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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비취록: 비결을 모은책이란 뜻인 이 책은 실제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몇 십년전보다 분명 잘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딱 어울릴만한 그런 시대에 살고 보니 과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지는 것이다. 더불어 종말론에 심취하거나 광신에 휩싸이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불안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예언서들이 나오긴 했었다. 흔히 알고 있는 '정감록'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정감록은 후대에 올수록 많이
오염되고 가감된 흔적이 보인다. 물론 지나간 사건들은 신통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많았지만 과연 미래의 일들은 정확히
예언되어 있을까? 소설에서 다루는 비취록은 1920년대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후 민중들이 참여하여 제작된 비서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감록을 비롯하여 도선비기, 남사고비결등의 비결서와 지봉유설, 연려실기술, 해동이적등의 고문집에
실린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단다.
지단한 시간을 거쳐 교수직에 오른 강명준에게 어느 날 중절모를 쓴 사내가 나타난다.
'비취록'이란 제목이 쓰여진 고서의 진위를 알고 싶어 왔다는 노인은 위작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으로
사라지는데...노인이 남긴 10여장의 복사본에서 강교수는 심상치 않은 글귀를 발견하고 비취록이 범상치 않은 책임을 직감한다.
논문 표절로 교수직에서 해임될 상황이었던 강교수는 이 책을 빌미로 학장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기에 이른다.
책을 찾아 학교에 기증하게 되면 명예도 되찾고 자신의 연구로 이름도 드높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겠다는 중절모노인은 연락이 없고 낯선 사내에게서 조심하라는 협박전화를 받게 된다.
며칠 뒤 중절모노인이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고 강교수는 어느새 사건의 중심에 발을 딛게 된다.
결국 중절모노인인 최용만과 그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안기룡마저 사체로 발견된다.
계룡산 깊숙이 자리잡은 쌍백사는 불교의 도량이라고 보기에는 수상한 구석이 많은 절이다.
오래전 예언서에 심취했다는 이유로 파계를 당한 형암은 20여년 전 쌍백사 들어와 비취록에서 예언한 '그 날'만을 기다리고
수행중이다.
과거 함께 수행했던 중허스님은 형암의 수상한 행적을 쫓기위해 제자인 해광과 경운, 유정을 차례로 쌍백사로 보내지만 비밀을 캐던중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연쇄살인을 쫓는 경찰 오반장과 비취록을 찾기위해 쌍백사의 비밀을 쫓는 강명준은 점차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는데..
과연 비취록에 씌여진데로 2015년 세상을 깜짝놀라게 할만한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진인이 나타난다는 보천교의 교리는 실제했던 것일까?
사실 이와 비슷한 역사는 실제로 많이 존재했었다. 증산도나 동학등은 도탄에 빠진 민초들에게 희망이었고 절대적이었다.
보천교 역시 허물어져가는 세상을 일으키고 백성을 구한다는 이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이 순전히 상상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이 이념을 신봉하는
무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을 믿고 자신들의 세상에 은둔중인 사람들.
어려운 고서의 글들을 해석하는 강명준교수를 통해 저자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한 노력을 보여준다.
상상력의 부족을 사실(史實)로 때우려는 편법이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비취서가 실제했든 아니든 저자는 아주 풍부한
상상력을 제대로 풀어내었다. 더구나 한자 공부도 무척 열심히 해야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예언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돕고 사람이 행하고 기원이 같이 어우러져야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과연 비취서의 말미에는 어떤 예언이 적혀있을까. 제발 우리 백성이 근심없이 평등하게 잘 사는 날이 오는 그런 예언이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연쇄살인과 비취서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추적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