 있다.

멀리서 보면 큰 문제가 없는 남편이다. 흔히 이혼의 가장 큰 이유인 외도나 폭력도 없고 얼핏 성실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들의 총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종교가 달라서 정치적인 색이 달라서 이혼을 하는 경우보다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습관이 싫어서 잔소리를 해도 양말을 뒤집어 내놓는 남편의 무심함이 싫어서 이혼을 하는 경우를 보면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 모여 결국은 파국에 이르는

것을 보게 된다.

 

 


시호는 마켓에서 알바를 하면서 경제에 조금 보탬을 받고 있지만 실제 이혼을 해서 두 아들을 양육할 자신이 없어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요즘 새로 시작한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30년 넘게 이혼을 꿈꾸면서 아이들이 대학만 입학하면....결혼만 하면...남편이 퇴직만 하면...하는 식으로 참고 살아온 아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직은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혼한 부부의 자식은 결혼에 흠이 된다고 생각해서 남편이 외도를 해도 재산을 빼돌려 엉뚱한 짓을 해도 그저 참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결혼생활이 많았다.

결국 우리나라 고유의 이름이 붙은 '홧병'도 그래서 생긴 병일 것이다.

시호의 남편은 아이들의 양육에도 가사에도 아주 무심한 남편이고 아버지이다. 그저 성실하게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 살림을 지탱하는 것이 대단한 기여라고 생각한다. 하긴 모든 남자들이 이런 사고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남편들이 이런 진부한 사고로 가정을 이끈다면 거의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다.

경제적인 독립이 두려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시호!

더구나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결국 어느 날 남편에게 쌓인 분노를 표출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이다. 대부분 부부싸움은 이런 형태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얌전하고 순종적인 아내의 이혼선언에 놀란 것일까. 남편은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시호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기로 한다. 언젠가 또 상처받을 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다시 회복한 듯한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에서도 시호는 언젠가 반드시 이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살얼음을 걷는 듯한 결혼생활을 계속한다.

심각한 가정폭력은 아니지만 시호 남편의 폭력적인 대응은 분노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정폭력에 관대한 편이라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하지만 시호의 소심한 대응도 답답하다.

자신의 주장을 똑부러지게 내놓고 남편과 대화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늘 이혼을 꿈꾸는 결혼생활은 지옥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힘을 기르고 이혼을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접고 서로가 노력하는 자세를 한번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이혼후에 생활도 녹록한 것이 없다. 갇힌 새가 다시 자유를 꿈꾸지만 야생은 역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노력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호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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