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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음, 윤석영 옮김 / 박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김훈 선생님의 추천사가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산을 탐험하는 내용인듯 해서 한창 자전거 사랑에 빠진 작가가 왜 이 책을 추천했을까 생각했다.
단순한 등정기가 아닌 자유에 대한 인간의 의지와 고난을 유머로 희화하는 작품이었기에
'이 야만의 땅위에 아름다운 것들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라는 추천사를 쓰셨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산을 사랑했던 공무원이었다가 에디오피아로 파견을 나가 근무중 연합군에
의해 점령되면서 영국령 케냐의 포로수용소에 전쟁포로 신세가 된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5년 간 탈출 성공은 단 한 번뿐인 포로수용소라니 상당히 견고한 수용소였던 것같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멀리 철조망 사이로 빙하를 두른 5200m의 케냐산이었다.
웅장하게 매혹되는 경치도 좋았겠지만 답답한 현실에서 오로지 그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말하자면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수용소의 담장을 넘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산에 오를만한 장비는 전무한 상태에서 마침내
'미친 포로 원정대'가 결성된다. 펠리체와 의사인 지오바니 벨라토와 엔초. 결국 이 원정대의 조합은 완벽한 것으로
증명이 된다.
사육당하는 것같이 비참한 포로수용소에도 나름의 인생이 있고 사회질서같은 것이 존재한다.
전쟁중에 여느 수용소보다는 자유로운 곳이었다고 해도 일단 담장안에 갇혀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절망을 느끼게 된다.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그저 산을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탈출을 하고 기어이 꿈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 얼마나 고결하고 삶이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사실 이 산의 등정은 관광객도 가능할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탈출한 포로가 오르는 등정길은 절망과 불안을 더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은 산을 오르기 전과 오른 후 두번으로 나뉜다는 말처럼 그들에게 이 등정은 삶을 고난을 넘는 임계점이
아니었을까. 포로수용소내의 삶을 유머로 극복하는 포로들의 이야기와 세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산을 정복하는
이야기가 정말 감동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