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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 색다르게 인생을 정주행하는 남자들을 찾아서
백영옥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남자'라는 타이틀을 보고 ''other'을 연상했다면 읽고 나서의 느낌은 'different'였다.
참 이럴 때 우리말이 쉽고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이니 당연히 우리말이 쉬워야 하는데 '다른 남자'라면
개성이 다르다는 뜻인가? 어차피 한 사람이 아닌 다 다른 사람이니 제각각의 개체라는 뜻일까?
제목부터 여러생각이 들게 했던 책이다.
정의하자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개성있는 열 다섯 남자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한 때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사람이었던 작가가 소설가가 되어 만난 이 열 다섯 남자들은 어떻게 꾸려진 조합일까
그녀의 프롤로그에도 그런 언급은 없다. 다만 아주 열렬하고 팍팍 튀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사는 남자들임은 분명하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표지를 찍으면서 이런 황당한 그림을 생각케한 것도 처음이다. 열 다섯병의 소주병이라니...
여기 나온 남자들은 소주보다는 와인이 더 어울릴법한 남자들이긴 했지만 나는 그들과 소주 한 잔을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기분이었으니
내 식대로 소주위에 책을 얹어본다.
이제는 잘 나가는 소설가가 된 백영옥에게 선택당한 남자는 하나같이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비범하기도 하고 괴짜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인물들도 있었다.
'악인의 내면을 읽는 남자' 귄일용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수많은 살인사건의 현장을 누빈 사내이다. 범인들에게 읽히는 것이 싫어
사진찍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노출 되는 것도 경계한다는 남자, 의외로 그의 얼굴은 친근한 동네아저씨처럼 푸근한데 말이다. 그가 만난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심지어 살인중독에 자신마저 살인해야했다는 정남규같은 인물을 어떻게 규정 지어야 할까. 그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끔찍한 사건의 기억들이 안스럽다.
광고계의 마이더스인 박웅현이 딸에게 해준 말도 파격적이다. '넌 업그레이드 잘되는 재밌는 장난감'이라니..
그의 이런 파격적인 시각이 고객들을 휘어잡는 카피가 탄생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실패는 누군가의 의견일 뿐'이라고 시크하게 얘기해주는 아빠의 모습도 멋있다. 전국 엄친아 반대 연합을 만든다면
나도 일 순위로 가입할 예정이다. 옳소~
잔뜩 게을러지고 싶다는 작가를 위해 떼굴떼굴 하우스를 지어주겠다는 건축가 '문훈'의 삶도 그가 짓는 집만큼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딸에게 '너 자체가 아름다우니까 뭐가 안 되도 상관없어' 해주는 그의 태평함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무심코 고등어를 손질하다가도 나는 김창완을 떠올린다.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있네'를 노래했던 그의 남다른
노랫말때문이다. 온화한 얼굴에 숨은 비열한 악인까지 연기하는 그의 변화무쌍한 삶이 늘 궁금했었다.
그를 인터뷰하려면 숙취음료를 마시고 가라던 선배의 말을 새벽 세시 술자리가 끝나고 생각났다는 말처럼 그와 술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의사인 아내를 두고도 건강검진은 사절이라니...달마를 닮은 웃음속에 그의 고집스런 삶이 느껴진다.
철학책을 집어들 때마다 못쫓아가는 두뇌와의 싸움때문에 망설여지던 그 철학을 열렬히 퍼뜨리는 강신주가 전공하던 화공학과를
바꿔 철학을 공부할만큼 그를 사로잡은 것은 무엇이었을까...늘 궁금했었다.
철학자와 철학을 구별 못하는 지방 노인들을 위해 주역도 공부했다니...언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주역풀이를 부탁해볼까나.
뭐랄까...학자보다는 운동가같은 느낌의 그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법칙을 좋아한다는 말에 환호한다.
앞서 '분노할 줄 아는 남자' 홍성남 신부에게서 느꼈던 그 시원함이 그에게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분노할 때 분노해야 사랑도 할 줄 알고 은혜도 꼭 갚아야 하듯 복수도 꼭 갚아야 하지.
속이 후련하다. 독자들에게 굽신거리기 보다는 소신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남자가 나는 더 멋있다.
요즘을 여성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긴 모계사회일때가 세상이 평화로웠노라고 생각한 나로서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괜찮은 남자'가 드물다는 말로도 해석이 된다. '색다른 인생을 정주행하는 멋진 남자'를 만나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아직 세상은 기댈만 하다고...너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 그리고 그 품으로 하여 같이 사는 이 시간들이 넉넉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런 남자들이 곱배기에 곱배기쯤 더 많아졌으면 좋겠는데...가능할까.